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과 계약이 천추의 한
견인갔는데 버스에 300명 갇힌 상황"

[인터뷰 전문②] 장병수 언딘 기술이사 "먼 바다에서 침몰한 배, 구조시스템 없다"

등록 2014.05.08 12:12수정 2014.05.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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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언딘 장병수 이사 "세월호 인양에서 손 뗀다" 세월호 선주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Undine Marine Industries) 장병수 기술이사는 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자동차 사고가 나면 렉카가 출동하듯이 우리와 같은 회사들은 해양사고가 나면 일단 달려가야 한다"라며 "차를 견인하려고 갔더니 버스에 300명이 갇혀 있는 상황과 같았다"라고 말했다.

언딘 장병수 이사 "세월호 인양에서 손 뗀다" 세월호 선주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Undine Marine Industries) 장병수 기술이사는 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자동차 사고가 나면 렉카가 출동하듯이 우리와 같은 회사들은 해양사고가 나면 일단 달려가야 한다"라며 "차를 견인하려고 갔더니 버스에 300명이 갇혀 있는 상황과 같았다"라고 말했다. ⓒ 남소연


장병수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아래 언딘) 기술이사가 사고 초기 신속한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먼 바다에서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해 수색구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지 못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라며 "총체적인 시스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일 오후 <오마이TV>와 인터뷰에서 "사고가 났을 때, 배가 부양이 돼 있는 상태에서 안에 진입해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건 가능했을 것 같지만, 이번처럼 먼 바다에서 배가 침몰이 된 상태에서 과정은 우리 (한국) 시스템으로는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장 이사는 또 최초 인양을 위해 현장에 온 것이라는 의혹과 관련해 "차를 타고 현장으로 내려가면서도 '전원구조 됐다'는 뉴스가 나와서 구조가 필요한 상황인 줄 몰랐다"라며 "교통사고가 났다고 해서 레커차를 끌고 견인하러 제일 먼저 갔는데, 버스에 300명이 갇혀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장 이사와 초기 구조작업의 문제점과 관련해 나눈 일문일답이다.

- 언딘이 최초에 현장에 갔을 때 대규모 인명수색작업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을 안 했나?
"처음에는 여객선이 전복되기 전이었고, 배가 서 있었다. 그걸 보고 바로 출발을 했다. 목포와 진도에 있는 분들에게 먼저 가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언론에서 '전원구조' 이런 소식이 나왔다. 만약에 많은 사람이 그 안에 있다고 인지를 했더라도 상황은 똑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지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의혹에 빠지지는 않았을 거다. 왜냐하면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 언딘이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게 된 경위를 설명해달라.
"어찌보면 청해진해운이라는 업체와 계약한 게 천추의 한이다. 당시 청해진해운이 공황상태에 빠진 상태였다. 그 사람들은 여객선을 운영하는 선주다. 이런 사고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 그러면 해경에게 누구하고 계약해야 하나 물어볼 수 있다. 누가 어떤 경로로 언딘을 추천했는지는 모르겠다.

정황상으로는 투입이 제일 빨리 돼서 상황을 잘 알고 있고, 언딘은 열악한 한국의 환경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회사이기 때문에 추천을 했을 수 있다. 해경에도 인지도가 있다. 그러면 선주 입장에서는 언딘 투입을 구두로 확정 할 수 있다. 우리는 차를 타고 내려가면서도 '전원구조 됐다'는 뉴스가 나와서 그런 상황인 줄 몰랐다. 그래서 선주와 (인양작업을 위한) 구두계약을 하고 이후에 약식계약을 한 것이다."


- 결국 청해진해운과 계약은 인양작업이 목적이라는 이야기 아닌가.
"구조는 국가가 하는 일이다. 거기에 민간을 쓰는 것은 국가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섰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에 지원을 요구한 것이다. 교통사고 났다고 해서, 우리가 견인차를 끌고 견인하러 제일 먼저 갔다. 가보니까 버스에 300명이 갇혀 있는 거다. 그 사람들을 우리가 꺼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인양이 아니라 수색에 몰두한 것이다."

"이런 사고에 대비할 수 없는 게 현실"


- 언딘이 처음에 인명구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인지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구조만을 위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는 않다. 해양구난 작업과 인양을 같이 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문적으로 수색구조을 하는 업체가 있다면 그것은 해양경찰청에 있는 특수구조대가 돼야 한다. 해군으로 치면 UDT다. 국가에서 관할해야 한다. 상황이 바뀌었다면 작업방향이 달랐을 수는 있다. 우선순위가 실종자를 빨리 찾는 게 목적이었다면 리스크가 있더라도 배를 부양해 볼까라는 제안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민간업체나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종자 가족분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능한 것이 있다면 '언딘 리베로'(구조현장에 투입된 바지선)에 크레인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공간을 확보해서 감압챔버를 늘리거나 많은 다이버가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정도였다."

- 그렇다면 언딘이 사고 해역에 도착한 사고 당일 오후 2시에서 6시 사이에 해군이나 해경의 구조작업은 없었나?

"그 바다에서 하잠줄(잠수할 때 설치하는 줄) 없이 맨몸으로 들어가면, 들어가는 순간 4킬로미터 정도 날아간다. 해군이나 해경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 작업 선박이 준비되고, 하잠줄이 연결되고 선체도면이 이해돼야 작업을 할 수 없다. 마음만 급할 뿐이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해군의 잠수작전선 자체가 서해 쪽에 있는 게 아니다. 진해나 제주도에 있다. 해경도 잠수능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렇게 먼 바다에서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해 수색구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지 못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 총체적인 시스템 문제다. 그 당시에 해군이 '들어갔다, 안 들어갔다'가 중요하지는 않다. 그 당시에 맨몸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들어 갈 수 있었으면 결과가 좋든 안 좋든 들어갔을 거다. 지역 전문가가 없으니까 물때 타이밍도 몰랐다. 풍랑이나 파고 정보도 없었다. 이 배가 여객선이라는 것만 알지 구조도면도 없었다. 헬기타고 날아올 때 잠수 장비도 싣지 못했다. 우리나라 현재 시스템이 그렇다. 이런 사고에 어떤 대비도 돼 있지 않다는 거다."

- 결론적으로 4시간 동안 구조당국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건가?
"언딘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위험할 수 있다. 말하는 순간 악의 상징이 될 것 같다. 그래도 얘기를 한다면, 사고가 났을 때 배가 부양이 돼 있는 상태에서 안에 진입해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건 가능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처럼 먼 바다에서 배가 침몰이 된 상태에서 과정은 우리 시스템으로는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 한계가 있다."

- 그럼 초기 해경의 구조작업에 잘못은 없었다는 말인가?
"배가 침몰하는 과정을 보면 좌현으로 기울었는데,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배가 오뚝이 같은 복원성이 있기 때문에 바로 가라앉지는 않는다. 그래서 해경도 시간이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건 순식간에 넘어진 케이스다. 그걸 예측하기는 어렵다. 과적을 했는지, 평형수를 채웠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배라면 그렇게 빠지지 않는다. 배가 기울어져 있어도 70시간 이상 떠 있을 때도 있다."

"해군이 설치한 앵커 엉켜 있는 걸 보고 마음 바꿨다"

a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해역 수색작업에 투입된 언딘 리베로 바지선 상에서 해경 대원들이 침몰 장소를 가리키는 부표를 바라보며 물살이 가장 거센 '사리'때가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해역 수색작업에 투입된 언딘 리베로 바지선 상에서 해경 대원들이 침몰 장소를 가리키는 부표를 바라보며 물살이 가장 거센 '사리'때가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언딘이 구조가 아니라 인양을 하러 왔다는 말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장 상황이 언딘이 생각하고 온 것과 달랐는데, 계속 작업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수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것은 국가의 의무기 때문이다. 민간업체가 용감하다고 뛰어들 수 있는 바다가 아니다. 우리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독일 보이트(Voith)사와 일하면서 맹골수도 인근에서 공사를 하면서 한 번도 사고가 안 났던 업체다. 우리가 들어갈 때는 국가적인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확하게 17일에 해군이 선수 쪽에 설치한 앵커(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한 줄) 5~6개가 돌돌 말려 있는 걸 보고 (구조수색작업을 해야한다고) 마음을 바꿨다. 사고가 났을 때 제일 빨리 왔고, 상황도 잘 알고 있었다. '언딘 리베로'는 5월 15일에 최종 완성되는 배였지만 이 배가 있어야 끝까지 버티고 작업할 수 있다고 정부에 얘기했다. 언딘 입장에서는 10년 동안 번 돈을 모두 들여서 만든 염원이 담긴 배다. 그 배를 끌고 와서 버틴 거다."

- 최초 생각한 인양작업이 아니라 구조작업이 될 것이라는 걸 알았을 때 철수할 수 있지 않았나?
"못한다. 실종자 가족들이 24시간 울고 있다. 사람의 탈을 쓰고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사실 저희가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도 모르겠고, 해경이나 정부도 우리를 버리려고 하나 그런 생각도 했다."
#언딘 #세월호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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