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춘천박물관 산책로에서 만나는 석조 유물들. 문인석 등은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유물들이다.
성낙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우리나라는 곳곳에 유물이 산재해 있다. 사람들과 차량의 왕래가 잦은 도시는 물론이고, 인적이 드문 강원도 산골의 어느 한적한 길가에도 유물 한두 점이 외롭게 서 있는 것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너무 흔해서 귀하게 여기고 소중히 보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문제다. 밭 한가운데 어린아이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철제 울타리를 둘러쳐 놓은 게 전부인 탑들이 그 자리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서 있을 수 있을지 안쓰러울 때도 있다. 그렇다고 그런 탑들을 모두 박물관 안으로 옮겨 놓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는 유 교수의 말은 우리 국토 안에 존재하는 유물과 유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할지를 말해준다. 박물관 안에 전시돼 있는 유물을 함부로 대할 수 없듯이, 국토 전체를 하나의 박물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 땅 어느 곳에 존재하는 유물이든 함부로 대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다.
세월의 이끼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유물들, 오랜 풍상에 표면이 서서히 바스러지고 있는 게 눈에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그 유물들은 사실 그 자리에 서 있는 게 더 자연스럽다. 그 유물들은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생생하게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유 교수가 말한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는 표현은 '전 국토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는 말로 바꿔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