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의 상당수는 지하철역 구내에 그대로 버려진다. 버려진 명함을 회수하는 후보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최한욱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전국이 '공해'로 몸살을 앓는 듯하다. 지하철역은 매일 아침 '명함 공해'로 하루를 시작한다. 후보들이 나눠주는 명함의 상당수는 그대로 버려진다. 하지만, 버려진 명함을 회수하는 후보자 캠프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현수막 공해'도 유권자들의 눈을 피곤하게 만든다. 도시의 풍경을 누더기처럼 보이게 만드는 선거현수막들 때문이다. 여기에 유세차의 소음 공해까지 더해지면 선거는 '축제'가 아니라 '공해'가 된다.
더욱 문제는 이런 '공해' 발생에 세금이 쓰인다는 점이다. 선거법에 따라 후보자는 선거에서 10%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의 50%,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는다.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비용 보조금 명목으로 3394억 원을 지급했다. 기초의원의 경우 총 1074억 원가량(비례대표 기초의원 86억1700만 원, 지역구 기초의원 988억1000만 원)이 지급됐다.
이는 '선거공영제'라는 명분 아래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선거보조금은 결국 거대정당의 쌈짓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득표 가능성이 높지 않은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에게 선거보조금은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1026억 원, 민주당은 829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선거보조금의 60% 이상을 두 정당이 받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여덟 개 부문 선거에서 총 3952명이 선출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법정선거비 제한액으로 추산해봐도 총 선거비용은 1조5000억 원에서 2조 원에 달한다. 이중 기초의원의 선거비용만 3800억 원이 넘는다. 물론 이중 상당 부분은 세금으로 충당될 것으로 보인다.
현수막에 인건비에 유세차량까지... 후보자의 얼굴이 커다랗게 인쇄된 대형현수막은 선거운동 기간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대형 현수막의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대형 현수막에서 유력 정치인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낮은 후보들이 유력 정치인들과 각별한 인연을 내세우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자질과 능력보다는 유력 정치인과 소속정당의 영향력에 의존하는 선거 풍토는 문제가 있다.
현수막의 법정 가격은 1㎡당 1만2000원이다.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5층짜리 건물 전체를 덮을 수 있는 대형현수막에는 500~6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구의원 후보의 경우 선거구별로 4~5개의 일반 현수막을 내걸 수 있는데, 현수막을 3회 교체하면 100만 원가량 소요된다.
공보물은 모두 두 차례 발송할 수 있는데, 최소 비용으로 제작해도 300~400만 원이 쓰인다. 후보자들은 공보물을 100매씩 묶어 선거관리위원회에 발송해야 하는데 보통 일이 아니라 대부분 업체가 발송을 대신한다. 이렇게 되면 발송 비용까지 포함돼 비용은 더 증가한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유급 선거운동원을 고용한다. 유급선거원의 법정 일당은 중요도에 따라 7~12만 원 사이로 책정된다. 유급선거원 10명을 고용하면 하루 인건비가 70만 원에서 120만 원이 된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유급 선거운동원 10명을 고용한다면 총 1400만 원에서 2400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
여기서 끝일까. 유세 차량의 임대비용도 있다. 확성기를 단 1톤 트럭의 대여료는 한 대당 700만 원가량이고, 2.5톤 트럭에 100인치 LED 모니터를 장착한 고급 사양 차량의 대여료는 3000만 원을 호가한다.(선거운동 개시 후 끝날 때까지) 선거 벽보의 인쇄 비용만 따져봐도 40~50만 원이 든다. 여기에 역량 있는 사진 작가나 기획사에 선거벽보 제작을 의뢰하면 비용은 1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공천 심사비까지 챙기는 정당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