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생방송 TV토론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안철수 후보와의 3자 토론에 이어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 토론까지 거부하면서 두 후보간의 TV토론이 성사되지 못한다면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심각해진다. 국민들의 알권리는 물론 선거과정에서 면접과 같은 중대한 토론회가 정치권에서 실종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표현대로 한국시리즈가 개막됐는데도 등판을 거부하는 모습은 분명 1등 선수답지 못한 모습이다.
박근혜 후보측의 TV토론 거부 이유가 야권 단일화 이전에는 '후보 정리'에서 '유세 일정'으로 바뀐 것은 이대로 가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거나, 양자토론을 할 경우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선 후보의 면면을 파악하고 상대 후보와 비교하면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TV토론회다. 특히 이번 대선은 양자구도로 치러지기 때문에 박근혜·문재인 양자 TV토론은 더 중요하다. 얼마 전 끝난 미국의 대선에서도 TV토론회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가두 유세나 민생 탐방, 기관·단체 방문 등을 통한 얼굴 알리기는 일방적인 홍보에 그치기 쉽다. 이에 비해 TV토론은 후보들의 능력과 자질, 정치적 소신과 철학, 비전 등을 점검하기에 더 용이하다.
후보들이 답변하고 상호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권자들이 좀더 쉽고 깊이있게 후보들을 비교·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지난 15대 대선 때부터 돈이 많이 드는 합동유세 대신 선진국처럼 다양한 방식의 후보 토론회를 도입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번 18대 대선을 앞두고 TV토론회가 사실상 실종 상태에 놓였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TV토론을 거부하는 박 후보와 그의 눈치를 살피는 방송사들의 행태가 토론회 실종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1997년 대선 때 후보 대상 TV토론회 54회, 2002년 후보단일화 토론과 법정토론을 합쳐 TV토론 27회, 2007년에는 후보 대담·토론 11회였던 것과 대비된다. 선관위가 주최하는 법정 TV토론회만 4차례 확정된 것(3자 토론 3번, 나머지 후보들 토론회 1번)을 제외하고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18대 대선은 가장 토론이 적은 선거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는 민주주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토론회는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과 선택을 돕고, 선거가 민주적으로 치러지도록 하기 위해 대다수 민주국가들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유권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답하는 것은 후보의 책임이자 의무다. TV토론은 기피한 채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다니는 후보가 과연 대통령 후보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MBC·KBS 편파방송 심각... 박근혜 헌정 방송? 박근혜 후보가 돈은 적게 들고 알 권리는 많이 충족시켜주는 좋은 선거운동 방법인 TV토론회를 거부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방송사가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편파 방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생얼'이 그대로 드러나는 양자 TV토론회에 나갈 필요가 있느냐는 것 아닐까?
낙하산 사장 저지와 공정방송을 주장하며 최장기한 파업을 한 KBS MBC 등 공영방송의 편파성 시비가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오히려 더욱 극심해지는 모양새다. 김재철 사장의 비리의혹에 이은 국회 국정감사 및 청문회 불출석 파문으로 뒤숭숭한 MBC는 트위터·누리꾼들로 구성된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의 '최악의 대선보도'에 4번 연속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KBS도 마찬가지다. 최근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등의 내부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KBS 선거관련 보도가 얼마나 편향성이 심각한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대선방송 일일모니터는 26일 KBS 9시뉴스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로고송을 소개하면서 두 후보에 대해 이미지와 영상을 편파적으로 배분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