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노 대통령 사저, 대변인으로서 문제제기"
박 "병역기피는 여당 전매특허, 후안무치"

마지막 TV 방송토론...야권연합·도덕성 문제 두고 격돌

등록 2011.10.14 09:11수정 2011.10.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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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가 13일 밤 MBC 후보초청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남의 힘으로 지지율을 올리고 자리를 나누는 부채 시장을 뽑겠냐, 서울의 곳간 살림을 맡겼을 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후보에게 표 주겠냐. 아니면 책임 있게 정책 펴고 알뜰하게 살림 챙길 맏며느리같은 후보에게 표를 주겠냐. 나경원이라면 안심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안철수와 나를 불러낸 건, 잘못된 정치다. 반성하지 않는 한나라당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심정에서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 시민들은 지금 새로운 정치와 비전을 바란다. 나는 시민 옆에서 늘 새로운 변화를 만들었다. '내 삶을 바꾼 첫 시장'이 되겠다."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

13일, MBC를 통해 생중계된 서울시장 후보 마지막 방송 토론회에 임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의 여·닫는 말이다. 여기서 나 후보의 키워드는 '박원순의 불안함 vs 나경원의 안정감'이었다. 박 후보의 키워드는 '구 시대 정치 한나라당 vs 새로운 정치 박원순'이었다.

두 후보는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보이기 위해 혹은 상대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기 위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섰다. 이미 3차례의 토론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두고 논박을 주고 받은 터라, 이날 토론회에서는 새로운 의제를 꺼내기보다는 이제까지 토론·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상대 후보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도시 경쟁력] "광화문 침수됐는데 경쟁력?"-"공원 많아 공기 질 좋아져"

'진정한 도시 경쟁력이 무엇인가'는 주제를 먼저 제기한 것은 박 후보였다. 그는 "나 후보는 서울시 도시 경쟁력이 9위라고 자랑했는데 그러면 왜 시민들의 삶은 어려워졌냐"며 "나 후보가 도시 경쟁력의 패러다임을 잘못 잡았다, 오세훈 전 시장 덕분에 공기가 맑아져 하얀 와이셔츠를 며칠 더 입게 된다고 홍보할 게 아니"라고 말했다. '도시 경쟁력'에 대한 기준을 '시설'의 측면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는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든 지난 시정에 대해 한나라당은 사과해야 한다"며 "오 전 시장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 받고 있는 나 후보가 오 전 시장과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이 시장 후보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늘 전 시장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한다"며 불만을 토로한 나 후보는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 소프트웨어 시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 전 시장 때 외국인들로부터 환상적이라고 칭찬 받는 교통환승체계가 만들어졌고, 오 전 시장 때 공원을 많이 만들어 공기의 질이 좋아졌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올해 7월이 기억나지 않느냐, 광화문이 침수됐고 우면산 산사태로 사람이 죽었다"며 "도시의 기본인 안전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도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반박했다.

[갈등조정 능력] "소통 잘할 것 같은 사람 1위"-"화해 잘하기로 유명한 판사"

두 후보 모두 '갈등 조정 능력'에 있어서 본인의 강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한 언론사 발표에 따르면 가장 소통 잘할 것 같은 사람 1위로 뽑혔다"며, 나 후보는 "판사 시절 화해를 잘시키는 걸로 유명했고 갈등 당사자의 이야기를 꼼꼼히 듣는 걸 잘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동시에 상대 후보의 갈등조정 능력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박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사저를 지을 때, 나 후보는 '성주처럼 살겠다는 건가, 노무현 타운 만들겠다는 건데 발상이 경의롭다'고 했다, 그럼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꼬집었다.

나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 사저에 대해 얘기할 당시 대변인으로서 상대의 문제점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박 후보야말로 시민단체 출신으로서 문제제기는 잘하지만 문제해결은 약하지 않느냐"고 되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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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가 13일 밤 MBC 후보초청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야권연대 & 도덕성] "수십 억 재산가진 후보 감싸며 월세 내는 날 공격"

나 후보에게 '박근혜 전 대표'라는 지원군이 있다면, 박 후보에게는 '야당과 시민사회'라는 연합군이 있는 상황. 나 후보는 이러한 연합군에 대해 "가장 정치적인 모습이 야권단일화"라며 "각각의 정당은 정책이 굉장히 다른데 어떻게 연대하겠느냐"고 따졌다.

박 후보는 "원칙 없는 연합이라고 했는데, 10개의 공약에 대해 모두가 합의해서 단일화를 이끌어낸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장·정부를 책임져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 서로 다른 정치세력이 연합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박원순이라는 사람 때문에 야권이 다 합쳐진 아름다운 연합군"이라며 맞섰다.

나 후보는 지난 TV 토론에서 언급한 바 있는 "서울대 사회계열 재학 중 중퇴인데, 법대 중퇴라고 저서 이력에 적힌 것"을 문제 삼았다. '학력 위조'라는 것이다. 박 후보는  "당시에는 사회대학이 법대와 합쳐져 있었고 법대를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었다"며 "나는 학벌에 관심이 없다, 포털에서 약력을 검색하면 내 학력에는 서울대는 아예 없고 단국대학교 졸업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 후보가 "관심이 없는데 책에는 왜 서울대 법대 중퇴라고 썼냐"고 재차 묻자, 박 후보는 "한나라당이 정말 네거티브 공격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총출동해서 대정부 질문에서 나에 대해 집중포격을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박 후보는 "병역을 검증한다며 13살에 입양된 사실을 문제삼고 재산을 검증한다며 수십 억 원의 재산을 갖고 있는 후보를 감싸면서도 1억 보증금에 월세 내는 나를 공격한다"며 "병역기피·위장전입·재산문제·탈세는 한나라당의 전매특허인데 후안무치에도 분수가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기타] 시장이 되면 집무실에 가져가고 싶은 세 가지는?

두 후보의 치열한 공방 속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자, 사회자는 쉬어가는 차원에서 두 후보에게 애창곡을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의 한 소절을 불렀고, 나 후보는 민망한 듯 머리를 매만지며 '서울의 찬가'를 불렀다. 긴장감이 팽팽해져 있던 두 후보의 얼굴이 환한 웃음으로 채워진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이었다.

또, 각각에게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선거운동을 함께한 소감을 묻자 나 후보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하나 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오늘 선거운동에서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 당이 신뢰 받는 첫 걸음이 된 것 같다, 박 전 대표의 지원이 든든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야권단일후보로서, 출정식에는 나머지 야당 대표와 시민사회가 함께했다"며 "너무나 든든한 연합군"이라고 답했다.

두 후보에게는 '시장이 되면 집무실에 가져가고 싶은 세 가지'라는 질문도 던져졌다.

박 후보는 "경청 투어를 십 여 차례 하며 시민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정책으로 수용해 정리하고 있다, 시민들이 자신의 희망과 소망을 포스트잇·편지 등으로 전달해주는데 이것은 바로 변화에 대한 갈망이다"며 "이를 잊지 않기 위해 시장이 돼도 첫째, 둘째, 셋째도 변화에 대한 시민의 갈망, 그 마음을 가져가고 싶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시민들 만나면서 들은 얘기를 적은 수첩과, 의원실에 걸린 흥국일념이라는 글씨, 가족사진을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TV 토론 #박원순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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