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 <기황후>의 갑옷 재활용3<기황후> 5화에서 원나라(몽골) 장수들이 입은 복식은 <선덕여왕>(2009)에서 신라 화랑들의 갑옷으로 제작된 것을 재활용한 갑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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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이 시대와 국적에 무관하게 마구잡이로 쓰이는 사극은 <기황후>뿐이 아니다. 사실 시공간을 넘어선 복식의 재할용은 한국 사극에서는 흔한 일이다. 디자인에 변형을 주기도 하지만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해신>에서 신라인인 장보고(최수종 분)가 입던 갑옷이 <대조영>에서 당나라 사람인 강하왕(정재곤 분)의 갑옷으로 재등장하는 게 대표적이다. 또한 건축물까지 시대와 국가에 무관하게 이용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관련기사 :
고구려 배경 사극에 등장한 광화문 황당하네).
한 사극에 복식과 건축의 재활용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드라마 <주몽>(2006~2007)에서는 <신돈>(2005~2006)의 고려 세트장과 고려 갑옷이 재활용돼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천추태후>(2009)에서는 <연개소문>(2006~2007)의 수나라 궁궐 세트장이 고려 궁궐로 쓰였고, <대조영>(2006~2007)의 연개소문 갑옷은 거란 장수 소배압(정층채 분)이 착용하기도 했다.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우리 문화의 고유성과 시대별 특성을 왜곡하는 문제를 낳는다. 또, <대장금> 이후 우리 사극의 수출이 연이은 상황에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복식의 재활용은 국제적 망신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