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지역 근무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거대한 원룸촌.
김학용
이제 나에게 주말의 의미는 남다르다. 말 그대로 이산가족 상봉하는 날이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는 눈에서 멀어진다고 마음조차 멀어지진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언제나 신혼'이라는 얘기도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잃은 게 있었다면 얻은 것도 있었다. 가족과 떨어져 산다는 반면, 아이들이 아빠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 나름 무척 편안하게 지낸다는 것이다.
또, 객지생활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살림 실력도 많이 늘었다. 햇반과 라면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찌개와 탕까지 영역이 확대됐다. 생전 드라마를 보지 않던 내가 어느새 요일별 편성표까지 꿰고 있으며, 걸레질은 물론 빨래와 설거지 실력도 늘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항상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가 보다.
현실의 무게는 늘 버겁고 일상은 고독해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4시간의 출근길도 이젠 가볍다. 왕복 600km에 이르는 대장정일지라도. 금요일 밤 지친 몸을 이끌면서도 그 먼 곳까지 퇴근을 자처하는 이유도 바로 사랑하는 가족들 때문 아니겠는가?
월요일 새벽을 가르는 출근길, 이는 16년 결혼생활 중 처음으로 맞이하는 나만의 반성의 시간이 되었다. 가족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표현에 인색했던 나 자신을 스스로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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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의 '별거'... 모텔촌 근처에 혼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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