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 되고 싶은 선비가 지은 정자 학무정

속초 팔경 중 한 곳인 학무정을 돌아보다

등록 2011.04.25 14:58수정 2011.05.1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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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무정 노송 숲에 둘러 쌓인 정자 학무정. 속초 팔경 중 한 곳이다
학무정노송 숲에 둘러 쌓인 정자 학무정. 속초 팔경 중 한 곳이다하주성

주변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노송들이 들어 차 있다. 그리고 바닥에는 예전에 이곳으로 물이 흘렀는지, 커다란 강돌들이 널려있다. 그런 주변 분위기만 보아도 커다란 학 한 마리가 날아오를 듯하다. 속초시 도문동 상도문 1리에는 한옥 촌이 있다. 그 외진 곳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정자 '학무정(鶴舞亭)'의 모습이다.

학무정은 속초 팔경 중 한 곳이다. 그만큼 주변의 경치가 뛰어나다. 학무정을 지은 이는 한말의 성리학자인 오윤환이다. 1934년에 도문동 쌍천 송림 안에 정자를 짓고, 그곳에서 많은 후학들을 길러내었다. 학무정은 육각형의 정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정자를 '육모정'이라고도 부른다.


노송 숲 노송 숲의 바닥에는 커다란 강돌들이 즐비하다. 아마도 예전 내가 흐르던 곳인 듯
노송 숲노송 숲의 바닥에는 커다란 강돌들이 즐비하다. 아마도 예전 내가 흐르던 곳인 듯하주성

학무정 학무정은 1934년에 성리학자인 오윤환 선생이 지은 정자이다
학무정학무정은 1934년에 성리학자인 오윤환 선생이 지은 정자이다하주성

빼곡 찬 시판이 주인의 심성을 알려주고

4월 23일 오후, 속초시에 있는 문화재를 답사하는 길에 들린 학무정이다. 벌써 몇 년 전인가 동해안의 정자 기행을 하던 중에 한 번 들려본 곳이다. 그 때보다 주변은 많이 달라졌지만, 학무정은 옛 모습 그대로 송림 안에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마치 정자 주인의 심성을 그대로 닮은 듯한 모습이다.

학무정은 육각의 면 중에 네 곳에 현판이 달려있다. 바라보는 곳에 따라 정자의 명칭이 다르다. 남쪽으로는 '학무정', 북쪽으로는 '영모제' 북동쪽으로는 인지당'이라 적고 있다. 그리고 남서쪽으로는 '경의제'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다.

영모제 학무정은 모두 네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
영모제학무정은 모두 네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하주성

인지당 학무정의 네 개의 이름 중 하나
인지당학무정의 네 개의 이름 중 하나하주성

정자 안으로 들어서면 1개의 학무정기와 11개의 시판이 걸려있다. 아마도 정자의 주인인 오윤환 선생이 이곳에서 시를 짓고 읊기를 좋아하였는가 보다. 정자 옆으로는 1971년도에 세운 '학무정 기념비'와, 1955년에 세운 '충효강릉박공위지의지비'가 서 있다.

학처럼 살다간 학무정의 주인


오윤환 선생은은1872년에 이곳 도문동에서 태어났다. 의기가 강하고 불의에 굽힐 줄 모르는 곧은 성격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성리학을 깊이 연구한 오윤환 선생은 효성이 지극하였다.

시판 정자 안에는 학무정기를 미롯해 모두 12개의 편액이 걸려있다
시판정자 안에는 학무정기를 미롯해 모두 12개의 편액이 걸려있다 하주성

시판 학무정 정자 안에 걸려있는 시판
시판학무정 정자 안에 걸려있는 시판하주성

선생은 벼슬길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향리에서 제자들을 길러내는 데만 노력을 하였다. 3·1 독립만세 운동 때에는 제자들과 함께 참여를 했다가, 일본경찰에 붙들려 많은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그런 선생이니 삭발령이나 창씨개명에 당연히 반대를 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런 일로 인해 선생의 삶은 늘 순탄치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선생이 정자를 짓고 '학무정'이라 이름을 붙였다. 아마도 학처럼 그렇게 훨훨 날고 싶었던가 보다. 노송 숲에 지은 정자는 선생의 마음을 그대로 전해준다. 속초는 4월의 봄바람이 차다. 바람에 나뭇가지 부딪치는 소리가 스산하다.

학무정기념비 학무정 곁에 서 있는 학무정기념바
학무정기념비학무정 곁에 서 있는 학무정기념바 하주성

분합쿤 장식 학무정은 여섯방향 모두 분합문을 달아낸 흔적이 있다
분합쿤 장식학무정은 여섯방향 모두 분합문을 달아낸 흔적이 있다하주성

댓돌 장초석의 주추에 원형기둥을 세웠다. 여섯방향 모두에 댓돌을 있다
댓돌장초석의 주추에 원형기둥을 세웠다. 여섯방향 모두에 댓돌을 있다하주성

학처럼 춤 추고 싶었을까?

학무정을 한 바퀴 돌아본다. 여섯 곳에 모두 정자에 오를 수 있는 댓돌을 놓았다. 아마도 어느 문이 되었든지, 누구나 편하게 들어올 수 있다는 마음인 듯하다. 이곳에서 선생은 제자들과 강론을 즐기고, 친구들과 어울려 시를 지었다고 한다.

여섯 방향의 기둥에는 모두 분합문을 달았던 흔적이 보인다. 어느 방향으로 보아도 울창한 숲과 흐르는 물이 보였던 학무정. 둥근 장초석 위에 둥근 기둥을 올렸다. 그저 평범한 육각형의 정자이지만, 주변의 노송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곳에서 선생은 날마다 학의 모습처럼 고고한 춤이라도 추고 싶었는가 보다.
#학무정 #속초팔경 #도문동 #오윤환 #송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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