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으로 뭉치자는데 너만 빠질래?

[무지개정치모색⑦] '빅텐트'부터 비민주진보대통합, '민란 프로젝트'까지... 최후 선택은?

등록 2010.08.24 21:28수정 2010.10.1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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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정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한국정치에 어떤 가치와 정책을 담을 것인가 하는 고민도 여러 갈래다. <오마이뉴스>는 한국정치의 대변신을 위한 토론과 논쟁을 시작한다. 진보에서 자유주의까지 함께하는 '무지개 정치'의 길을 묻는다. [편집자말]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시장을 방문해 과일가게에서 수박을 맛보고 있다. ⓒ 청와대


"MB가 지방선거 이후 7·28 재보선 직전에 보여준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 서민금융 햇살론, 중소기업상생론, 일자리 창출. 심지어 박근혜는 아버지가 못다 이룬 '선진복지국가의 꿈'을 자기가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진보가 한나라당과 확실히 차이 나는 정책을 실력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아마 껍데기까지 다 까이는 신세가 될 것이다."

박석운(56)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23일 오후 '7080운동세력'이 주축인 미래마당이 주최한 '한국정당정치의 바람직한 개편방향' 토론에서다. 그는 "6·2 지방선거에서 연합정치로 반짝 기지개를 편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이대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려 한다면 권력교체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지 못한 채, 패권주의 논쟁이나 하면서, 적당히 반한나라 기치를 들고, 선거 막판 정치공학적으로 '표를 달라' 구걸한들, 그 어떤 국민들이 그들에게 한 표 던지겠냐는 것이다. 현명한 국민은 아마 진보를 버릴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8·8 개각을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한 가운데, 임기 반환점을 돈 국정지지도는 48.7%(미디어리서치-머니투데이/8월 4~5일 조사결과)다. 여론조사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집권 3년차 레임덕을 우려할 시기에 높은 지지도를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어묵과 떡볶이, 만두 먹으며 내세운 친서민 정책이 먹히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천호선 "민주당과 통합하면 국민참여당 90% 탈당한다"

이 즈음, 진보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012년 권력교체기엔 야권단일화와 진보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말은 무성하지만, 딱히 구체화되는 실체가 없다. 내년 7월쯤이면 거의 대부분의 대선캠프가 차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의를 모아 전선을 칠 시간적 여유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백가쟁명식 토론이 날마다 열리는 수준이다.

최근 여러 모임에서는 '새로운 진보'를 위한 토론과 논쟁이 붙고 있다. 대개 50~60명 정도 모이는데 분위기는 자못 진지하다. 3시간씩 이어지는 토론을 해도 좀체 자리를 뜨지 않는다. 그만큼 전문가도, 대중도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는 모양이다.


논의의 핵심은 "2012년 총선대선에서 진보진영은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이다. 민주당부터 진보신당까지 한데 모이자는 '빅텐트론'부터 '비민주당 진보대통합정당론', 개미시민들의 힘을 모은 '제3지대 야권단일정당론'까지 주장은 다양하다.   

23일 '정당정치 개편방향' 토론에서는 최근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이 내건 '빅텐트론'에 대한 우려와 질타가 쏟아졌다. 우선 진보정당들이 통합하고 나중에 민주당을 견인하는 식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반독재 개혁 자유주의정당(민주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과 급진 진보정당(민노당, 진보신당)의 역사성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없다"며 "빅텐트론은 일본식 보수정당 패권체제나 미국식 보수-중도자유주의 경쟁체제를 이미 넘어선 한국정치를 후퇴시키는 사고"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 교수는 "이런 (빅텐트) 식의 대연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결과적으로 대연합이 아니라 민주당과 민노당의 분열이 나타날 것"이라며 "민주당을 포함하는 진보대연합정당을 주장하는 빅텐트식 견해는 사실상 '민주당 확장론'에 다름 아니"라고 못 박았다. 결과적으로 진보정당을 위축시키고 민주당을 재강화하는 논의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다.

따라서 그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여기에 포괄되지 않은 다양한 진보적 정치세력(시민사회내 진보파+노동좌파 등)들을 통합하는 진보연합정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도 빅텐트로 뭉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보탰다. 천 최고위원은 "빅텐트는 민주당의 변화와 분화를 수반할 때 가능한데 중장기적으로 굉장히 불투명하다"며 "민주당과 통합한다면 우리 당원의 90%가 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연합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실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대연합을 지향하면서 '선 진보연합, 후 민주당 견인' 방식으로 노선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천 최고위원은 "2012년 12월 대선에서 민주당의 단독집권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함께 집권하거나 함께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그보다 8개월 앞서 치러지는 총선에서 연합정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걱정했다.

총선은 연합정치의 주체들이 직접 선수로 뛰지 않는 지방선거와 성격이 판이하기 때문에 연합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게다. 따라서 대연합을 놓지 않되, 선 진보연합을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총선의 연합 협상테이블에서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대선에서의 승리 가능성도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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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운동세력이 주축이 된 미래마당은 23일 오후 4시 서울 서소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한국 정당정치의 바람직한 개편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 장윤선


'가장 이상적인 조합'을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각'

김호기 교수(연세대 사회학)도 정당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대표성과 조직문화, 리더 등의 문제를 종합할 때 통합의 가능성은 낮다는 게다.

다만 그는 비슷한 정당끼리의 통합은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정치권의 중도진보세력이랄 수 있는 민주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의 통합은 적극적으로 고민해볼 만한 주제라는 것. 김호기 교수는 "세 정당의 역사적 기반, 이념적 정체성, 정책적 지향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과감한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빅텐트론에 대해서도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과연 한국에서 중도진보(민주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와 정통진보(민노당, 진보신당)가 통합을 이룰 수 있겠냐는 회의적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텐트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정치에는 빅텐트적인 요소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라는 것.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통합하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민노당이 선뜻 민주당과 합친다면 국참당이 통합을 거부할 수 있겠냐는 게다.

'원샷'에 다 모이자는데 국민참여당만? 민노당만? 진보신당만? 빠지기 어려운 한국정치의 현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김 교수는 "다소 무모해 보이긴 하지만 차라리 원샷에 반한나라 전선을 구축해보자는 빅텐트론은 대단히 전략적 사고가 깔린 실험"이라고 진단했다.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툭 까놓고 얘기 좀 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의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데 소위 '민주당 개조론'만으로 진보대통합이 가능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유시민 문제'를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어떻게 진보대통합을 말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는 "가상으로 대선예비후보 여론조사를 해보면 야권에선 유시민씨가 톱인데 국민참여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얘기하는 게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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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참여당 시도지사 출마자 1차 공동기자회견'에서 유시민(경기도지사), 오옥만(제주도지사), 이재정(충북도지사), 이병완(광주시장), 유성찬(경북도지사), 김충환(대구시장) 예비후보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권우성


천호선 "국민참여당 카페 수준 인정... 당 성공여부 따라 대권출마도"

이에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솔직히 민주당의 고민은 유시민 문제"라며 "개인적인 신뢰는 없고 현실적 힘은 있고 민주당 입장에서 보자면 연합을 하게 되면 자리를 내줘야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경기지사 선거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국민참여당이 특정 개인 중심으로 정치적 상황을 전개한다는 점에 대해 강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빅텐트론에 대해서는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현 시점에 제일 중요한 것은 솔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더러 진보정당으로 탈바꿈하라고 하면 안 된다, 솔직히 민주당에는 민중적 토대가 강한 호남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들어온 사람이 많은데 이들더러 민노당과 통합하라고 하면, 친북주의자랑 합쳐? 이런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솔직히 민주당 당원과 지도부가 진보정당들의 요구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이 상태에서 통합하면 선거 때 엉뚱한 짓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총·대선까지 정치권에서 선거연합이 메인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본다는 그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당을 할 만큼 우리 정당문화가 상호 용인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조직을 꾸려 무엇을 해내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고백했다.

김부겸 의원의 말이 끝나자 천호선 최고위원은 "국민참여당이 버티는 것은 오로지 유시민 때문이라고들 생각하시겠지만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얼마 전 상임중앙위원 워크숍에서 결정한 바를 전달하면 유시민 전 장관의 대선 출마여부는 국민참여당의 성공여부에 따라 결정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참여당이 엉겁결에 선거를 두 번이나 치렀지만 솔직히 정당이라고 하기보다는 카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유시민 전 장관이 국민참여당의 큰 자원인 것은 맞지만 국민참여당이 민주당과 함께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유시민 전 장관의 개인적인 대선 프로그램 때문에 민주당과 통합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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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준)는 23일 저녁 6시부터 밤 9시 30분까지 '진보대통합의 가능성과 전망'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 장윤선


김기식 "연합정당 대세 되면 민주당 호남기득권이 제일 먼저..."

한편,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는 '진보대통합론' '빅텐트론' '백지신당론' 격돌 토론회가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준)' 주최로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빅텐트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 그는 진보에게 물었다. 국민들로부터 합치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분열된 야권의 정치주체들이 자기들 맘대로 '쟤는 안돼!' 이렇게 편 가르기 할 수 있는 것이냐고.

김 위원장은 "종파적 기득권을 버리고 통합으로 가야 한다"며 "심판은 국민이 하는 것이지 분열된 정치주체들이 하는 게 아니라"고 못 박았다. 분열된 정치주체들끼리 스스로 낙인 찍고 '너는 안돼' 해봐야 국민들에게 별 의미가 없다는 게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이날 한국정치에 3대 상수가 있다면서 호남, 친노, 진보세력을 꼽았다. 그는 "비민주라고 재단함으로써 공연히 정서적 괴리감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된다"며 "지난 선거에서 드러난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 33%, 비민주 정당 다 합쳐 16% 수준인데 둘을 합쳐야 겨우 집권 가능성이 열리는 게 현실 아니냐"고 개탄했다.

특히 민주정부 10년간은 세계사적으로 신자유주의 흐름이 있었고 그들에게 이 흐름이 반영된 측면이 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세계사적으로 퇴조하고 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적극적인 노동정책, 복지정책, 재정정책 등이 전 세계의 사회경제정책의 중심적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게다. 따라서 이 흐름을 반영한 정치세력이 차이를 넘어 연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현재 상태의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빅텐트로 모이자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며 "민주당의 노선적 변화는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연합정당이 대세로 굳어지면 민주당 내의 보수기득권 세력이 가장 거칠게 저항할 것"이라며 "기득권 해체를 두려워하는 민주당 내 호남기득권세력들이 연합에 제일 반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혁재 경기대 교수는 "현실적 정치지형을 봤을 때 한나라당 재집권을 막는 것"인데 "민주당은 제1야당이지만 한나라당 앞에서 쩔쩔매는 무능정당"이라고 일갈했다. 손 교수는 "아무리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를 말아먹고 있어도 국민적 지지는 40%를 웃돈다"며 "지난 20년간 '진보 4:보수 4:중도 2' 구도가 유지되고 있는데 당위만으로 진보대통합을 이야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국민 대다수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진보대통합의 원칙만 내세운다고 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모든 정파가 힘을 합쳐 대통합의 길로 가도록 해야지 특정 정당은 빼고 가자는 식으로 논의를 끌고 가는 것은 진보대통합의 폭을 좁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란 프로젝트'가 뜬다

이와 별개로 이른바 '민란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개미시민'들의 힘을 모아 제3지대에서 야권단일정당을 만들어보자는 운동이다.

김두수 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는 "특정이념이나 가치를 앞세워 특정정당의 편이 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제3지대에서 야권단일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추진하는 무지개연합당은 어떤 당의 이념이나 정책을 다수결로 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실천하고 열린 체제로 변화 발전을 꾀하는, 당내 정파가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이사는 "어떤 정당에 어떤 정당을 더하는 방식으로 통합하는 관점이 아니라 공존이 가능한 시스템이 있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제3지대 야권단일정당운동은 누리꾼에 주목하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대중과 함께 직접적으로 단일정당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선 1만명을 목표로 출발하지만 차츰 사람들을 늘려 100만까지 모이는 개미시민들의 힘을 모는 단일정당을 촉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빅텐트론 #진보대통합정당 #제3지대 야권단일정당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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