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은 돈보다 강하다

대머리 유망주와 축구기자들

등록 2014.03.03 09:32수정 2014.03.0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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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필자는 축구를 사랑한다. 그래서인지 꿈도 축구 저널리스트다. 필자가 본격적으로 축구뉴스를 접하기 시작한 것은 10살 때부터다. 그리고 현재 18살의 마지막 날까지 필자가 한국축구 관련해서 가장 많이 본 뉴스는 바로 '한국축구의 위기' 에 대한 뉴스다. 언제나 축구뉴스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그렇다면 한국축구는 정말 위기인가? 그렇다면 왜 위기인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돈은 신으로 군림했다. 돈이 신이 되고 우리나라가 급격한 경제성장을 하면서 우리는 '공짜' 라는 단어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무료나 공짜라는 상품이나 홍보물에는 내용이 무엇이든지 관심을 가지고 달려든다. "공짜 밝히면 대머리 된다" 라는 말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매우 딱 맞는 말일 것이다.

갑자기 한국이 '대머리 유망주' 들로 넘쳐난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은 바로 한국축구 위기론과 그들이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대머리 유망주' 들은 한국축구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한국축구 위기는 대부분 인프라 부족, 낮은 수준 탓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한국축구 위기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대중들이 스포츠 언론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다시 공짜 얘기로 돌아가서, 인터넷이 무료로 보급되며 우리 삶의 한부분이 되면서 잉크는 추락하고 0과1로 이루어진 기사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점이 대중이 축구 및 다른 스포츠에 쉽게 접근하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하지만 '무료'라는 인식이 강한 인터넷 신문 때문에 축구 기사의 질은 낮아졌다. 인터넷신문 기자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클릭 수에 의해서다. 아무리 질 좋은 기사를 써도 네티즌들이 클릭을 하지 않는다면 돈을 벌수가 없다.

그러자 기자들이 돈을 벌기위하여 네티즌의 클릭수를 유발하는 자극적인 가십(gossip)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축구경기의 분석이나 사회에 대한 영향, 정치, 경제 등의 축구와 관련 있는 깊이 있는 기사들은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인터넷 축구기자들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기레기'(기자+쓰레기) 등의 표현으로 무시당하고 있다.

영국, 이탈리아 등의 축구 선진국에서는 인터넷이라도 기사를 보려면 일정 수준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도 독자들은 그들이 지불하는 값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양질의 기사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런 축구 선진국들은 축구언론이 발달하고 기사들도 훨씬 더 수준 있는 기사들이다.


한국 네티즌은 축구가 위기인 탓을 "기레기"들의 수준 낮은 기사 때문이라고 욕한다. 하지만 그들은 무료의식 속에 갇혀 진정으로 한국축구를 위기로 몰고 가는 주범을 남에게 떠넘기고 있다. 한국축구를 위기로 몰고 가는 것은 네티즌들 자신이다. "펜 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현재 한국 네티즌들에겐 "펜이 돈보다 강하다" 는 말이 필요해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하! 한겨레> 318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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