"누구보다 탈출요령 잘 알고 있었을 너... 이게 뭐야"

[천안함에 보내는 편지] 더는 함께 할 수 없는 전우들의 추억과 회한

등록 2010.04.16 17:17수정 2010.04.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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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병기사 고 박석원 중사
천안함 병기사 고 박석원 중사미니홈피 갈무리
"오늘 20일째 되는 날 그동안 참은 숨을 내쉬면서 다시 만날 줄 알았어. 그런데 이렇게 야속하게 나오는구나! 미안하고 미안하다. 박 중사! 우리가 바다에 나갈 때 항상 아무 일 없이 군항에 복귀할 것을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이건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박 중사! 다른 함정에서 또 함께 근무하며 더 정들다 헤어짐이 아쉬웠는가!"

천안함에서 끝내 시신으로 돌아온 고 박석원 중사 미니홈피에는 이 같은 내용의 편지가 올라와 있다.

박 중사와 한 배에서 일했던 해군의 모 함장은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열심히 근무하다 보면 부사관으로서 최고의 위치까지 진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하며 확신을 주지 않았을 것을"이라고 후회를 보였다.

희생 장병들의 미니홈피 방명록에는 전우를 먼저 보낸 군인들의 추모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군생활을 오래했던 장교들의 경우, 동료나 부하 군인들의 추억담이 많다.

"내가 군에 있었다면 너 데리러 갈 수 있었는데"

고 방일민 하사는 조리 하사였던 만큼 음식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박상철씨는 "어청도 조리장으로 있을 때, (방 하사가) 많이 챙겨주고 맛있는 그리고 따스한 밥도 챙겨주고 요리도 좀 배웠다"고 회상했다.

박주혁씨는 "어청도에서 니가 해준 밥 2년 동안 먹으면서 건강하게 잘 나왔는데 왜 하필 천안함이냐, 어청도에 조금만 더 있지 그랬냐"고 했다. 김종호씨도 "같이 축구하고 야식먹던 때가 그립다"면서 "다시 맛있는 야식해주세요"라고 고인을 불렀다.


 천안함 승조원 고 조진영 하사
천안함 승조원 고 조진영 하사해군 제공

고 조진영 하사는 'Go! 해군부사관' 인터넷 카페 회원이었는데, 이 카페의 도윤주씨는 "2년 전 부산에서 있었던 국제관함식에서 독도함을 견학할 때 친절히 설명해 주었던 그 모습을 잊지 못한다"면서 "독도함 열쇠고리를 선물로 사주어 간직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있는 그 세상으로 갈 때까지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조 하사보다 먼저 전역한 김면동씨는 "계속 군에 있었으면 이번 구출작전에 내가 투입돼서 너 데리러 갈 수 있었는데…, 희망을 잃지 마라,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렇게 간절한 전우의 부탁을 조 하사는 들어주지 못했다.


고 정종율 중사 미니홈피에서 최규현씨는 "제가 전역하고 두 달 후에 천안함으로 가셨더군요, 내연장님이 아니길 바랐는데"라면서 "예초기 고치러 자주 들르고 진짜 친절하게 웃으면서 대해 주시고 하셨잖아요, 항상 축구할 때도 같이 재밌게 했었는데"라고 그리움을 전했다.

고 손수민 하사 미니홈피에서 민병우씨는 "저한테 업무 인계하고 가고, 잠깐이지만 인천에서 같이 살았을 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면서 "사고 당일 메일까지 주고받고 지금까지도 제 주위에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아직도 손 하사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민 병장(89년생) 미니홈피
이상민 병장(89년생) 미니홈피미니홈피 캡쳐

고 이상민 병장(89년생)의 미니홈피에는 먼저 전역한 선임의 글이 눈에 띈다. 이동수씨는 "일어나 이 XX야, 내가 그렇게 군 생활 가르치지 않았잖아, 누구보다 탈출 요령도 잘 알고 있었고 비상대비도 할 줄 알았는데 이게 뭐야"고 회한을 나타냈다.

그는 "얼마 전 형한테 전화해서 '곧 전역해요, 술 한 잔 해요' 이랬잖아, 그 약속 너가 먼저 못 지킨다는 게 말이 돼?"라면서 "너 내 후임이잖아, 너가 선임을 배신하면 안 되잖아"라고 이 병장을 불렀다. 그러나 이 병장은 선임의 명령을 이행하지 못했다.
#천안함 #천안함에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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