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통령선거 난타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선 후보와 참모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의 공약과 주장을 쏟아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날마다 후보와 핵심 참모들의 발언을 모니터해 신뢰할 만한 각종 데이터를 통해 검증할 것입니다. 사안에 따라 누리꾼이 직접 참여하는 '함께 검증하는 뉴스'도 운영할 것입니다. 대선후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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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사실검증팀] 구영식 김도균 홍현진 박소희 기자 / 그래픽 고정미
"저희가 민주당에 요구했던 것은 인적 쇄신이 아니었다." (18일, 광주·전남 지역기자 합동인터뷰"
지난 주말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 국면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18일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퇴진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따라 이날 오후 8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전격 회동했다.
냉각기임에도 2차 회동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진 데에는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퇴진 선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 안에서 이러한 소식을 전해들은 안철수 후보는 "저희가 민주당에 요구했던 것은 인적 쇄신이 아니었다"며 "정치관행의 수정을 요구했었다"고 말했다(<한겨레> <뉴스1> ). '이해찬-박지원 퇴진'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안 후보 "계파 만들어 계파이익에 집착해..."
안 후보의 주장처럼 안 후보나 캠프 참모 중에서 공개적으로 '이해찬-박지원 퇴진'을 주장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안 후보 쪽에서 "새정치"나 "정치혁신"을 명분으로 사실상 '이해찬-박지원 퇴진'을 요구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은 적지 않다. 여기에 맞추어 민주통합당에서도 '이해찬-박지원 퇴진'을 신중하게 고민해왔다.
먼저 안 후보는 지난 18일 이해찬 대표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퇴진 선언 소식을 전해들은 뒤 "이해찬 대표가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결단을 내리셔서 진심으로 존중의 마음을 드린다"며 "그 뜻이 헛되지 않도록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조선일보>)
이는 "저희가 민주당에 요구했던 것은 인적 쇄신이 아니었다"는 발언 바로 뒤에 나온 것이라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의 발언이 '후보 단일화 협상의 걸림돌이 제거됐으니 조만간 후보 회동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오후 8시 두 후보의 회동이 이루어졌다.
앞서 지난 2일 안 후보는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3제주희망콘서트'(<연합뉴스>)에서 민주통합당을 향해 이렇게 지적했다.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는 민주당 지지자 분들은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에 열심이었고, 희생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분들도 있다. 그분들도, 지지자들도 잘못은 없다. 오히려 계파를 만들어 계파이익에 집착하다 총선을 그르친 그 분들 책임이다."
"계파를 만들어 계파이익에 집착하다 총선을 그르친 그분들 책임"이라는 발언은 이해찬 대표 등 친노그룹은 물론이고, 지도부 경선 당시 이 대표와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던 박지원 원대표까지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공개적으로 '인적 쇄신'을 요구한 대담한 발언이었다.
또한 안 후보쪽은 지난 14일 후보 단일화 협상을 중단한다고 선언했고, 이후 '선 혁신, 후 협상' 원칙을 고집해왔다. 민주통합당이 먼저 '내부혁신'을 한 뒤에 후보 단일화 협상을 다시 열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도 지난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이 요구하고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당 혁신 과제를 실천에 옮겨 달라"고 거듭 민주통합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머니투데이>).
문제는 안 후보쪽에서 제기하는 '민주통합당 내부혁신'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 안 후보 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은 "안경환 민주통합당 새정치위원회 위원장이 '계파적 기득권 구조'를 포함한 당의 개혁을 이미 언급했다"고 말했다(<경향신문>). 언론들은 유 대변인의 발언도 '인적 쇄신 요구'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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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쇄신 시민의견 제안서에도 '지도부 2선 후퇴'가 명시돼 있다. ⓒ 오마이뉴스
민주당 쇄신 시민의견 제안서에 "지도부 퇴진" 등 명시돼 있어
하지만 지난 5일 '새로운 정치위원회'(새정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안경환 위원장이 명시적으로 '계파적 기득권 구조'를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그는 지난 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진행자와 이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손석희 "인적쇄신 얘기를 하면 안 후보 쪽에서는 인적 쇄신을 구체적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얘기합니다만 얘기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인적 쇄신 문제는 그대로 이해찬 대표나 박지원 원내대표와 연결된다."
안경환 "(이해찬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그분들이 공이 많은 분들인데 만약에 지금 현재에 그분들이 있음으로 해서 선거에 걸림돌이 된다고 한다면 뭔가 가시적으로 조치가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거기에 대해선 확실하게 어느 쪽이라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 같다. 그 논의는 더 해봐야 한다. (중략) 안철수 후보 쪽에서 제기하는 문제에는 인식이 공유되더라도 해결 방법은 좀더 심도있게 논의하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 것이고, 자연적으로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이를 통해 "안철수 후보쪽에서 제기하는 문제"에 인적 쇄신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안 위원장도 잘 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어 진행자가 "위원장으로 오기 전에 이미 새정치위원회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 바가 있다"고 지적하자 안 위원장이 이렇게 답변했다.
"저도 그 문제가 제기된 걸 알기 때문에 이제는 거의 제 일로 받아들여서 적극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고 상의하겠다. 아마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다."
이어 안 위원장은 "선거에 지장이 없도록 결론을 낼 것"이라며 "좌우간 지금 현재로선 단일후보를 만들어서 이 선거에 이겨야 되니까 모든 걸 거기에서 맞춰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와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도록 '인적 쇄신' 등 당내 혁신문제를 처리하겠다는 뜻이 분명하게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 10월 30일 시민캠프에서 공개한 시민의견 제안서('민주당의 혁신을 바란다')에도 정책당원제도 시행과 지역 공천권 부여, 강제당론 폐지 등과 함께 현 지도부 2선 후퇴와 친노그룹의 백의종군이 민주당 쇄신안으로 제시돼 있다(<오마이뉴스>).
<중앙일보> "안 캠프 관계자가 이해찬 대표를 '충치'에 빗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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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후보 캠프 유민영 대변인이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 오마이뉴스
이해찬 대표의 핵심측근으로 알려진 김현 대변인도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철수 후보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안철수 캠프측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그 다음에 지도부 사퇴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고 말했다.
사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당 안팎의 기류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안 후보쪽에서 후보 단일화 협상 조건의 하나로 이를 제기하지 않았더라면 대선을 앞두고 '직선 지도부'를 퇴진시키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 후보쪽에서 모호한 화법으로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조직동원 등 구태정치 청산 외에도 인적 쇄신이 후보 단일화 협상의 주요한 조건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후보쪽은 민주통합당 지도부 총 사퇴 선언 이후에도 여전히 모호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유민영 대변인은 19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 스스로 쇄신해야 하는 문제를 저희가 기준을 설정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내부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17일자 <중앙일보>는 "16일엔 안 후보 캠프 관계자가 이 대표를 빗대 '충치는 뽑혀야 한다'는 표현도 썼다"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에는 나오지 않은 기사였다. 이어 이 신문의 남윤호 정치부장은 19일자 칼럼에서 "얼마 전 안철수쪽의 한 철새가 민주당 대표를 '충치'라고 비난"했다고 썼다.
안철수 후보 캠프의 핵심인사인 A씨가 이해찬 대표를 "충치"에 빗대며 "충치는 뽑혀야 한다"고 말했다는 얘기다.
직·간접적인 통로를 통해 이러한 분위기와 요구를 전해받은 민주통합당이 선대위에서 핵심 실무라인을 구축하고 있던 '친노 9인방'을 퇴진시켰고, 뒤이어 지도부까지 전원 퇴진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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