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를 '야동남' 만든 누리꾼들... "그래도 재밌어요"

[찜! e시민기자] "오마이뉴스는 등용문" 윤선훈 시민기자

등록 2013.07.26 10:28수정 2013.07.2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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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2011년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을 맡은 적이 있다. '젊은 피'들과 지지고 볶으며 참 재미나게 일했지만, 괴로운 기억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기사 아이템. 대체 요즘 젊은 것들은 뭘 좋아할까, 대학에서 등록금 말고 뭔 뉴스를 더 끄집어내야 하나, 막막한 고민이 6개월 동안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 대학생기자단 담당에서 벗어난 지 1년쯤 지나 만난 한 기사가 내 무릎을 치게 했다. 서강대, 국민대, 서경대... 이것 때문에 '전쟁'. '대학의 역명 투쟁'이라는 부제를 단 기사였다. 말 그대로 지하철역 이름에 자신의 대학 이름을 넣기 위한 대학들의 투쟁기였다. '이런 아이템을 했어야 해!' 나는 속으로 자책했다. 이번 주 '찜! e시민기자'의 주인공은 나를 자책하게 만든 바로 그 기사를 쓴 기자, 윤선훈 시민기자다.

윤선훈 시민기자는 "20대가 만드는 20대 대표언론" <고함20>에서 활동하는 대학생기자다. 한 달에 한 편 정도 '잊을 만하면' 기사를 쓰지만 계절학기 등록금, 졸업생의 도서관 출입, 영어 자격시험 등 대학생들의 삶에 밀착된 주제를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이슈로 만든다. 대학 자치언론에 무한한 애정을 가진 '예비 언론인' 윤선훈 시민기자의 이야기를 25일 전화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 윤선훈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기

"100개 넘는 댓글들... '오죽 야동이 급했으면'"

 윤선훈 시민기자
윤선훈 시민기자윤선훈

- 자기소개부터 부탁합니다.
"윤선훈이라고 합니다. 올해 24살이고요. 1년간의 휴학을 마치고 올 9월에 마지막 학기로 복학합니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1년부터 학교 교지편집위원회를 했고, 작년 여름부터는 20대들이 만드는 자치언론 <고함20> 활동을 하고 있었거든요. 계속 <오마이뉴스>에도 기사를 내볼까 염두에 두고 있다가 지인의 권유를 통해 작년 9월 처음으로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제 내공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기사 송고를 다소 미루고 있었던 측면이 있었죠. 그러다가 '내가 할 말이 있어서 쓰는 기사인데, 기왕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 이후로 꾸준히 송고하고 있습니다."

- <오마이뉴스>에 실린 중 독자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기사는 무엇인가요?
"'회원가입 하는데 인증번호? 의심부터 해봅시다'라는 기사가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것 같아요. 네이버에는 댓글이 100개가 넘게 달려 있더라고요. 무슨 내용일까 기대했는데, 첫 번째는 불법다운 하다 걸린 게 무슨 자랑이냐는 거였고, 두 번째는 오죽 야동이 급했으면 그런 멍청한 짓을 했느냐는 거였죠. 되게 웃겼어요. 확실히 독자들은 기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재밌더라고요."


- 지금까지 쓴 기사 가운데 스스로 가장 재미있게 취재하고 재미있게 쓴 기사는 뭔가요?
"작년엔가 <고함20>에 장애인 스포츠 3부작 기사를 실었어요. 런던 패럴림픽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였는데, 1편에선 올림픽에 비해 방송도 거의 안 해주는 패럴림픽을 언급하면서 결국 방송사에서 얘기하는 애국심이 순수한 의미의 애국심이 아니라는 걸 비판했고, 2편에선 패럴림픽에만 있는 종목들을 소개했어요. 그리고 3편에서 한국 장애인 스포츠가 아직 열악한 처우에 머물러 있다는 걸 지적했고요.

처음에는 사실 1편에 해당하는 기사만 쓰고 끝내려고 했는데, 쓰고 보니 뭔가 아쉬운 거예요. 사람들이 장애인 스포츠에 대해 친숙하지 않다 보니까 적어도 패럴림픽에 어떤 종목이 있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2편을 썼고요,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인프라가 발전해야 장애인 선수들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3편에선 인프라 부분을 주로 지적했어요."

- 아무리 '심층취재' 기사라 해도 너무 드문드문 쓰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한 달에 한 편 꼴인데, 무엇이 기사쓰기를 방해하는지(!) 변명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일단 전 제가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자신을 채우는 일이 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 설득력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제 자신을 갈고 닦는 게 필요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아직은 아무래도 제가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는 만큼, 적게 쓰더라도 최대한 한 편 한 편 제 성에 차도록 기사를 쓸 겁니다. 아직 저는 아마추어이고, 기사 쓰는 것 말고도 할 것이 많으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불가피하게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기사를 자주 못 쓰는 측면도 있습니다."

- 자기소개에는 스포츠에 관심 많다고 해놓고(메일 주소도 왕년의 NBA 스타 이름 '에디 존스'!) 쓴 기사는 죄다 사회 기사입니다. 자신의 관심사를 살려서 스포츠 기사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올 가을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포츠 관련 리뷰도 해 볼 생각이에요. 그동안엔 블로그에 가끔 글을 올리는 수준이었는데 요즘 바빠서 블로그도 제대로 못하고 있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끝나면 블로그도 다시 활성화하고 <오마이뉴스>에 송고하려고도 해요. 특히 제가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라 롯데 자이언츠 관련 기사를 많이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스포츠 평론가들이나 여러 블로거들의 글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고요."

"어려움 속의 대학 자치언론, 기사로 꼭 쓰고 싶어요"  

- 기자는 '쓰고 싶은 글'과 '써야 하는 글' 사이에서 갈등할 때가 많습니다. 아직까지는 써보지 않았지만 앞으로 꼭 쓰고 싶은 숙제 같은 기사가 있나요?
"벼르기만 하고 못 쓰고 있는 기사가 있어요. 바로 대학생들이 만드는 자치언론들에 관한 기사입니다. 자치언론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해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대학 내외의 자치언론들이 공통적으로 처한 어려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어요. 자치언론들을 보면 정말 창간 취지도 좋고, 다들 각자의 개성이 풍부해요.

학내 자치언론의 경우는 학교가 주입하는 어떤 담론에 대해 반-담론적인 이야기를 많이 함으로써 새로운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많이 하는 편인데, 기사를 통한 담론 형성 외에도 상당히 다양한 활동을 해요. 학내의 다른 자치공동체와 연대해서 사업을 한다거나, 학내 문제에 대해 대자보 등을 통해 입장을 표명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학외 자치언론은 보다 스펙트럼이 다양하죠. 정말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색다른 시각으로 사안에 접근해요. 여기에는 <고함20>도 포함될 수 있겠지요.

상당수의 기성세대들이 그래요.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이나 스펙 경쟁 때문에 사회에 별로 관심이 없다, 자기들 앞가림에만 바쁘다고요. 그런데 대학생들이 만드는 수많은 자치언론들을 보면 그런 기성세대들의 추측이 틀렸다는 반박이 가능해요. 나름대로 정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자본 위주로 재편된 사회에서 여러 대안적 가치를 모색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요.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언젠가는 큰 힘으로 뭉쳐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래서 자치언론에 주목하는 겁니다."

- 대학의 학생자치가 많이 약화되면서 대학언론도 위축돼온 것으로 보이는데, 대학언론의 현실을 간단히 자평한다면?
"한마디로 말하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학교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도록 대학언론을 압박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자인 학생들이 거의 관심이 없어요. 최근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대학교 학보사의 발행중단 사태는 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어요. 자치언론을 만들기도 하고, 다른 학교의 언론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교류도 하고 공동 사업을 구상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과거 대학언론이 학생운동을 주도하던 시기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니까, 대학언론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들을 찾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역할은 분명히 민주-독재 양극 체제 당시보다는 더욱 다양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기사로는 대학의 '토익 줄 세우기'를 비판했지만, 기자님 역시 졸업과 취업을 위해서 토익을 배워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솔직한 심정 한마디. (관련기사 : 대학교 장학금 받으려면 토익 고득점은 필수?)
"대학교에서 토익 같은 공인영어인증시험을 중시한다는 게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제 기사에서도 언급했지만 대학교가 외부의 평가 지표를 통해 학생을 평가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점점 졸업을 하려면 더 높은 토익 점수를 받아야 하고, 토익 점수가 낮으면 장학금 탈 때도 불리해지는 경우도 있고 그래요.

결국 '전시를 위한 스펙'이 여전히 기업들에게 중요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봐요. 학교 쪽에서는 자연스럽게 스펙을 쌓도록 발판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기업이 전시성 스펙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데 불만을 가지기 이전에, 학교가 그런 걸 조장한다는 게 맘에 들지 않아요. 굉장히 화가 납니다."

- 마지막으로 정의를 부탁드립니다. 윤선훈에게 <오마이뉴스>란?
"'등용문'이자 '창구'라고 생각해요. <오마이뉴스>라는 언론이 탄생한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어요. 기자-독자로 고착화된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뒤집어 버렸으니까요. 되게 다양한 기사가 올라오잖아요. 아마 지역언론들을 제외하면, 지역에 대해 가장 자세한 기사를 쓸 수 있는 매체는 <오마이뉴스>라고 봐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기사를 쓸 수 있잖아요? 실제로 제3자인 기자의 눈이 아닌, 그곳에 속해 있는 사람의 눈으로 사건을 보니 좀 더 새롭게 다가오는 측면이 많기도 했고요.

한편으론 자치언론들도 <오마이뉴스>를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해요. 잘 알려지지 않은 언론에서도, 소규모 언론에서도 이런 좋은 글들이 많이 나온다는 걸 알릴 수 있는 통로 역할을 <오마이뉴스>가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하고 있다고 봐요. 상생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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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윤선훈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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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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