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조국 교수, TV토론 사회자 안돼"

선방위, 여당 요구에 갑자기 사회자 교체...조국 "선방위 공신력 갉아먹어"

등록 2010.05.27 17:15수정 2010.05.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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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남소연

6.2 지방선거를 6일 앞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방송토론위원회(위원장 박희승 판사, 이하 선방위)가 오는 28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후보 초청 TV토론에서 한나라당이 반발한다는 이유로 사회자로 내정됐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교체키로 했다.

이를 두고,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선방위가 집권 여당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선방위는 지난 17일 내부회의를 열고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의 사회자로 조 교수를 선정했다. 곧이어 선방위 실무자가 조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시장 후보 초청 TV토론 사회자로 결정됐으니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교수는 이 제안을 받은 뒤 선방위 측에 두 차례(5월 18일경, 5월 24일)에 걸쳐 '한나라당 측의 반대가 없겠느냐'고 확인했다. 그러나 선방위는 조 교수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거듭 확약을 요청했다.

그러던 선방위가 26일 저녁 부랴부랴 조 교수에게 "한나라당의 반대로 TV토론 사회자를 교체해야 할 것 같다"며 "양해해달라"고 전했다. 일방적인 교체 주문이었다.

박희승 선방위 위원장은 "한나라당에서 사회자 교체 건을 긴급히 요청해와 26일 오후 8시 임시회의를 열었다"며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거론된 친민주당 인사라는 점에서 공정성에 위배되는 사회자이므로 교체해달라는 한나라당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색깔론을 제기하면서 사회자 교체를 요구하는데 굳이 조국 교수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중립적으로 치러져야 할 선거 방송 토론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분란이 생긴다면 그 자체로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요구한 사회자 교체 건을 위한 26일 선방위 임시회의에는 전체 7명의 위원 가운데 4명이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서 표결은 하지 않고 의견 조율을 통해 조 교수를 교체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필요한 논란을 낳을 필요는 없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선방위 "여당이 색깔론 제기" - 여당 "선방위가 후보 측 의견 안 듣고 결정"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진성호 대변인은 "조국 교수의 학문적 업적이 훌륭하다는 점은 논외로 하되 그분은 평소 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며 "그런 분이 가장 공정해야 할 선거방송의 TV토론 사회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 대변인은 "대한민국에 TV토론 사회자가 많은데 굳이 조국 교수로 결정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굳이 색깔론을 얘기하지 않아도 평소 토론을 진행해온 분도 아니기 때문에 (조국 교수를 사회자로 내정한 것이) 적절한 선택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진 대변인은 "선방위가 후보자 진영의 의견은 듣지 않은 채 사회자를 결정했다"며 "민주당 측 위원은 참가했지만 한나라당 측 위원이 참가하지 않은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고 우리는 조국 교수로 결정된 것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선방위가 내부적으로 결정해 조국 교수에게 나와 달라고 부탁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딴소리냐"며 "민주당은 처음부터 조국 교수가 사회를 본다는 데 이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제 와서 교체 운운하는 것에는 이번 TV토론을 한나라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려는 의도가 숨은 것 아니냐"며 "TV토론을 한나라당이 짜놓은 프레임대로 끌고 가려는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사람은 조국 교수다. 조 교수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핑퐁게임의 공이 된 느낌"이라며 "선방위의 공식적인 결정 과정이 상당히 우습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선방위는 TV토론 사회를 맡기로 한 조 교수에게 비당원확인서까지 요구하면서 사회자로 나와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애당초 이 토론의 사회를 맡겠다고 자청한 바도 없는데 가만히 있다가 불쏘시개가 된 느낌"이라며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결정을 내리고 사후적으로 한나라당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교체하는 걸 보면서 선방위 스스로 공신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조 교수는 "한나라당은 반대당파로 추정되는 사람이 TV토론에 비치는 것 자체도 부담스러워한다는 걸 보면서 이번 선거가 상당히 예민한 가운데 치러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조 교수 내정을 취소한 선방위는 28일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 사회자 1순위로 정석균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경제학 박사), 2순위로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섭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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