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에 먹힌 파주 "유시민, 대통령 발목 잡지 마"
대도시 고양·수원 "김문수, 서민경제 못 챙겼다"

[격전지 르포②-경기] '북풍' 타는 김문수, 무상급식·보육 내건 유시민

등록 2010.05.27 21:48수정 2010.05.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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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저녁 경기도 파주 금촌역에서 유권자들이 한 경기도지사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25일 저녁 경기도 파주 금촌역에서 유권자들이 한 경기도지사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지난 25일 오후 7시경 경의선이 지나는 금촌역(경기 파주시) 건너편에 서 있던 최종규(56·무직)씨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최씨는 막 시작된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의 유세를 듣던 참이었다.

 

후보 단일화 경쟁을 했던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과 함께 유세차량에 오른 유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이기기 위해 벌이는 위험한 전쟁도박 때문에 오늘 주식시장에서만 29조 원이 증발해버렸다"며 "휴전선에 인접해 있는 파주 시민들의 자산 가치 손실은 수백억, 수천억에 이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능이 경제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는 이야기로 '북풍' 방어막을 친 것이었다.

 

그런데 최씨는 기자에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맞받았다. "그게(주가 폭락) 북한 때문이지 왜 이명박 때문이야? 안 그래요, 기자 양반?" 대답 대신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는데 불안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최씨는 "여기서 휴전선까지 30킬로미터도 안 떨어져 있어 나도 불안하다"며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국민들이 똘똘 뭉쳐 대응해야지 북한한테는 아무 말도 못하고 대통령만 물고 늘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문수 지사가 그동안 해온 게 맘에 쏙 들진 않지만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지 안 그러면 정말 혼란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북부 휩쓴 '북풍'... "대통령 발목 잡아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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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를 위한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이 25일 저녁 경기도 파주 금촌역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손을 맞잡고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 남소연

후보단일화를 위한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이 25일 저녁 경기도 파주 금촌역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손을 맞잡고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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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지지자들이 25일 저녁 경기도 파주 금촌역에서 유 후보의 연설을 들으며 연호하고 있다. ⓒ 남소연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지지자들이 25일 저녁 경기도 파주 금촌역에서 유 후보의 연설을 들으며 연호하고 있다. ⓒ 남소연

파주 등 경기 북부에서 천안함이 몰고 온 '북풍'은 예상보다 거셌다. 특히 50~60대 유권자들은 안보 불안을 언급하면서도 '심판론'보다는 '안정론'에 기대는 모습이었다. 선거 운동원들이 "육군병장 유시민"이 적힌 피켓을 들어도 '약발'이 먹히기는 어려운 분위기였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단일화 직후 상승세를 탔던 유 후보의 지지율은 천안함 사고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정체 상태다. 대부분의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와 지지율 격차는 다시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특히 지역별로는 경기 북부에서 차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동두천시·연천군 등 북부 내륙권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4.6%포인트로 가장 컸다. 연령대별로도 김 후보는 60세 이상에서는 71.4%, 50대에서도 56.7%의 지지를 얻어 유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김문수 "천안함 결과 못 믿는 사람은 김정일-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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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5일 저녁 경기도 파주 금촌 로데오거리에서 지역출마자들과 함께 거리유세를 펼치고 있다. ⓒ 남소연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5일 저녁 경기도 파주 금촌 로데오거리에서 지역출마자들과 함께 거리유세를 펼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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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지지자들이 25일 저녁 경기도 파주 금촌 로데오거리에서 후보연설을 들으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남소연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지지자들이 25일 저녁 경기도 파주 금촌 로데오거리에서 후보연설을 들으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남소연

'북풍'을 등에 업은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는 유권자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김 후보는 전날 파주 유세에서는 "친북·반정부 세력에게 도지사, 시장을 주면 되겠느냐"고 했고 이날도 연천·동두천 등 경기 북부를 돌며 "천안함 조사 결과를 못 믿겠다는 사람이 딱 두 명 있는데 김정일과 유시민 후보"라고 공격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이날 "한나라당은 천안함과 관련해 야당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지역에서만큼은 예외였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있었다. "천안함 사태는 북한이 잘못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전쟁 위기로 몰고 가면서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윤윤석씨·58·파주), "대통령을 뽑는 선거도 아니고 도지사, 시장 뽑는데 왜 안보가 이슈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김호영씨·37·파주), "북한도 문제지만 남북관계를 관리하지 못한 이 정부 책임도 크다"(고00·34·의정부)는 지적도 나왔다.

 

강남까지 18분? 나와는 아무 상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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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5일 저녁 경기도 파주 금촌 로데오거리에서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5일 저녁 경기도 파주 금촌 로데오거리에서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반면 유시민 후보의 지역구였던 고양시 일산이나 의정부, 수원 쪽 도심 거리에서 만난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대하는 태도에는 분명 온도차가 있었다.

 

의정부의 행복로(옛 중앙로) 초입에서 만난 한상준(47·회사원)씨는 김문수 후보의 홍보 현수막을 가리켰다. 김 후보의 얼굴 사진 옆에 자리 잡고 있는 "호원IC로 더 편리하게, GTX로 더 빠르게, 강남까지 18분"이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한씨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어서 강남까지 18분 만에 갈 수 있게 한다는데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며 "김 지사가 도로 닦고, 그런 건 잘했는지 몰라도 나 같은 서민들은 잘 못 챙겼다"고 말했다.

 

일산 마두역 부근에서 만난 박명호(39·회사원)씨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박씨는 지난번 선거에서 김문수 지사를 찍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4년 동안 내 피부에 와 닿은 정책이 하나도 없었다"며 "주거정책만 해도 같은 당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프트를 내놨는데 김 지사는 관심이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김문수 후보를 두둔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택시기사(51·평택)는 "김문수 후보가 지사가 되고 나서 일일 택시기사 하는 것을 굉장히 좋게 봤다"며 "서민이 살아가는 것을 이해하는 것을 보고 저 사람 진짜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분당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이복순(47)씨도 "경기가 안 좋아 결과적으로 효과는 없었지만 김문수 후보가 개발 사업을 많이 하긴 했다"고 평가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공약 환영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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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4당 단일후보로 나선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5일 저녁 경기도 파주 금촌역에서 유세를 하기 앞서 한 지지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 남소연

야4당 단일후보로 나선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5일 저녁 경기도 파주 금촌역에서 유세를 하기 앞서 한 지지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 남소연

야당이 내놓은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혜택을 입게 될 유권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7살 큰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4살 둘째 아이와 일산의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나온 최아무개(35)씨는 "지금까지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었지만 무상급식, 무상보육 공약은 아이 키우는 처지에서 환영할 만하다"며 "실현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꼭 하겠다니까 믿고 투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론을 꺼내는 이들도 있었다. 취업 준비 중이라는 차호진(31·파주)씨는 "지난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을 찍었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으로 바꾸려고 한다"며 "언론 보도를 보면 한나라당이 너무 싹쓸이해서 부작용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유시민 후보는 20~30대 젊은 층 지지가 높았다.

 

수원역 앞에서 4대강 사진전을 보고 있던 신민호(29)씨는 "유 후보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업적도 많고 말도 조리있게 잘 한다"며 "유 후보가 당선되면 4대강 사업을 저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시민 후보는 야4당 단일후보라는 점과 직능단체들과의 정책협약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면서 막판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 단일화 카드를 통해 역전을 모색하고 있다.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과의 야권 단일화 때처럼 누리꾼들과 열성 지지자들의 결집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의 경우는 야권 단일화 압력을 받고 있지만 완주 뜻을 밝히면서 바닥을 훑고 있다. TV토론 등을 통해 김문수 후보와 유시민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27일 밤 MBC와 KBS를 통해 중계되는 토론회에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김문수 #유시민 #천안함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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