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만들어 오신 노란 리본
김찬솔
4월 16일 수업이 끝난 후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다가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기사를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은 배가 침몰하더라도 최첨단 기술과 장비로 금방 구조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고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도 침몰한 배에 진입도 못하고, 해경과 해군이 아닌 민간회사가 주도가 되어 구조작업이 진행된다는 이해하지 못할 뉴스를 접했습니다. 4월 19일이 되어서야 구조소식이 아닌 내 나이 또래 학생들의 주검을 인양한 기사를 보고 매우 슬프고 화가 났습니다.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대한민국에서 300명 이상이 바다에 빠졌는데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고, 배를 끝까지 지키면서 승객들을 탈출시켜야 할 선장이 제일 먼저 구조된 것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인 해경이나 해군이 구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회사가 구조를 하니, 많이 실망했습니다.
세월호 침몰 3주 후, 필리핀 한국 대사관에 설치된 분향소에 한국학교 학생 전원이 가서 친구들의 넋을 위로하는 기도를 하였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차가운 물속에서 죽어간 친구들이 너무 불쌍하고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국가는 과연 나를 구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향소에서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과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한 친구는 "배의 개조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다른 친구는 "화물칸에 너무 많은 화물을 실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말하였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삼등 항해사가 무리한 항해를 한 것이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건 정말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공통적으로 밝혔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한국에 대한 문제점과 좋지 않은 이미지가 머리에 남았지만 바쁜 고2의 일상으로 세월호 사건과 노란 리본의 의미는 점차 사라져 갔습니다.
노란리본의 의미, 마음 속에 새기겠습니다아버지 가슴에 달린 노란 리본을 보면서 교장 선생님의 가슴에도 아직까지 노란 리본이 달려있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교장 선생님도 또 다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란 리본을 보면서 잊지 않고 다짐을 하고 계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신문기사를 보면서 깜짝 놀란 것은, 한국 정부의 무능과 한국 사회에 대한 실망으로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이민 가길 원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과연 '한국을 떠나는 것이 세월호 참사를 해결하는 방법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대학 진학 후 한국에서의 삶을 꿈꾸며 설렘과 희망으로 고2 생활을 이기고 있는데, 한국에 계시는 분들은 한국을 떠나야 될 나라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저는 아버지와 교장선생님의 가슴에 달린 노란 리본의 의미를 마음 속에 새기고 그토록 살고 싶은 대한민국에 돌어가 세월호에서 죽어간 친구들의 꿈을 같이 이루어 나가는 삶을 살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한국에서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정과 부패가 없는 사회,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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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했지만... 그래도 한국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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