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업체 관련 내용의 이마트 내부문서. 퇴직임원들이 대표로 있는 업체는 '당사위임', 그렇지 않은 일반 업체는 '전문용역'이라고 표시했다.
최지용
하청업체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일반적으로 원청업체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연장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기 마련인데, 이마트는 하청업체의 대표를 바꿔버렸다.
2011년 11월 14일 이마트 아웃소싱팀이 작성한 '아웃소싱 운영개선 고려사항' 문서를 보면, '1)문제 용역사 인원 정리'라는 항목에서 빌딩관리 하청업체인 '미래비엠'과 보안업체 '수호'에 대한 조치계획을 명시했다. 이마트 아웃소싱팀은 미래비엠과 관련해 "김OO 대표/ 이OO 상무 윤리사무국 감사 결과에 따른 조정 필요"라며 "이미 하OO 대표가 그만둔 상황에서 향후 상황 정리 및 분사 등을 대비해, 김OO, 이OO 중 1명은 조건부 잔류 필요"라고 밝혔다.
이러한 계획은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실제 사실과 맞아떨어진다. 하아무개 대표는 이마트 퇴직 임원 출신으로 문서가 작성되기 전인 그해 10월 13일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아무개 대표이사와 이아무개 상무도 업체 등기부상 그해 12월 31일 모두 사임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후 또 다른 이아무개씨가 등기부상 대표로 취임하지만, 5개월도 안돼 당시 퇴임한 윤아무개 이마트 전 부사장으로 교체돼 지금까지 오고 있다. 이러한 잦은 대표이사 교체는 소위 바지사장이 운영하는 업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마트의 경영간섭은 퇴직 임원이 대표가 아닌 일반 업체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보안업체 '수호'에 대해서도 "윤리사무국 감사결과에 따른 조정이 필요"하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노OO 대표의 경우, 이마트 부문의 경영에 대해서는 포기하게 하고, 수호의 이마트 부문에 대해서만 별도의 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관리인원 신규업체에 활용하라"... 하청업체 나누기이런 상황을 단순히 이마트의 '조정계획'과 하청업체의 상황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마트는 더 나아가 하청업체의 통합과 분사 등도 계획했고, 이 역시 실제로 시행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미레비엠은 1997년 신세계건설 빌딩관리사업부에서 시작돼 2003년 설립된 SM&E을 거쳐 설립됐다. SM&E는 이마트 121개점과 물류센터 5개를 독점적으로 관리해왔지만 2011년 2월 미래비엠으로 바뀌면서 이마트 68개점과 물류센터 2개만을 맡게 된다. 나머지 지점과 물류센터는 미래비엠과 같은 시기에 설립된 ETM이라는 업체가 가져갔다. 결론적으로 두 업체 모두 이마트가 SM&E를 둘로 쪼개 만든 회사였다.
또 다른 내부문서 '아웃소싱 업체운영 개선(안)'(2010년 7월 작성)에 따르면 이마트는 "SM&E의 경우 빌딩용역사와 재도급 관계를 형성하여 운영됨으로써 단일 업체에 전 이마트가 귀속되어 운영되는 현상 발생"한다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이어 'SM&E 운영방식 개선'이라는 부분에는 '분사 후 종업원 지주회사로 운영'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후 SM&E는 미래비엠과 ETM이라는 두 업체로 나눠진다. ETM의 홈페이지에는 신세계건설 빌딩사업부 사업과 SM&E 설립 등 미래비엠과 동일한 회사연혁이 공지돼 있다.
이마트는 시설 하청 분야를 두 업체로 나눈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비엠을 또다시 분사시킬 계획을 수립했다. 이마트는 위에서 살펴본 '아웃소싱 운영개선 고려사항' 문서에서 "미래비엠을 나눠 1개사를 추가 운영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ETM과 미래비엠에서 감축시키려 했던 '관리인원(미래비엠 2명/ETM 2명)을 신규업체의 경영관리팀으로 활용'한다는 계획까지 수립했다. 이마트가 하청업체 관리직원의 인원감축과 배치에도 관여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반대로 하청업체를 통합시킨 사례도 있다. 이마트는 2010년 이멘, THA, 커리어 등 퇴직 임원이 대표로 있는 보안·주차 관리 업체를 통합할 계획을 세웠고, 그 결과로 2011년에는 '홍익나라'라는 한 업체만 남게 된다. 이들 업체들이 서류상 독립된 형태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이마트가 운영해온 것이다.
하청업체 대표의 정년과 급여까지 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