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댐을 철거했더니... 놀랍습니다"

[두 바퀴 현장 리포트 OhmyRiver!] 일본 최초 대형댐 철거, 그 후

등록 2013.11.15 11:13수정 2013.11.1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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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부터 6박 7일 동안의 '두 바퀴 현장리포트 OhmyRiver!' 낙동강 투어에 이어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은 금강을지키는사람들과 함께 11월 14일부터 2박 3일 동안 '가을의 금강을 만나는 두 바퀴 짧은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가을의 금강을 만나는 두 바퀴 짧은 여행' 참가자들은 14일 전북 군산을 출발해 금강을 따라 익산-서천-논산-부여-공주-세종-대전까지 자전거를 타면서 강의 실태를 여과 없이 생중계한다. 또한 농민·전문가·정치인·종교인 등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내보낼 예정이다. <편집자말>



 철거 이전의 아라세댐 모습.
철거 이전의 아라세댐 모습. 츠루 쇼코
철거 이전의 아라세댐 모습. ⓒ 츠루 쇼코


지금 일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댐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구마모토현 남부를 흐르는 구마강에서다. 철거되는 댐은 아라세댐이다. 구마강의 전체 길이는 116km. 아라세댐은 1954년 구마 하구에서 약 20km 상류에 건설됐다. 길이 207m , 높이 25m의 발전 전용댐이다.

 

건설 당시 당국은 주민들에게 댐이 만들어지면 "관광객이 늘어난다, 홍수가 없어진다, 전기를 공짜로 쓸 수 있다, 물고기도 방류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댐 건설 직후부터 거짓임이 드러났다. 물 방류 때 진동으로 댐 수문 인근의 집이 들썩였다.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로 잠도 이루지 못 했다. 벽은 금이 갔고 지붕 기와가 떨어졌다. 

 

댐 호수의 물은 부영양화 돼 여름에는 악취가 났다. 녹조도 생겼다. 주민을 가장 괴롭힌 것은 홍수였다. 댐 건설 전에도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댐 건설 후 호우 때마다 물을 한꺼번에 방류하는 탓에 하류의 수위는 순식간에 올라갔다. 댐 호수에 퇴적된 진흙 더미가 도로와 집안으로 밀려들었다. 그 높이가 1m 이상 되는 때도 있었다. 홍수로 인해 집이나 가구를 송두리째 잃는 피해가 발생했다. 

 

강을 새까맣게 덮던 은어와 다른 물고기도 서서히 사라졌다. 지역 경제를 지탱하던 어업과 관련 산업도 큰 타격을 받았다. 지역은 쇠퇴의 길로 빠져들었다.

 

이로 인해 오래전부터 댐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었지만 큰 운동이 되지는 않았다. 새로운 댐 건설 계획에 대한 반대 운동이 일어난 후, 철거 운동도 확산됐다. 구마강 본류에는 아라세댐 외에 세토이시댐(瀬戸石)과 이치후사댐(市房)이 있다. 댐이 건설 될 때마다 유역 주민들의 댐에 대한 불신감은 늘어났다.

 

 강 복원을 위해 철거가 시작된 아라세댐.
강 복원을 위해 철거가 시작된 아라세댐. 츠루 쇼코
강 복원을 위해 철거가 시작된 아라세댐. ⓒ 츠루 쇼코

특히 1990대 들어 강 지류에 가와베가와댐(川辺川)이라는 새로운 댐 계획이 부상했다. 주민들은 "더는 댐 건설을 인정 못 한다"며 일어섰다. 유역뿐만 아니라 현으로도 퍼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아라세댐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졌다. 댐 반대 여론은 유역 자치단체장을 바꾸게 하고 현 지사의 판단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04년 당시 구마모토현 지사는 아라세댐 철거를 결정하고 2010년부터 철거에 들어가기로 했다. 후임 지사는 철거 약속을 철회했다가 결국 2010년 아라세댐 철거를 최종 결정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대형 댐 철거가 현실화됐다.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철거 공사가 시작돼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8개 수문 중 3개의 수문과 한 개의 문 기둥이 완전히 철거됐다. 댐 호수의 수위를 낮추기 위한 수위 저하 시설이 설치돼 댐 호수의 수위가 내려갔다. 댐 호수였던 곳은 옛날 같은 흐름을 되찾고 있다. 2010년 3월 이후 수문이 열리면서 8개의 여울이 다시 살아났다. 어장도 늘어나 강에 그물을 치는 어업인도, 은어 잡이를 하는 배도 늘어났다.

 

더운 여름에도 녹조가 생기지 않아 냄새로 골치 썩는 일도 없어졌다. 특히 댐 호수에 흘러들던 지류에서 그 변화가 두드러졌다. 물이 맑아졌고 은어도 돌아왔다. 휴일이 되면 작은 물고기가 무리지어 헤엄치는 곳에서 물놀이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게 됐다.

 

하천의 변화보다 더 눈여겨 볼 것은 갯벌의 변화다. 댐 건설 이전에는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바닥에 물고기와 조개가 서식했다. 댐 건설 후 갯벌은 진흙으로 변했지만 수문이 열리자 모래가 다시 공급됐다. 그러자 맛조개 등 여러 조개가 늘어났다. 휴일에는 갯가재 잡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멸종된 줄 알았던 샤미센가이(촉수를 가진 조개류)도 크게 늘었다. 해초류가 점차 그 영역을 넓히자 뱀장어와 학꽁치가 증가했다. 당연히 어부들의 어획량도 늘었다. 

 

 수문을 철거하고 물을 흐르게 하자 점차 살아나는 강의 모습.
수문을 철거하고 물을 흐르게 하자 점차 살아나는 강의 모습. 츠루 쇼코
수문을 철거하고 물을 흐르게 하자 점차 살아나는 강의 모습. ⓒ 츠루 쇼코

그러나 구마강 재생을 위한 과제는 여전히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아라세댐 상류 10km에 있는 세토이시댐(瀬戸石)이다. 폭우가 내릴 때마다 세토이시댐 수문을 열면 토사가 단숨에 떠밀려와 갯벌을 다시 진흙으로 덮었다. 은어 등 회구성 물고기에도 방해가 됐다. 다 큰 은어는 산란을 위해 하류로 내려갈 수도 없다. 상류의 숲이 황폐화 돼 산허리 붕괴도 심하다. 이 때문에 흘러든 토사가 강을 탁하게 하고 녹조도 발생한다.

 

세토이시댐의 바닥 퇴적물도 슬러지화되고 있다. 수문이 열릴 때마다 갯벌을 뒤 덮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세토이시댐 철거와 숲 보존 노력 없이는 아라세 댐 철거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내년 3월 말 세토이시댐 수리권 갱신을 앞두고 현지에서 다시 세토이시댐 철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또한 하류에는 '하기와라'라는 큰 제방도 있다. 아라세댐 철거로 어장과 산란장이 증가해도 새끼 은어는 바다까지 내려가기 어렵다. 

 

이처럼 아직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아라세댐 철거가 시작되면서 수질이 좋아지고 여울과 소가 생겼다. 은어를 낚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민들은 50여 년 동안 댐의 폐해에 시달리며 "살아있는 동안 다시 옛 구마강을 보고 싶다"고 외쳐왔다. 이제 80세 전후가 된 주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오른다. 댐이라는 장애물이 없어지면 예전처럼 강을 새까맣게 덮을 정도의 은어가 거슬러 올라올 것이다. 아라세 댐 철거는 그러한 강을 되찾기 위한 첫걸음이다. 지금은 구마강의 은어가 산란을 위해 하류로 내려가는 계절이다.

 

은어도, 사람도 아라세 댐 철거를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글을 쓴 츠루 쇼코(つる詳子)는 환경운동가이자 약사다. 아름다운 구마강을 지키는 시민의회 회원이다.  
#강 복원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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