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걸로 뭐하는 짓이냐'던 사람들이 변했다"

화천 토마토 축제의 성공 스토리

등록 2013.08.07 18:43수정 2013.08.0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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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전쟁. 지난 8월2일부터 4일까지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지역에서 토마토축제가 열렸다. ⓒ 신광태


2013 화천 토마토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8월 2일부터 4일까지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일원에서 개최된 토마토축제장엔 9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다녀갔다. 관광객 숫자만 놓고 볼 때, 시골단위 단일 행사로는 놀라운 기록이다. 외국인 관광객 참여도 570명으로 집계됐다.

축제 첫날인 지난 2일 저녁 개막식 행사를 시작으로, 2일간 축제장에선 1억2000만 원 어치의 토마토가 팔렸다.


금년도는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 50일간이나 장마가 지속됐다. 농민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날씨였다. 따라서 축제를 통해 판매된 토마토는 농가에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화천 토마토 축제는 2003년에 처음 시작됐다. 올해로 벌써 11회째다. 매년 87농가 33ha의 면적에서 4000톤의 토마토가 팔린다. 연간 수익은 대략 40억 원에 이른다.

화천 토마토 축제, 이렇게 시작됐다

토마토축제를 시작하기 수년 전,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 마을사람들은 토마토를 심었다. 지금처럼 대량으로 심는 농가는 없었다. 가족들이 먹을 만큼, 또는 도시에 사는 친척들에게 선물로 보내 줄 만큼만 심었다.

토마토를 선물로 받은 친지들은 그것을 또 지인에게 선물로 보냈다. 토마토를 받은 사람들은 "토마토가 찰지다" 또는 "당도가 타 지역에서 재배된 토마토보다 뛰어나다" 등의 평가를 내렸다. 그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토마토 주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토마토면 다 같은 품종이지 뭐가 다르다고 그래?"

농민들 스스로 반신반의했다. 대학 등지의 전문가를 찾아 성분분석을 의뢰했다. 결과는 준고랭지라는 지리적 특성, 깨끗한 물, 토마토 재배를 위한 토질 및 적합한 기후 때문에 우수한 품질의 토마토가 생산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순히 먹기 위해 토마토를 심던 농민들이 판매목적으로 재배를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한 집 두 집 토마토를 심는 농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축제를 열자. 그래서 이곳 토마토의 우수성을 알리자."

2003년, 당시 초선 군수인 정갑철씨(현 3선 군수)는 토마토 축제를 제안했다. 반응은 시큰둥했다.

"먹는 것 가지고 뭐하는 짓이냐."

즐겁기 때문에 축제다. 토마토 풀장, 토마토 축구장 등 역동적인 분위기 연출이 필요했다. 그러나 다수의 주민들은 먹는 것을 짓밟고 뭉갠다는 것에 반대했다.

외국의 성공 모델 직수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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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반지찾기.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 신광태




처음 마을잔치 형식으로 작게 시작한 토마토 축제. 본격적인 축제기간 2일 동안 10만여 명의 관광객 참여가 이어지면서 전국 유명축제로 발돋움했다. 짧은 축제기간 중 1억 원이 넘는 토마토가 즉석에서 판매된다. 축제기간 여름철 계곡을 찾는 피서객들을 타깃으로 삼은 콘셉트가 주효했다. 매년 8월에 축제를 여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마토축제는 20여 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단연 '토마토 반지찾기'다. 넓은 공간을 만들어 토마토를 펼쳐 놓고, 한 번에 1돈짜리 모형반지 여러 개를 넣어 관광객들이 그것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반지를 찾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들에 의해 축제장은 난장판으로 변한다. 모형반지를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실제반지(1돈)로 교환해 준다.

축제기간 2일 동안 투입되는 반지는 20돈. 토마토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옷은 온통 붉은 토마토 빛이다. 너나할 것 없이 토마토로 물들었기 때문이다. 반지를 찾으면 찾아서 좋고, 못 찾아도 함께 해서 즐거운 축제. 관광객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토마토를 던지고 물을 뿌리며 즐거움을 만끽한다. 때문에 축제장에선 깨끗한 옷을 입고 활보하는 사람들이 더 머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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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의 스파게티. 천명이 먹을수 있는 스파게티가 만들어진다. ⓒ 참뉴스 제공


일시에 1000명이 먹을 수 있는 토마토 스파게티도 등장한다. 일명 '천인의 스파게티'. 커다란 가마솥 모양의 바구니 주위엔 화천군수를 비롯한 기관장, 토마토 작목반원들이 모여 스파게티에 토마토로 만든 소스를 섞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파게티는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축제 때는 별도의 간식이 필요 없다. 스파게티 하나로 충분하다.

길지 않은 역사를 간직한 화천 토마토축제. 이 축제를 만든 정갑철 화천군수를 통해 성공비결을 들었다.

"축제 반대했던 사람들이 더 좋아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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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축제에 대해 설명하는 정갑철 화천군수 ⓒ 신광태



- 화천 토마토축제를 처음 구상할 때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뷰놀'을 모델로 했다고 들었다.
"처음 축제를 시작할 때 지역 토마토 작목반원들과 스페인을 다녀온 적이 있다. 세계 각지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단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토마토전쟁의 참가를 위해 참석한 광경을 보고, 어떤 콘셉트인지 매우 궁금했다. 그런데 특별한 것도 없더라. 그냥 토마토를 서로 던지고, 물을 뿌리고 웃고 즐기기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도 그때에 알았다.

시내 한복판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건물에 온통 토마토가 엉겨 붙어도, 지나가는 행인들이 토마토에 맞아도, 아무도 짜증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하기로 하고, 축제기간 중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토마토를 던지고 물을 뿌렸더니 화를 내며 싸울 듯이 덤비더라(웃음). 그래서 이건 '국민 정서의 차이다'는 생각에 우리 실정에 맞도록 바꾼 것이 '토마토 반지 찾기'와 '천인의 스파게티' 등의 프로그램이다."

- 여러 해 지나다 보니 참여한 관광객들의 패턴도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스페인 때문에 많이 알려져서인지 토마토축제장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그런데 '토마토 반지 찾기' 행사를 보면 외국인들은 '반지찾기'보다 토마토 풀장에서 관광객들과 뒤엉켜 즐기는데,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오직 반지 찾는 게 목적인 것처럼 보였다. 이것 또한 정서상의 차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토마토축제장을 찾는 관광객들은 (금반지가 목적이 아닌) 즐기기 위해 참여하는 분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관광객들 스스로 즐기기 위한 축제를 만들어가는 추세라고 할까."

- 처음 축제를 열 때 축제장 인근 상인들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외곽 공터에서 개최된 적도 있는데 올해는 시내 한복판에서 열었다.
"처음 축제를 시작할 때는 상인들의 반대도 있었다. 축제가 '토마토 농가'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서인지 잘 협조가 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은 시내 상인들의  마인드가 크게 변했다. 축제장에 참여한 관광객들에게 자신들이 경영하는 상가도 홍보하고, 축제로 인해 그 마을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듯하다."

- 과거 축제장 행사용으로 투입되는 토마토 때문에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한다'라는 생각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사실 행사에 사용되는 토마토는 거의 '파지'라고 하는 망가진 토마토를 사용한다. 그것은 가정에서 먹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상품으로는 가치가 떨어진다. 과거 우리가 못 살았던 시절 생각을 해 할아버지·할머님들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요즘은 처음 그렇게 반대하셨던 분들도 토마토 풀장에 참여하시더라(웃음)."

- 마지막으로 화천 토마토축제의 발전 방향에 대해 밝혀 달라.
"토마토 축제를 시내 한복판에서 하다 보니 관광객들의 샤워시설 등 하드웨어 쪽의 불편함이 보인다. 그래서 인근에 있는 개울과 시내를 연결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리고 요즘 캠핑이 대세지 않은가. 따라서 인근 나무와 물이 있는 공터 확보를 통해 캠핑촌도 병행해 나간다면, 축제의 다양성이 확보될 것이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또한 수도권을 대상으로 축제 전 토마토 나눠주기 행사 등을 통해 자신 있게 이곳 토마토의 우수성을 홍보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화천 #토마토축제 #화천군수 #정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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