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의 가는 길을 달래주고 산 자들을 위로하는 진도 씻김굿. 하루종일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2006년 1월 진도에서.
이진욱
솔직히 나는 풍물인으로서 이런 자리에 참석해 보고 싶다. 누군가의 마지막 가는 길에 원 없이 풍물을 치며 한을 달래고 산 자의 희망을 북돋울 수 있다면 얼마나 영광이겠는가. 또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세월호의 희생자가 모셔진 분향소나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기운을 보탤 수 있는 판을 열 수 있다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상황에 들리는 이야기는 "시끄럽다" 아니면 "지금 같은 판국에…" 등과 같은 것이다.
풍물인들, 아니 예술인들은 사실 태생적으로 핍박된 삶을 살아왔다. 수백 년 전의 동네 놀이패나 남사당패 등도 천인이라며 손가락질 받았다. 겉으로는 손뼉 치고 즐기면서도 그들을 직접 대하는 자리에서는 철저히 무시했다.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신분제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문화예술을 대하는 자세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관련기사 : "
노래 1곡에 30원...이대로면 대중음악 말라죽어").
내가 하는 풍물의 경우는 특히 이와 같은 선입견이 심하다. 심한 경우 종교적인 편견까지 더해지기도 한다. 가끔 "무슨 미신 굿판을 벌이고 있느냐"는 말까지 듣곤 한다. 어떤 학교에서 밴드를 초청하고 앰프를 크게 틀고 축제를 하면 아무 말 없던 동네 주민들도 풍물 소리가 들리면 시끄럽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종종 있다. 아파트 이웃집에서 피아노 소리가 나는 것에는 관대하던 누군가는 꽹과리·장구 소리가 나면 민원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