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호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교육 불가능의 시대 사람의 성장을 묻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교육을 위한 교육'인지 '삶을 위한 교육'인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호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세 달 전 엄기호 편집위원이 펴낸 책 제목이다. 오늘 날의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학교에서 '사람'의 성장은 가능한 것인지를 교사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려주는 내용이다. 책에서 그는 '교실이라는 정글', '교무실, 침묵의 공간', '성장 대신 무기력만 남은 학교'라는 세 챕터를 통해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학교의 진실'을 알려준다.
교탁 앞까지 나와 답을 외치며 점수 달라고 소리소리 지르고, 어차피 해도 점수 따기 그른 녀석들은 수업을 방해하기 시작했죠. 노래를 부르고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하고 바닥에 엎드려 자고…….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어요.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할 수 없어서 입을 다물었어요. 그 순간 왈칵 눈물이 솟더군요. 이게 뭔가,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지?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47쪽 중에서) 엄기호 편집위원은 "나는 망했다. 너도 망했냐? 그런데 걔도 곧 망한다고 하더라, 그러나 우린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며 "너, 나, 걔가 모두 망했다면 이것은 '공동의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주최로 지난 13일 저녁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그는 '교육불가능의 시대 사람의 성장을 묻다'란 주제로 이야기했다. 특강에는 10만인클럽 회원 및 시민 50여 명이 함께했다.
목적 없는 학교, 경이로움 없는 교육"우리 학교가 도대체 뭐하는 공간입니까, 학생도 교사도 있긴 한데 도대체 뭐하는 공간인가요. 그래서 안 가면 되는 공간이지 않나 했더니, 일단 한 번 들어오고 나면 나갈 수 없는 공간이 또 학교라고 합니다(웃음). 이걸 수용소라는 개념으로 비유를 해서 본다면, 예전과는 다른,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수용소입니다. 교화를 시키든, 정치범을 넣든, 아우슈비츠처럼 인간을 파괴시키든 모든 수용소는 목적이 있는데 여기는 목적이 없거든요."
그러면서 그는 사회가 지혜롭기 위해서는 연장자들이 자신의 지혜와 경험을 후대에게 현명한 방식으로 전해줘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과연 그걸 잘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에 예일대 시위에 보수단체가 난입해 폭력 휘두른 현장 뉴스 나온 거 보셨죠? 이게 뭐냐는 겁니다. 한 사회가 망하는 지표로써 이보다 더 명확한 지표가 어딨습니까. 얼마 전에 지하철에서도, 한 할아버지가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야 이것들아, 우측통행을 하란 말이다!'하고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일동 웃음). 속으로 '아 저 사람은 현명한 게 아니라 일종의 국가구나' 생각했습니다. '내 말을 들어라, 우리가 다 해봤다'며 연장자들이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이 사회가 제대로 될 수 있습니까."
엄기호씨는 노인뿐만이 아니라 '486세대' 역시 자녀들에게 과도하게 관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검열이 심하고, 오로지 부모 입장에서 괜찮은 책들만 아이에게 읽히다 보니 지혜를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길에 아이를 놓으려고 한다는 설명이었다.
"저희 부모님께서 가방끈이 굉장히 짧으신데, 저는 그게 제게 가장 큰 축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께서 공부를 제대로 못 한 것에 대한 한이 크다보니 제가 '왕비열전'같이 야한 책을 읽든, 뭘 읽든 좋아하셨거든요. 온갖 섹스가 나오는 책들도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검열 없이 읽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486세대 부모들은 지나치게 검열이 심합니다. 사람이 공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즉 '경이로운 것'을 만나야 공부를 하게 되는 건데 요즘은 부모가 정해진 루트로만 아이를 가게 만들어요. 그러면 예상된 결과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경이로움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엄씨는 "여러분은 예를 들어 아이가 '노동의 새벽'같은 시집을 읽겠다고 한다면 허락하겠느냐"라 물으며 "부모가 지나치게 관리를 하다보면 부모도 아이도 경이를 느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이로운 순간은 자녀나 학생이 교사나 부모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왜냐하면 이건 교환이 아닌, 뜻밖에 주어지는 '선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을 위한 교육' 아닌 '삶을 위한 교육' 배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