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론 비등한데 한명숙 왜 안뜨나

[분석] 민주당 서울시장 선거, 제2의 강금실 안되려면

등록 2010.05.19 15:47수정 2010.05.19 16:31
0
원고료로 응원
a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오후 모교인 이화여대를 방문, 총학생회 초청 특강을 하기 위해 학생들의 환호를 받으며 강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 남소연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오후 모교인 이화여대를 방문, 총학생회 초청 특강을 하기 위해 학생들의 환호를 받으며 강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 남소연

"왜 섹시한 게 없냐? 파격적으로 가라? 음… 사람중심 휴먼서울 얘기해놓고 그런 방향으로 가면 너무 얄궂은 것 아닌가요? 무엇보다 한명숙 후보는 자극적인 것을 싫어합니다. 오세훈 식으로 '일자리 100만개' 이렇게 치고 나가면 좋겠지만, 후보가 절대 용납을 못해요. 과장과 뻥튀기… 너무 싫어해요. 현실 가능한 약속만 하자는 주의지요. 적당히 뻥치는 걸 봐 넘기는 분도 아니고. 어쩔 도리 없어요, 후보가 그런 선거는 절대 안 한다는데." (
한명숙 선거대책본부 관계자)

 

52.1%  vs  38.3% (한겨레 5월 17일)

53.1%  vs  33.7% (동아일보 5월 17일)

47.0%  vs  35.1% (조선일보 5월 17일) 

53.2%  vs  31.3% (중앙일보 5월 17일)

 

최고 21.9%포인트에서 11.9%포인트까지 뒤지고 있다. 민선 5기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민주당 후보는 멀리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를 추격하고 있다. 한 후보가 오 후보를 뒤에서 바짝 쫓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있지만 대체로 10%포인트 이상의 격차가 난다.

 

이미 오세훈 후보는 몇몇 조사에서 지지율 50%를 넘겼다. 과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한명숙 후보는 그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이제 남은 시간은 열나흘이다. 한명숙 캠프에서는 역전승부를 기대하고 있지만, 주변은 애가 탄다. 5·18 30주년에 '임을 위한 행진곡'도 못 부르게 하는 정부, 촛불반성을 요구하는 대통령, 광화문 광장을 닫아버린 시장, 4대강 삽질… MB심판론은 비등한데, 한명숙은 안 뜬다.

 

경기도에선 유시민발 노풍이 시작됐지만 서울에선 미풍도 없다. 막판의 반전 드라마가 없다면 2006년 '강금실 선거'의 재판이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MB심판론'은 비등한데 한명숙은 안 뜬다

 

a

6.2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한명숙, 자유선진당 지상욱,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18일 밤 MBC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에 앞서 손을 한데 모으고 있다. ⓒ 남소연

6.2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한명숙, 자유선진당 지상욱,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18일 밤 MBC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에 앞서 손을 한데 모으고 있다. ⓒ 남소연

우선 한명숙 후보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깔끔하지 못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차라리 한 후보가 이계안 예비후보와 맞붙어 싸우면서 이기는 전략을 짰다면 지금보다 이미지가 더 좋아졌을 거라는 분석이다. 흥미유발에서 실패했고,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유권자들에게 끊임없는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선거를 풀어가야하는데 처음부터 패가 꼬였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임할 동기를 잃어버렸다는 우려다.

 

17일과 18일 두 차례 진행된 TV토론에서도 한명숙 후보는 특별한 쟁점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누리꾼 '비틀매니아'는 18일 밤 실시된 MBC 토론 직후 <오마이뉴스> 게시판 "솔직히 실망했습니다"라는 댓글을 통해 "오세훈 후보에 제대로 된 반박을 하지 못하고 버벅대는 걸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비판했다.

 

그는 "4년 전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도 마찬가지였다"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토론회에서 보여준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수준의 역량은 결국 참담한 패배로 끝났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상호 명지대 교수는 이번 선거에 대해 "봄에 죽나 가을에 죽나 마찬가지라는 식으로 점점 재미없어지는 선거에서 그나마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덕에 경기도지사 선거는 재미있어졌다"며 그러나 "그 바람이 서울시장 한명숙 후보에게까지 불어 닥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나름대로 정치력을 갖추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액션플랜을 주고 있지만, 한명숙 전 총리는 일상적인 의전, 미시적인 정책발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의 연설 등으로 '여당후보 식 선거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야당후보를 찍도록 동기유발을 못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한명숙의 정치적 언어가 안 보인다"면서 "검찰조사에서 박해받는 피해자 이미지 말고 한명숙을 대표할 그 어떤 이미지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무상급식은 김상곤 경기교육감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이지 한명숙 후보의 트레이드마크는 아니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 교수는 "한명숙 후보를 지지할 계층에 호소하는 전략을 왜 안 쓰는지 묻고 싶다"며 "2006년 강금실 서울시장선거에서는 '노무현 무능정권 심판론'이 워낙 거센 '묻지마 선거'였기 때문에 5%의 반등밖에 못했지만 이번엔 물밑정서가 한명숙 후보에게 상당히 유리한 MB심판 국면 아니냐"고 설명했다. 

 

또 정 교수는 "4대강과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선거쟁점이 잘 형성돼오다 천안함 사건과 스폰서검사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선거분위기는 완전히 실종됐다"며 "MB심판의 각론이 깨지면서 총론까지 사라진 격"이라고 분석했다.

 

'숨은 표 10%론'... 서울에서도 먹힐까

 

a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오후 모교인 이화여대를 방문, 캠퍼스내의 동아리 장터에 들러 케잌을 맛보고 있다. ⓒ 남소연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오후 모교인 이화여대를 방문, 캠퍼스내의 동아리 장터에 들러 케잌을 맛보고 있다. ⓒ 남소연

김호기 연세대 교수도 한명숙 후보의 선거 전략이 좀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이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김 교수는 "한 후보가 야당후보 같지 않은 이미지인 것은 사실"이라며 "유시민 전 장관이 공격적으로 치고나가는 데 비해 상당히 점잖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 교수는 "자신의 지지그룹에게 보다 적극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활동에 나서야 한다"며 "강자의 서울과 약자의 서울, 부자의 서울과 빈자의 서울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지지층을 끌어 모으는 역할도 표심을 자극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특히 무상급식을 비롯 공공성을 부각시키는 교육정책과 친서민 복지정책을 공세적으로 확장할 때 '숨은 표'를 움직일 수 있는 기재가 발동되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물론 서울의 경우는 비교적 서민층이 많은 경기도와 달라서 '숨은 표 10%론'이 얼마나 선거에 반영될지 정확하게 확인된 바 없지만 적어도 5%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반전의 기회는 마련되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한명숙 후보에게는 날카로운 그 무엇이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후광을 제외하면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한명숙의 상징이 없질 않느냐"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또 "오세훈 후보의 젊은 이미지와 다르게 한명숙 후보는 약간 올드 한 이미지로 보인다"며 "한명숙을 지지하는 젊은 그룹을 형성해 지지도 변화를 꾀하는 노력도 아울러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가수 신해철씨 같은 연예인들이 뛰었듯이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어줄 대중스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낼 한 방편으로 말이다.

 

"오세훈 5%포인트를 빼앗아 와야 승산 있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OSI) 수석애널리스트는 "유시민 이벤트가 경기도지사 선거를 역동적으로 만들었다"며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가 자력으로 50%의 지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가운데 손학규-심상정-유시민 등 여러 역동적 변수가 살아 움직이고 있어 경기지사 선거는 볼만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명숙 후보의 경우에는 검찰수사 등 외생변수에 떠밀려가는 이미지만 있을 뿐 스스로 내생변수를 만들면서 공세적으로 치고나가지 못하는 게 사실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한명숙의 어젠다가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 같아 보인다"며 "선거에서는 이미지와 정책, 정체성이 분명히 드러나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고 걱정했다.

 

그럼에도 유시민 전 장관이 경기도에서 변화의 기폭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의외의 성과를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정말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선거가 될 지도 모르겠다"고 분석했다.

 

야권으로 화력을 집중하고 '패키지 전략'을 짜면 '되는 선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현재로서는 비관론이 우세하지만 선거운동과정에서 변화의 기회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a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 지난 14일 오후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수도권 야권 3후보 공동실천대회에서 손을 잡고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 지난 14일 오후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수도권 야권 3후보 공동실천대회에서 손을 잡고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또 다른 정치평론가도 "판 자체가 완벽히 변화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지만 유권자들은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돼야 마음을 정한다"며 "오세훈 후보의 5%포인트만 한명숙 후보가 빼앗아오면 현재의 격차를 아예 극복하지 못하는 선거도 아니"라고 분석했다.

 

5·18 임을 위한 행진곡 사건이나 천안함 사고 결과발표가 북한 배후설로 최종 결론이 내려진다면 오히려 반MB전선에서 한나라당에게 불리한 역풍이 작용될 여지도 있다는 게다.

 

또한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친노 대 반노' 프레임으로 치르려고 하지만, 대중의 정서는 'MB 대 반MB' 프레임이 훨씬 강하게 살아 있다면서 대중들은 죽은 권력을 심판하는 것보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견제심리가 훨씬 강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반MB정서'가 '야권단일화'와 함께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만일 '반MB 야권단일화' 정서가 선거정국을 후끈 달군다면 현재로서는 아무런 반전의 기회가 없어보이는 한명숙 후보에게도 반전의 역사를 새로 쓸 기회가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2010.05.19 15:47 ⓒ 2010 OhmyNews
#한명숙 #오세훈 #강금실 #천안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2. 2 "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3. 3 기아타이거즈는 북한군? KBS 유튜브 영상에 '발칵'
  4. 4 한밤중 시청역 참사 현장 찾은 김건희 여사에 쏟아진 비판, 왜?
  5. 5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