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저기…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자네, 결심이 섰는가?""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음……." 며칠 전 운을 떼긴 했다. 입사 후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는 정시 퇴근, 생각보다 열악했던 임금,. 그리고 무엇보다 몇 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계약 시스템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아니, 이해를 하자면 굳이 못할 것도 없었다. 지역에서 대학을 나오고, 기껏해야 1~2년의 사회 경험밖에 없는 20대 후반의 남자가 어디 가서 정시퇴근을 꿈꾸며, 고액 연봉을 바라겠는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순응한다면, 지역 병원의 행정직 특성상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몇 개월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 것도 그렇게 이해 못할 시스템은 아니었던 것이다."꿈 찾아 간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인수인계는 확실히..."하지만 며칠 전 걸려온 전화가 문제였다. 잠깐이지만 지역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쌓아 놓은 인맥 덕분일까. 급하게 사람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부랴부랴 이력서를 준비하고, 휴가를 낸 뒤, 면접을 보고 왔다. 면접을 보러 떠나기 전, 팀장님께 언질을 드렸고, 오늘 결과가 나온 것이다."음……." 팀장님은 한참동안 말씀이 없으셨다."일단 밖으로 나가세….""네…." 팀장님은 조용히 담배를 꺼내 물으셨다. 몇 개월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인지 정이 많이 든 팀장님이시다. 팀원이 적은 까닭도 있었지만, 워낙 다른 조직원에 비해 개방적인 사고를 하시는 분이셨기에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여기보다 돈은 많이 주겠지? 조건도 좋고? 허허~" "…….""더 좋은 곳으로, 꿈을 찾아 떠난다는데 어쩌겠나…. 그래, 출근은 언제부터 해야 되나?"팀장님도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하신 모양이다."저쪽도 워낙 사람이 급한 상황이어서요. 를수록 좋긴 하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이쪽 사정에 맞추기로 했습니다.""음… 그래…. 그럼, 그쪽 가서 일단 급한 일만 해결하고, 여기서 한 보름만 더 해줄 수 있나? 인수인계도 해야 되니까…."팀장님은 현명한 분이셨다. 어차피 잡지 못할 사람이라는 판단이 서자, 업무 인수인계 차원에서 2주만 더 있어달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흔히들, "이직을 하려거든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라"는 말이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근심어린 표정으로 담배연기를 내뿜는 팀장님을 보자, 나도 모르게 "네"라는 대답이 나와 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였다."인수인계 필요 없으니 당장 나가라고 해"약 열흘간 새로운 회사에서 급한 업무를 처리했다. 이곳에서는 '신문방송학'이라는 전공을 살릴 기회도 많았고, 업무 역시 이전 조직보다 훨씬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어떻게 열흘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시간은 흘렀다.그간의 사정을 들은 새로운 회사에서는 약 2주간의 시간을 주었고, 다시금 OO병원으로 돌아갔다. 열흘간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다시 나타난 내 모습에 아침 조회시간은 한동안 떠들썩했고, 멀리서 그 모습을 불쾌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바로 병원 이사장이었다.조회가 끝난 뒤, 사무실에 들어온 나는 서둘러 인수인계서 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부서는 기획마케팅팀이었지만 담당하는 업무가 워낙 이것저것 많아서, 파일을 정리하는데만 해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내 업무를 새로 담당하게 될 사람은 전산 업무을 담당하는 사람이어서(채용공고를 냈지만, 몇 주째 지원자가 없어 결국 내부인력에서 충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되도록 이해하기 쉽게 인수인계서를 작성하다 보니 시간이 배로 걸리는 듯했다.그렇게 오전이 지나고, 점심 때쯤 팀장님이 사무실에 오셨다. 그런데, 왠지 얼굴빛이 어두우신 게 심상치가 않다."그쪽도 바쁠 텐데, 이렇게 와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여기도 제 직장인데, 저 때문에 피해를 보면 안 되죠. 업무 인수인계만큼은 확실하게 하고 가겠습니다.""으…음…. 그… 그런데 말이지…….""네?""머라고 말해야 할지… 참……."팀장님은 너무나 미안하셨는지, 몇 번이나 말을 돌려가며 조심스레 말씀하셨다. 하지만 요지는 하나였다. 병원의 총 책임자이신 이사장님께서 "이직한 사원이 왜 병원에 와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한 말씀 하신 것. 이어 "당장 내 병원에서 나가게 했다"는 것. 업무 인수인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 당장 자신의 눈앞에서 나를 안보이게 지시했다는 것은 다른 동료의 입을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이른바, "회사에서 당장 나가게!"로 통하는 강제 퇴직이 이런 기분일까. 정말인지 묘했다. 분명, 내가 먼저 나가겠다고 했으니 강제 퇴직은 아니었지만, 인수인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왔는데, 내치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싶었다. 이른바 '괘씸죄'이지 싶었으나, 차를 타고 두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생각하면, 사실 조금 억울한 면도 있었다.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길로 다시 짐을 챙겨 병원 문을 나올 수밖에…. '이직 할 땐, 뒤도 돌아보지 말라'는 속설이 사무치게 다가왔던 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직 이야기 응모글 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직 이야기 응모글 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이직 #박봉 #초과근무 추천16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박창우 (saintpcw) 내방 구독하기 40대가 되었네요... 이 기자의 최신기사 "사랑하고 싶다"는 아이유, 내 안의 연애 세포도 꿈틀 구독하기 연재 이직 때문에 생긴 일 다음글6화"한번 배신한 놈은 계속..." 뒤통수가 따가웠다 현재글5화"감히 이직을? 인수인계 필요 없으니 나가라고 해" 이전글4화기자들의 표절, 묵인한 죄 인정합니다 추천 연재 제주 사름이 사는 법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윤한샘의 맥주실록 맥주는 왜 유리잔에 마실까? 놀라운 이유 비주류의 어퍼컷 신입사원 첫 회식... 선배가 데려간 놀라운 장소 지구를 위한 플랜 A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SNS 인기콘텐츠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단독] 2023년 7월 12일 이화영 녹취록 "대질 명분, 검찰 막 훈련시켜 진술 맞춰"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이재명, 3년 구형한 검사 향해 "왜곡 조작"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영상] 무려 20만평 야생생물 보호구역 훼손 "누가 또 이런 짓을" 서로를 사랑한 두 남자, 마지막 장면이 압권 가을비가 내린 후... 내성천 회룡포 모습이 장관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2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3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4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5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감히 이직을? 인수인계 필요 없으니 나가라고 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6화"한번 배신한 놈은 계속..." 뒤통수가 따가웠다 5화"감히 이직을? 인수인계 필요 없으니 나가라고 해" 4화기자들의 표절, 묵인한 죄 인정합니다 3화월급 12만원, 환장할 만큼 배가 고팠다 2화난 48세 가장, 6개월 계약직 그만 하고 싶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