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유언비어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정보의 대부분을 얻는 일반 대중들은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보도 내용이 일치할 때, 즉 모든 매스미디어가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지 않고 하나의 내용과 주장만을 계속 전달할 때 그 둘을 불신하게 되고 다른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국가적 재난, 사회적 참사와 같은 특별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더더욱 그렇다. 큰 사건 뒤에는 여러 원인들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그 이유들에 대하여 알고 싶어 하고 서로 서로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인간 내면에 있는 공감의 사회적 연대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희생자가 사회적 약자인 경우에는 그 연대감이 더 크게 확장된다.
그러나 그 연대감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뉴미디어가 생기기 전인 매스미디어 시절 유언비어는 물처럼 흐르지 못하고 기껏해야 구전으로만 또는 유인물로만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매스미디어가 이미 통제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술자리에서 한탄하거나 유인물을 돌려보는 것이 전부였다. 자신이 알고 있거나 들은 이야기를 남에게 전달할 수 있는 단 하나 방법은 자신이 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이 그것이다. 죽음이 목적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알리고 싶은 메시지가 목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미디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후 확산되는 '유언비어'최근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지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오가고 있다. 매스미디어에 대한 누적된 불신 때문에 '유언비어'가 등장했고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확산되고 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정보 전달방식의 등장 때문이다. 정보화시대에 들어오면서 누구라도 자신의 미디어를 소유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본 것 또는 들을 것을 즉각 전달한다.
인터넷의 속성상 동시에 수많은 사람에게 보낼 수 있기 때문에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 정보를 받은 사람들은 그 정보에 대해 정서적으로 반응하면서 정보 확산에 중간 매개 역할을 한다. 이제 구체적으로 정보사회학적 관점에서 유언비어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SNS을 통해 전달받은 메시지들은 기본적으로 아는 사람으로부터 온다. 그 메시지에 대한 실증적 분석 이전에 보낸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메시지를 수용하게 된다. 마치 오래 전 유언비어의 전달방식처럼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유대감을 공유하게 된다.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여럿일 경우에는 그 유대감의 폭이 더 커져서 사회적 그룹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 그룹 안에서 특정한 메시지가 계속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면 일종의 믿음이 생기게 되고 자신 역시 그 메시지를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는 책임을 느끼게 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너무나 쉽게 다수로부터 '은밀한 정보'를 받게 만들었고 그 정보가 계속 확대 재생산되게 만들었다. 그 '은밀한 정보'는 이제 믿음과 신념이 되면서 남에게 알려야 하는 메시지로 바뀐다.
중요한 것은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