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장관,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 '외압행사' 의혹

<영남일보> 사장에게 국제전화로 ... 민주당 "관권선거" 비난

등록 2010.05.28 21:57수정 2010.05.2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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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 유성호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 유성호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한나라당 후보에게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 보도를 막기 위해 한 지역일간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최 장관은 지난 24일 오후 손인락 <영남일보> 사장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결과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우리가 돈을 댈 테니까 제3의 여론조사기관을 선정해서 새로 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

 

최 장관은 "다른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우리(한나라당 후보)가 앞서거나 <매일신문>에도 박빙으로 나오는데 어떻게 <영남일보>에서만 9%(포인트) 이상 (지는 걸로) 나오느냐"며 "이건 분명히 뭔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의 발언 내용은 손인락 사장이 무소속인 최병국 후보측에 경산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25일 보도하지 않은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영남일보>는 지난 24일 실시한 경산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이틀 뒤인 26일에야 보도했다. 

 

최 장관의 발언과 관련, 해명을 듣기 위해 최 장관과 손 사장 쪽과 두세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경환 장관은 경북 경산과 청도에서 17,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영남일보> 사장 "최 장관이 거의 조폭 수준으로 얘기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 장관과 통화한 손인락 사장은 "처음에 (한나라당 경북)도당에서 오후 5시 무렵에 전화가 오고 10분 뒤에 중국에서 국제전화가 왔다"며 "(받아보니까) 최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최 장관은 지난 24일과 25일 중국 광둥성을 방문해 한국과 광둥성의 경제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손 사장은 "(최 장관이) 거의 조폭 수준으로 얘기했다"며 "한 번도 마주친 적도 없고 악수한 적도 없는데 전화로 그런 소리를 해서 황당했다"고 전했다.

 

손 사장은 "내가 편집국장을 불러 '사장이 이런 것까지 신경 쓰게 만드나, 돈 들여서 여론조사 하는데 보안을 유지해서 아무 탈 없이 나가야 되지 왜 중간에 흘려서 이렇게 만드느냐'고 말했다"며 "하도 (최 장관이) 그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매일신문> 결과도 알아보라고 하면서 일단 하루 보류했다"고 말했다.

 

결국 <영남일보>는 지난 26일에야 경산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무소속인 최병국 후보가 40.8%, 이우경 한나라당 후보가 31.3%를 기록해, 최 후보가 9.5%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일보>는 "다만 이 후보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고, 경북의 다른 지역에 비해 무응답 비율(27.9%)이 비교적 높아 지지율 변동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라며 "따라서 최 후보의 승리를 점치기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많다"고 분석했다.

 

최병국 후보쪽 "한나라당 후보에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해 선거 개입"

 

25일 오후 2시 손인락 사장을 직접 만난 최병국 후보쪽의 한 인사는 "24일 오후 2시에 <영남일보>의 경산시장 선거 여론조사가 끝나서 다음날 조간에 보도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오지 않았다"며 "그래서 다음날(25일) 오후 2시에 <영남일보> 사장실에 가서 '왜 격전지 여론조사를 해놓고 보도하지 않느냐'고 따지자 손 사장이 그렇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우리는 <영남일보>의 보도태도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현직 공무원인 장관이 특정 언론사의 보도에 개입해 그런 얘기를 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녹취한 걸 보면 '우리가 돈을 댈 테니까 여론조사를 새로 하라'고 나오는데, 이것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보도를 위해 금품을 제공할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선거법 위반"이라며 "게다가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이 자기 당의 후보에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해 선거에 개입한 것은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후보측은 조만간 최 장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당은 28일 논평을 내고 "현직 장관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며 최 장관의 발언을 '관권선거'로 규정했다. 

 

조대현 부대변인은 "현 정권이 지금까지 해 온 관권선거 사례만 해도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든 지경인데, 급기야 현직 장관이 직접 나서서, 그것도 언론을 상대로 결코 해서는 안 될 압력을 가한 것"이라며 "관권선거일 뿐 아니라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조 부대변인은 "최 장관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통령은 이런 심각하고도 노골적인 관권선거를 자행한 최 장관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최 장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2010.05.28 21:57 ⓒ 2010 OhmyNews
#최경환 #영남일보 #손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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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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