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들의 저녁을 챙겨주고 있는 안드레아 몰리나르(Andera, Molinard). (사진 오른쪽) 그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이 노숙자 센터를 운영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라 루페>의 직원이다.
이승훈
취재정리 : 이승훈 기자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 이탈리아편> 특별취재팀대충 묶어 올린 머리, 민소매 티셔츠와 힙합 바지 차림의 안드레아 몰리나르(Andera Molinard), 볼로냐 시 외곽의 한 노숙자 센터에서 만난 그는 센터 이곳저곳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센터를 찾은 노숙자들의 저녁 식사를 챙기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기 위해서였다.
이 노숙자 센터는 몰리나르의 일터다. 그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노숙자의 자활을 돕는 사회적 협동조합, <라 루페>(La Rupe)에 속해 있는 직원이다. 몰리나르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라 루페>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1주일에 일하는 시간은 평균 30시간, 낮에는 주로 노숙자들의 일자리 찾기와 직업 교육을 돕고 밤에는 이들에게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는 시설에서 실무를 담당한다.
노숙자 자활 돕는 젊은이들, 직업 만족도도 높아몰리나르가 받는 임금은 시 정부에서 나온다. <라 루페>는 시로부터 노숙자 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그 대가로 일종의 용역비를 받아 직원들의 월급을 주고 시설을 운영한다. 시가 직접 나서기보다 전문성을 갖춘 민간 부문을 통해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몰리나르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모두 사회복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서 노숙자들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다"며 "임금 수준도 일반 기업체에 비해 낮지 않아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센터를 찾는 노숙자들도 마찬가지로 만족도가 높았다. 이곳에 둥지를 튼 노숙자만 63명. 이들 중 상당수는 알콜이나 마약 등 약물 중독 문제도 가지고 있어 사회적인 보호가 절실한 상황이다.
2층으로 된 센터 건물에는 침대는 물론 TV가 설치된 휴게실과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실, 그리고 자동세탁기까지 비치돼 있다. 노숙자들이 생활하면서 기본적인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은 갖췄다.
2개월 전 이곳으로 온 중년의 죠반니 델라 포르타(Giovani della Porta)는 "생활하는 데 불편한 것은 전혀 없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트럭운전사였던 그는 2년 전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으면서 일자리를 잃고 노숙자 신세가 됐다. 가족들은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에 있지만 자신의 처지를 알리는 게 싫어 도움을 받는 것도 포기했다.
죠반니가 현재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은 일자리. 그는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장애인을 고용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에 지원을 하고 있다"며 "시켜만 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숙자들은 이곳에서 최대 9개월 동안 머물면서 일자리를 찾는 등 자활에 나서게 된다. 몰리나르는 "노숙자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본인의 의지가 강한 경우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자립에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회적 협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