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느질로 선거 플래카드 만들기, 왜 이러고 있냐고요?

은평 노동당, 6.4지방선거 출마 후보 위해 퀼트 플래카드 제작해 눈길

등록 2014.05.17 10:45수정 2014.05.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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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숙 구의원 후보의 플래카드 일일이 손바느질을 해 만든 플래카드를 ⓒ 이명옥


공장엔 작업등이 밤새 비추고/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하얀 나비 꽃나비 담장위에 날아도/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 노래를 찾는 사람들 '사계'

유이분(작은책 일꾼)씨는 요즘  은평구 신사동 노동당 선거사무실에 들어설 때면 노찾사의 '사계'를 부르곤 한다.

비닐 돗자리가 깔린 사무실 바닥 가득 핑크, 빨강, 노랑, 파랑, 보라, 화사한 빛깔의 천과 글자, 실들이 널려있다. 그리고 청년 두엇이 열심히 바느질을 하고 있다.

"우리 딸이 여기 공장장이야. 어이, 공장장 잘 있었어?"

바느질에 골몰하던 최지윤(큰딸)이  고개를 들어  환하게 웃으며 까닥 목례를 하더니 이내  바느질감 위로 다시 눈길을 돌린다. 노동당 은평 봉제공장(=신사동 선거사무실) 공장장인 최지윤씨는 이번에 지방선거에 후보로 나선 5명의 거리현수막 18개를 퀼트 바느질로 만들고 있었다.

은평구에서 6·4 지방선거 노동당 후보로  출마하는 사람은 구의원 1명(손은숙), 시의원 4명(박선경, 문미정, 채훈병, 최승현) 등 모두 다섯이다.

특이한 건 사무실 현수막이며 플래카드, 후보가 두르는 띠까지 모두 핑크, 초록, 빨강, 노랑, 파랑, 보라 등 알록달록한 천을 이어 붙이고 바느질로 꿰매어 만들고 있다다는 점이다. 도대체 퀼트 바느질로 대형 플래카드 글자를 만들어 붙인다는 생각은 누가 한 것일까.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부산 노동당의 노태민씨란다.


퀼트 바느질로 만드는 선거 플래카드에 담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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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은평 봉제공장(=신사동 선거사무실) 공장장인 최지윤씨가 새로운 구상을 하느라 골몰하고 있다. ⓒ 이명옥


이들이 품과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친근하고 호기심을 끌 수 있는 방식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서다. 노동당이 갖고 있었던 딱딱하고, 치열하며 무엇이든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다는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어서기도 하다.


그래서 노동당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일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가치 평등, 생태, 평화를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전할 방법을 찾아 나섰다. 돈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삶의 방식을 회복하는 길은 속도와 경쟁, 편리함이 아닌 아날로그적 느림과 자연의 시계를 따라 사는 것이다.

퀼트 바느질로 만드는 플래카드 안에는 노동당이 지향하는 평등, 생태, 평화의 가치는 물론 기계화되고 획일화된 것으로부터 벗어나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면서 공동체 삶의 가치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그들의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남들은 그저  '아 예쁘다. 특이하다. 재밌는 발상이네'라고 말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사실 플래카드 제작하는 데 맡기면 하루면 나오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한 달이나 이러고 있어요. 피곤을 참고  바느질을 하다 손가락을 찔리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졸다가 엉뚱하게 옷에 꿰매기도 해요. 어떨 땐  '아,  우리가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지'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어요. 이게 은근히 시간이 많이 걸려요. 어떤 날은  겨우  'ㄴ'자 하나 꿰맨 적도 있어요."

배시시 웃으며 설명하는 최지윤씨의 얼굴이 그 어떤 화사한 천이나 꽃보다 더  곱고 예뻤다. 최지윤씨는 수다공방에서 바느질을 배웠지만 다른 당원들은 그저 최지윤씨가 만든 자음과 모음들을 꿰매는 정도다. 지윤씨는 한눈에 누구의 솜씨인지 맞추는 정도라고 한다.

노동당의 정신을 손으로 한 땀 한 땀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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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숙 노동이 차별받지 않는 손으로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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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 돌은 돌 자연 그대로가 생태다. ⓒ 이명옥


당원들은 밤늦도록  바느질을 하다 졸리고 지루해지면 벽에 붙였던 후보의 이름을 떼어내 이리저리 돌려가며 자신들이 바라는 꿈을 담아 글자를 만들어 본다.

손은숙은 어느새  손은손도, 산은산도, 석은석도 된다. 일하는 사람의  손의 가치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차별받지 않는 평등 세상, 산은 산답게 돌은 돌답게, 생태가 살아 있는 세상,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 사이에 평화가 강물처럼 넘쳐나는 아름다운 세상이 그들의 손과 가슴을 통해 무지개 빛깔로 활짝 펼쳐진다.

"후보들 이름을 다 다른 배합으로 만들고 있어요. 이렇게 모여 바느질을 하며 후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니 후보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당원들끼리 결속도 다져지고요. 후보에 대한 애정도 더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그들은 그저 모여서 단순히 퀼트 바느질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당이 지향하는 놓칠 수 없는 삶의 가치와 연대 정신이 그들 손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바느질 되는 동안 공동의 선, 공동의 가치, 공동의 삶에의 희망이 서로의 가슴 속에서 싹트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미래의 누군가가 먹을 수 있도록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우공이산의 우직함으로 그렇게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미래의 꿈을 엮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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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건설 대신 대안 에너지를 찾는 노동당 ⓒ 이명옥


노동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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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동당은 사회주의 대전환을 위해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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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노동당'은 평등.생태.평화 공화국을 향해 나아갑니다
*'노동당'이 지향하는 평등.생태.평화 공화국은 민중이 주인 되는 참 민주 공화국입니다.
노동당은 이용길 대표,  장석준 정진우 이봉화 부대표, 도의원 2명, 시의원 3명, 구의원 6명이 있다.

* 노동당 홈페이지

덧붙이는 글 이명옥 기자는 6.4 지방선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특별취재팀입니다.
#노동당 은평구 플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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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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