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시내에 위치한 아파트. 주택 수요자들의 협동조합인 '무리'에서 공급하는 집은 최대 20%까지 값이 저렴해 이 지역의 집값 안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승훈
취재정리 : 이승훈 기자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 이탈리아편> 특별취재팀볼로냐시에 거주하는 바르바라 로베르시(Barbara, Roversi)는 19년 전인 지난 1991년 처음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당시 본인과 남편 2인 가구였던 로베르시가 구입한 집은 시 외곽에 위치한 180㎡(약 55평) 규모의 단독 빌라. 완공된 지 얼마 안 된 새 집이었다. 집값은 우리 돈 약 1억5000만 원으로 시세보다 20% 정도 쌌다.
로베르시가 저렴하게 집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주택건설협동조합 '무리'(MURRI) 덕분이었다. 그는 집 장만을 위해 무리에 조합원으로 가입했고 운 좋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빌라에 입주할 기회를 잡았다. 보통 2년에서 5년 정도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오지만 로베르시의 경우에는 마침 완공된 집이 남아 있어 곧바로 구입할 수 있었다.
로베르시는 "무리에서 지은 집은 가격이 쌀 뿐만 아니라 일반 건설회사보다 좋은 건축 자재를 써 품질이 월등하다"며 "집을 산 지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리모델링이나 내부 수리 없이도 생활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내가 살 집은 직접 짓는다... 협동조합 '무리'무리는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주택 수요자들이 만든 협동조합이다. 일반 건설회사들이 공급하는 주택을 수동적으로 구입하는 게 아니라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집을 직접 짓는 것을 모토로 지난 1963년 설립됐다. 지금까지 건설한 주택이 1만2000여 채, 현재 가입된 조합원만 2만3000명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주택건설협동조합 중 하나다.
무리에서 짓는 집은 가격에 비해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태양광 설비를 갖추는 등 집 자체가 에너지 절약형으로 설계된다. 그러면서도 집값은 최대 20%까지 싸다. 볼로냐시의 경우 평균 분양가격은 1㎡에 3000유로(환율 1600원 적용시 480만 원)로 66㎡(20평) 아파트의 경우 19만8000유로(약 3억1700만 원)다.
무리에서 지은 임대 주택의 경우 임대료는 더 저렴하다. 66㎡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평균 600유로, 이는 같은 크기의 일반 주택 월 임대료 1000유로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집을 짓는 과정도 민주적이다. 건축 허가 과정부터 조합원들에게 상세한 정보가 제공되고 주택의 설계와 시공에 조합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의 집을 구입하고 싶은 조합원들은 1만 유로(약 1600만 원)를 조합에 내고 분양 신청을 한다. 경쟁률은 3:1 정도로 조합에 가입한 기간이 길수록 기회를 잡을 확률이 높아진다.
만약 주택에 당첨되면 공사 진척에 따라 6번에 걸쳐 중도금을 납입하면 된다. 중도금 납입 시기와 방법은 조합원의 사정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만약 분양 신청을 했지만 떨어진 경우에는 초기에 냈던 1만 유로를 돌려받을 수 있다.
품질 좋은 집을 싸게 공급하는 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