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법환포구에서 강정마을로 넘어가는 올레길 풍경.
이주빈
"바람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가수 혜은이가 1970년대 후반 불렀던 노래 <감수광>의 한 대목이다. 바람, 돌, 여자가 많다는 제주의 특징이 이 한 구절이 다 녹아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 화산섬 특유의 많은 돌과 그 돌로 만든 아름다운 돌담길, 거친 바람과 척박한 농토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제주의 여성. 제주를 떠올리면 그려지는 이미지다. 제주가 '삼다도(三多島)'라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삼다도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제주에는 바람, 돌, 여자가 많다'는 속설은 사실일까?
#1. 돌 - 화산섬 제주에서 돌은 일상화산섬인 제주는 돌과 역사를 함께해왔다. 검은빛 다공질(多孔質) 현무암은 제주 어디에서도 볼 수 있다. 밭을 개간해도, 집터를 닦아도, 바다로 나가도 돌은 피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제주 사람들은 돌을 극복하고, 돌을 이용하며 살아왔다. 제주의 돌은 밭담·산담·올렛담·잣담으로 땅에 경계를 만들어 주었고 정주석·맷돌·화덕 등은 제주인의 실생활에 쓰여 왔다.
그 밖에도 제주를 대표하는 돌하르방·축담·동자석·환해장성·도대불·연대·방사탑 등 많은 곳에서 돌이 얼마나 유용하게 쓰였는지 알 수 있다. 시멘트와 철, 플라스틱에 익숙해진 현대에서는 돌을 실생활에 활용하던 모습이 제주에서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렇지만 돌은 곳곳에서 여전히 제주만의 멋을 전하고 있다.
#2. 여자 - 2008년부터 남자가 더 많아져 제주도는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 지역의 특성상 남성들이 어로작업을 하다가 해상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 '여다의 섬'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2008년부터 남성인구가 여성인구를 추월해, 제주가 '여다의 섬'이라는 별칭은 사실과 거리가 멀어졌다. 다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전국평균을 크게 상회해 강인한 제주 여성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주요통계지표'에 따르면 1873년 제주도의 인구는 총 8만7927명이고, 이 중 여자가 4만7961명이었다. 또 한국전쟁 이후 실시된 1953년 인구조사에서는 제주 인구가 남자 10만9907명, 여자 13만8984명 등 24만8891명으로 파악됐었다.
하지만 '여다 현상'은 여자가 남자보다 236명이 많은 2007년이 마지막이었다. 2008년부터는 남자 28만2937명, 여자 28만2582명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355명 많아졌다. 2009년은 남자 28만4256명, 여자 28만3657명, 2010년은 남자 28만8917명, 여자 28만8270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2009년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0.7%로 전국 최고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전국평균인 50%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3. 바람 - '바람의 고장' 제주, 최강은 고산과 마라도제주의 해안가 평균 풍속은 7.0∼8.0m/sec으로 경제성 기준인 6.0m/sec도 훌쩍 넘어선다. 특히 서부지역이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바람의 고장'인 제주에서 가장 바람이 센 곳은 어디일까. 제주도가 2011년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본섬 19곳, 부속섬 4곳 등 23개 풍속관측지점에서 연간 평균풍속(초속)을 조사한 결과, 제주시 고산과 국토 최남단에 있는 부속섬인 마라도가 6.9m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서귀포시 가파도 5.7m, 우도 5.4m가 3·4위를 차지했고 서귀포시 모슬포와 추자도가 초속 4.3m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제주시 구좌 4.1m, 서귀포시 하원 3.8m, 제주시 한림 3.7m 순이었다. 특히 고산은 겨울철 평균 풍속이 초속 9.3m로 마라도 8.3m, 가파도 7.4m, 모슬포 5.2m에 비해서도 격차를 보이며 1위를 차지해 제주에서 가장 거친 바람이 부는 곳으로 나타났다.
관측지점 가운데 풍속이 가장 약한 곳은 한라산 진달래밭·윗세오름 2.1m, 한라산 어리목·서귀포시 중문 2.4m, 제주시 유수암 2.6m, 서귀포시 가시리 2.7m 등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