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중증장애인 아동을 알몸목욕 장면을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가브리엘의 집을 방문한 나 후보는 조명까지 설치한 상태에서 목욕장면을 공개했다.
오대양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을 대하는 나 후보 측의 태도였다. 장애인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불거지자 나 후보 측은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기자들에게 목욕 장면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들어온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오히려 '자위대 행사' 거짓 해명에 이어 또 다른 거짓말 논란을 불러왔다. 현장을 취재했던 영상 촬영 기자들이 "비공개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실제 현장에서는 나 후보는 물론 보좌진 어느 누구도 취재진에게 '비공개 협조'를 구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자들이 통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취재를 시작했더라도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촬영 자제를 요청할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방치한 것이다. 나 후보 캠프 관계자 누구에게도 장애인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먼저 찍어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나 후보는 목욕이 끝날 무렵 카메라 앞에서 "아줌마가 목욕 시켜줬는데 뽀뽀 한번 해주라"고 하면서 다정한 포즈까지 취했다.
정치권 예방주사 맞았지만... 사라진 나경원의 면역력물론 '이미지 정치'를 위해 장애인 인권을 침해한 '알몸 목욕' 사건이 처음 있는 일이라면 혹시 너그럽게 정상참작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미 똑같은 사건으로 예방 주사를 한방 맞은 적이 있다.
7년 전 경기도 일산의 한 복지시설에서 30세 남성 지체장애인을 취재진 앞에서 알몸으로 목욕시켰다 호된 비판을 당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사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 최고위원은 물론 목욕 장면을 취재해 내보낸 언론들까지도 거센 비난을 들어야 했다. "취재진을 통제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는 해명으로 무마하려다 비난을 키운 것도 이번과 비슷했다.
그럼에도 나 후보는 "봉사하러 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씀 드리고 싶지 않다"는 말로 회피하는데 급급하다. 자위대 50주년 기념행사 참석 관련 거짓 해명 논란에 대해서도 "더 이상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답변을 피한 것과 같은 행태다.
사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의 어머니이자 초선 의원시절부터 '장애아이 We Can'을 만들어 장애 아이들의 인권 문제와 차별 해소 방안을 연구해온 나 후보로서는 '장애인 인권에 대한 의식이 없다'는 비난에 억울한 점이 없지 않을 것이다. "저는 장애인 인권 부분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생각했고 활동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는 그의 말에선 그런 억울함이 뚝뚝 묻어난다.
하지만 장애인 인권을 위해 평소 노력해 왔다는 게 정상참작의 사유가 될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면책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평소 장애인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자부심 혹은 자만이 타의로 알몸을 보이게 된 장애 청소년의 처지와 그 모습을 언론을 통해 지켜봐야 했던 장애인들이 느낀 수치심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온 원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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