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복지의 후퇴, 이대로 방관해야 하나

등록 2013.09.29 17:16수정 2013.09.2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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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2013년, 대한민국 역사의 수레바퀴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시대정신이자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요구되던 경제민주화와 복지 국가 담론은 크게 후퇴하고 있고, 의회주의를 채택한 나라라면 기초적으로 지켜져야 할 민주주의 역시 크게 후퇴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후퇴해 국민의 자유가 억압되고, 복지가 후퇴해 국민의 기초적 삶이 보장받지 못하면 국민이 가장 큰 손해를 본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다수 국민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아직 집권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싶어하지 않거나, 민주주의가 진정으로 후퇴하면 어떤 결과가 닥칠지 예상을 못 하는 것이다. 만일 국민이 지금처럼 민주주의의 후퇴와 복지 정책의 후퇴를 그대로 방관하고 있으면, 대한민국은 국민의 자유가 없는 독재 국가, 그리고 상위 1%의 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그리고 6월 항쟁 등으로 쟁취된 민주주의는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에 의해서 파괴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였으며 언론 장악을 시도했다.

이렇게 후퇴된 민주주의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국가 기관인 국정원이 여당 후보의 당선을 돕고, 야당 후보의 낙선을 관철하려는 불법적인 범죄로 귀결됐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속해있는 여당이 승리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는 이유로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에 의해서 탄핵을 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승리를 위해 국가 기관의 불법적인 힘을 빌린 것이 아니라, 단지 구두로 발언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자행된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국가 기관이 직접 선거 개입을 했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잘못과는 차원이 다른 매우 중차대한 범죄 행위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새누리당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옹호하는 것은 진영 논리에서 비롯된 이중잣대이다.

국가 기관의 범죄 행위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당시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의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알고도, 당시 여당 후보였던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위해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사실무근이라는 허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새누리당은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국정조사에서 노골적으로 국정원을 두둔하고 옹호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리고 김무성 의원이 NLL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입수한 사실을 사실상 자백함에 따라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커넥션이 어느 정도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국정원과 경찰의 범죄 행위는, 검찰이 국정원의 수장이었던 원세훈 전 원장, 그리고 대선 직전 경찰의 허위 수사 결과 발표를 주도한 김용판 전 청장을 기소하면서 밝혀지는 듯 보였다. 검찰의 조사로 국정원의 불법적 선거 개입 혐의가 사실로 입증되고, 경찰의 허위 발표도 사실로 입증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청와대는 원세훈, 김용판의 기소로 자신의 눈 밖에 난 검찰총장 채동욱을 반강제로 사퇴시킴으로써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이는 공정하게 수사를 해야 하는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고,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행하면 가차 없이 목을 쳐낼 수 있다는 것을 본보기로 보여준 심각한 민주주의의 훼손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민주주의의 후퇴를 저지를 뿐만 아니라, 대선 기간 국민에게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 역시 후퇴시키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재벌 개혁은 재벌들의 반발로 시늉만 하고 끝났다. 또한 재벌 개혁이 실패하고 부자 감세의 철회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선 기간 핵심 공약이었던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기초연금 공약도 후퇴했다. 본래 야당의 것이었던 복지 담론을 먼저 선점해 인기를 끈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기초연금 공약의 후퇴가 대국민 사기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복지 수준은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서 턱없이 낮다. 수치상으로의 선진국이 아닌, 제대로 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양극화의 극복을 위한 복지의 확충과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또한 민주주의는 민주공화국의 정치인들에게는 필수적으로 합의되어야 할 기장 기본적인 가치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금과 같이 복지 정책을 후퇴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시킨다면 대한민국은 후진국으로 전락해버릴 것이다. 대한민국이 후진국으로 전락한다면, 제일 고통 받을 자들은 기득권층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다. 따라서 국민이 이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박근혜 #기초노령연금 #민주주의 #국정원 #채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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