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불쌍하다"..." 이래 되가 부산은 우짜노"

[대선민심 - 부산] 부산 시민들 '실망' 표출... 단일화 효과는 아직 미미

등록 2012.11.27 09:16수정 2012.11.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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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천 4동에서 만난 (왼쪽부터) 최정석(73), 김재탁(62), 추도식(53)씨. ⓒ 김다솜


"우리 범천 4동에서 대통령이 나왔다 하모 얼마나 좋은교. 근데 안철수 사퇴하는 바람에 지금 주민들 입이 다 튀어나왔다이가."

부산 진구 범천 4동.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부친 안영모 원장이 지난 4월까지 범천의원을 운영하던 곳이다. 안철수는 대학 입학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범천 4동에 있는 추어탕 식당에서 김재탁(62), 추도식(53), 최정석(73)씨를 만났다. 식당 벽에 걸려 있는 TV에서는 박근혜-문재인 양자 대결에 관한 뉴스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저번에 범천의원에 진료 받으러 가니까 전화선이 빠져 있대. 그래서 내가 와 그런가 물어 봤거든. 안 박사가(안철수 후보) 서울시장 나간다꼬 하는 기라. 내가 그때 '서울시장 나갈 바에 대통령 나가삐지'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 했는데, 진짜로 이번에 나갔다 아이가. 그거 때메 안 원장님이(안영모 원장) 걱정이 많았다. 사모님하고 며느리하고 전부 다 말리고 난리가 났다고. 근데도 기어코 (안철수 후보가 대선에) 나가노코 결국 일이 이래 되가 우짜겠노."

이들은 모두 안철수의 대통령 후보직 사퇴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재탁씨는 마시던 술잔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김씨는 "우리 동네에는 약 1만 명이 사는데 55세 이상이 53%"라며 "모두 보수층이었지만 안철수 후보가 나온다는 말에 많이들 찍겠다고 난리였다"고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안철수 사퇴, 부산 시민들의 반응은?

이들은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동네 재개발과 철도 정비장 문제를 해결할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범천 4동은 부산의 중심지 서면과 인접해 있지만, 철도 정비장에 가로 막혀 재개발이 늦어지고 있는 동네다. 김씨는 "안철수가 사퇴했으니 이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조용히 생선회를 먹고 있던 최정석씨가 김씨의 말을 거들었다. 범천동 경로당 회장인 최씨는 이미 새누리당에게 마음이 가 있는 상태였다. 최씨는 "우리 경로당 사람 절반 이상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식당 신암추어탕을 운영하는 추도식씨는 역정을 냈다. 추씨는 "안철수 후보가 사퇴했으니 박근혜랑 문재인만 남았는데, 둘 다 뽑고 싶지 않다"며 "이번에 기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엔 문재인 후보가 다닌 경남고등학교가 있는 서구 동대신동으로 향했다. 성준혁(가명. 73)씨는 46년 동안 이 지역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주말마다 구덕문화장터에 나와 골동품을 판다.


구덕문화장터에서 만난 성준혁(가명.73) 씨가 단골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다솜


"대통령 선거에서는 1등만 뽑지 않습니까. 안철수 혼자서는 절대로 1등 못합니다. 계속 고집 세우고 버틸 바에는 차라리 사퇴하는 게 낫지요."

성씨의 말이다. 이번엔 부산의 중심지 서면으로 발길을 옮겼다. 밤이 되자 서면은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민경(22)시는 "단일화 과정에서 생긴 마찰을 보니 두 후보(문재인, 안철수)의 진정성에 의심이 갔다"며 "그런데 안철수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는 걸 보니 동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던 친구들조차 '안철수 불쌍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서면 밀리오레 입구에서 만난 양선화(35)씨 역시 안철수 후보에게 동정심을 표했다. 양씨는 "어릴 때부터 '안철수 신화'를 보고 들으며 자랐다, '안철수 신화' 때문에 내가 대학 다닐 때는 컴퓨터 관련 학과의 경쟁률이 엄청났다"며 "30대들에게 안철수는 우상인데, 이렇게 끝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커진 '안철수 동정론'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25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철수 지지층 26.4%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후보에게는 50.7%가 옮겨갔다. '아직 누구를 지지할지 선택하지 못 했다'(모름, 무응답)는 견해는 21.9%였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5%p)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지지층 중에서 유보적 태도로 넘어간 이들은 20~30대와 서울·수도권 및 부산·경남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며 "이들은 이전에도 투표의지가 높지 않았으나 안철수 현상으로 선거에 관심을 보이게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선거 상황에 따라 투표 참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엔 부산 자갈치시장으로 향했다. 겨울을 맞이한 자갈치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장 입구에서 고기를 손질하던 김혜자(가명, 84)씨는 안철수 사퇴 이후 박근혜 후보 지지로 마음이 굳어졌다. 김씨는 "이럴 줄 알았다"며 "야권은 만날 싸우기만 한다"고 비난했다.

자갈치 시장에서 고성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기(71)씨. ⓒ 김다솜


냉동 수산물을 취급하는 고성상회 김정기(70) 사장도 "안철수 후보는 아마추어지만 나쁜물이 안 들고 순수해 보였다"며 "안철수가 사퇴하면 나처럼 보수적인 사람들의 표가 갈 곳은 뻔하다"고 박 후보 지지를 밝혔다.  

"안철수 후보 사퇴 보고 깜짝 놀랬다이가. 그렇게 갑자기 포기하면 우짜노. 어째 그래 책임감이 없는가 모르겠네. 내는 안철수한테도 실망이고, 문재인한테도 실망입니다. 이제 민주당은 쪽박 찰 일만 남았제. 문재인이는 이제 끝났다 보면 됩니다."

부산 사직구장 입구에서 만난 조태곤(45)씨의 말이다. 손씨는 사직실내경기장에서 수영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야구 시즌이 끝나 부산 사직구장은 한산했다. 손씨는 "애초 야권단일 후보에게 표를 던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단일화'가 불발된 뒤 손씨의 마음은 달라졌다.

손씨는 "마찰이 있더라도 2002년 노무현-정몽준처럼 드라마틱한 단일화가 이뤄질 거라 생각했다"며 "끝까지 믿었던 내가 바보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PK에서 야권 단일화 효과는 '아직'

이처럼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바라보는 부산 시민의 견해는 "차라리 잘됐다" 혹은 "안타깝다"로 갈렸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24~25일 여론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상 양자 대결에서 박 후보는 48.0%, 문 후보는 43.3%를 기록했다.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부산·경남으로만 국한하면 박 후보는 50.4%, 문 후보는 32.4%로 18%p 차이가 났다.

여론조사로만 따지면 현재까지 PK에서 야권 후보단일화 효과는 미미하거나 없는 셈이다. 물론 여론조사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다.

<오마이뉴스>와 리서치뷰가 24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47.8%)와 박근혜 후보(47.2%)의 양자 대결에서 문 후보가 앞질렀다.(95% 신뢰수준에 ±2.2%p)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안철수의 사퇴로 증가한) 부동층이 관건"이라며 "아직 안 후보가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차후 안 후보의 태도와 문 후보의 대응 방식에 따라 표가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지금. 안철수 후보가 남기고간 표심이 어디로 갈 것인가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PK(부산경남) 민심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부산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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