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기사 쓴 이유, '세남자' 때문입니다"

[찜! e시민기자] 고향 여수 소식 전해주는 황주찬 시민기자

등록 2012.09.20 14:58수정 2012.09.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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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세 아들 모두에게 봉숭아 물을 들여주는 아빠. '아들 바보'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요. 비닐을 조그맣게 잘라 손가락 하나하나를 싸매는 모습을 떠올리면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찜 e시민기자는 '아들 바보' 황주찬 기자입니다.


'아들 바보', 어디까지나 제가 붙인 별칭이지만, 역시 인터뷰 중간 중간 사랑스런 삼형제 얘기가 등장합니다. 꾸준한 기사쓰기의 비결도 바로 이 세 아들들에게 있답니다. 사는이야기뿐 아니라 여수엑스포·아파트 공사 논란 등 연성·경성 기사를 넘나들며 쓰는 황주찬 기자는 어떤 사안이든 차근차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것 역시 '아이들' 덕분이라네요.

"앞으로도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기록해, 아빠의 정성을 물려주고 싶다"는 황주찬 시민기자를 이번주 찜 e시민기자로 소개합니다.

☞ 황주찬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여수 태풍 취재, 솔직히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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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찬 시민기자 ⓒ 황주찬


-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전남 여수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역 인터넷 신문인 <여수넷통> 기자이기도 합니다. 세 아들과 함께 오순도순 살고 있습니다. 세 아들 자라는 모습이 참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아이들 커가는 모습을 사진과 글로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발 빠르게 취재해주신 태풍 산바 기사 잘 봤습니다. 여수 상황은 괜찮나요?
"제16호 태풍 '산바'가 여수를 빠르게 통과했습니다.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피해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오동도 방파제 난간이 파도에 떨어져 나갔고 만성리 해수욕장과 잇닿아 있는 횟집들은 검은 모래를 뒤집어썼죠. 모래가 집안까지 밀려들었더군요. 태풍이 여수를 강타할 때 취재에 나섰는데 무서웠습니다. 그 상황에서 한 번 더 취재하라고 하면 딱 잘라 거절했을 겁니다."

- 얼마 전 세 아들 봉숭아물 들였다는 기사도 봤습니다. 세 아들 키우기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세 아들, 정말 개구쟁이들입니다. 산에서 온갖 돌과 풀 그리고 나뭇조각을 호주머니에 쑤셔 넣어옵니다. 아내에게 혼나도 영 고칠 생각을 않더군요. 때문에 아내가 빨래할 때면 꼭 아이들 호주머니를 검사합니다. 특히, 아빠를 상대로 나무타기 훈련을 하는데 머리까지 기어오르면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소중한 머리카락을 붙잡고 매달리면 통사정을 해야 합니다. 그 외에도 소동 일으킨 일을 적자면 끝이 없겠지만 이쯤해서 줄이렵니다."


- 예전에는 사는 이야기 기사를 많이 써주셨는데 근래에는 여수 엑스포 등이 있어서 그런지 사는이야기 기사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최근 시민단체 활동을 접고 직업기자로 나섰기 때문이겠죠. 아무래도 '사는이야기' 기사보다 여수 지역 소식을 더 많이 쓰게 되더군요. 하지만 틈틈이 아이들 커가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노력합니다."  

- 여수 엑스포 소식을 참 다채롭게 전해주셨어요. 지난달 12일 엑스포가 끝난 후 여수 분위기는 어떤가요?
"여수세계박람회장 사후 활용을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정부에서는 손을 떼려고 민간업자를 끌어들일 모양입니다. 여수시는 특별법을 통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박람회장을 관리했으면 하는 눈치고요. 이래저래 말 많았던 박람회는 끝이 나서도 사후 관리로 시끄럽습니다."

- '여수 엑스포 전문 기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텐데, 엑스포를 취재하면서 느낀 성과와 보완점이 있다면요?
"여수세계박람회를 통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전문 영역에 있는 분들과 대화하면서 스스로 배운 점이 많았죠. 열정 가득한 분들이 전해준 이야기는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큰 힘이 될 겁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독자들 가슴을 따듯하게 만드는 기사를 많이 쓰지 못했습니다. 93일간 열렸던 박람회장에서 고생하신 분 참 많거든요."

"가을 여수 별미는 뭐니뭐니 해도 '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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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에서 황주찬 시민기자 ⓒ 황주찬


- 가을이 성큼 다가왔는데 이때 먹으면 좋은 여수 별미 하나만 독자 분들께 추천해주세요.
"이맘 때는 집 나간 며느리도 불러들인다는 전어가 제 맛입니다. 전어회와 회 무침 그리고 전어구이를 생각하면 금세 입안에 침이 고이죠. 여수에서 나고 자라 전어는 실컷 먹었지만 가을이 오면 꼭 전어를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계절을 맞는 느낌이 든다니까요."

- 2010년 7월 첫 기사를 쓰셨더라고요. 시민기자 활동 2년차에 접어들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요즘 대선후보들이 너나없이 복지를 외치고 있습니다. 모두가 편한 사회를 만든다는데 목소리만 높여서는 안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2011년 11월에 쓴 '미라상태... 8개월간 그의 죽음 아무도 몰랐다'라는 기사가 떠오릅니다. 취재를 통해 한국의 사회복지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8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의 죽음을 몰랐다는 사실이 섬뜩하더군요.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 하면 안 되겠죠."     

- 2년 넘는 시간 동안 매주 1개 이상씩 꾸준히 기사를 써주고 계신데 오랜 시간 꾸준함을 이어가는 비결이 뭔가요?
"세 아들 덕분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이 너무 재밌잖아요. 녀석들 말 한마디에 숨넘어가도록 웃었던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 재밌는 사건을 글로 쓰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 어려운 사안도 구어체로 조목조목 잘 풀어주시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구어체를 고집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아이들 이야기를 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구어체를 쓰게 되더군요. 아이들에게 들려 줄 이야기를 적는다는 느낌으로 글을 씁니다. 때문에 쉬운 단어와 간단한 문장을 찾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꼭 되묻습니다. 어쩌면 두 번 말하는 일이 귀찮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 앞으로 꼭 쓰고 싶은 기사가 있다면?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세 아들은 커가면서 좌충우돌 할 겁니다. 그 모습을 꾸준히 기록하고 싶습니다. 아직까지는 초상권에 대한 말이 없으니 부담 없이 기록해 둬야지요. 아이들이 커서 기사를 보면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면서 흐뭇해하겠죠. 큰 재물을 물려줄 형편도 아닙니다. 아빠의 정성을 전해줘야지요."

- 끝으로 독자나 편집부 등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마이뉴스>를 읽으시는 많은 독자들에게 글을 써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내친김에 기사로 올려보기도 하고요. 저도 글을 쓰면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기사를 쓰려고 거친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따뜻한 숨결을 느낄 만한 일이 많거든요."
#황주찬 #찜 E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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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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