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터져도 걷는 사람들... "세월호 잊으면 안 돼"

[세월호 도보순례] 순례 3일차, 평택에서 천안까지 23km

등록 2014.06.30 10:25수정 2014.06.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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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단 참석자들이 출발에 앞서 파이팅을 외칩니다. ⓒ 김종술


발가락에 물집이 잡혀 걸음을 걷기 어려워지자 물집을 터트려 버렸습니다. 기온이 29℃까지 올라가는 날씨 때문에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는 자꾸 발을 헛디디게 만듭니다. 발목이 삐끗해 넘어진 뒤에는 통증이 밀려오지만, 붕대로 칭칭 동여매고 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그리고 뒤뚱거리며 다시 일어섰습니다.

지난 6월 27일부터 '별들과의 동행' 순례단은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실종자들의 조속한 귀환을 염원하며 경기도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부터 진도 팽목항까지 16박 17일 1146km에 달하는 도보순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11명의 친구가 돌아오지 못하고 차디 찬 바닷속에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가슴에는 멍이 들고 눈물이 맺혀 있습니다. 도보순례 3일 차였던 지난 29일, 경기도 평택에서 출발해 충남 천안으로 가는 길에는 21세부터 82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국도 1호선을 따라 걷는 순례단이 더워 보였나 봅니다. 한 1톤 화물차 기사님은 시원한 생수 한 병을 내밀며 힘내라고 격려했습니다. 전교조 선생님도 큼직한 수박과 천안 명물 호두과자도 한 아름 건넸습니다. 정옥경 민주실현시민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음료수와 돗자리, 아이스박스 등 순례단이 준비하지 못했던 물품을 가지고 천안까지 달려왔습니다.

걷고, 걷고, 또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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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단은 "도착 지점까지 안전하게 웃으면서 가자"라며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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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스님은 발목이 접 질리는 부상을 입었지만 "계속 걷겠다"라고 말했습니다. ⓒ 김종술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억대 굿판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공직선거법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을 선고받았던 원정(53) 스님도 이날 순례단과 함께했습니다. 그는 발목이 접질려 붕대로 칭칭 감고서도 꿋꿋하게 걸었습니다. 원정 스님은 "팽목항에서 봤던 유가족이 떠오릅니다, 가다가 쓰러지더라도 걷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낮 12시 40분이 돼서야 천안시 직산읍에 도착한 순례단. 이들은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뒤 인근 잔디밭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동인 순례단장은 출발하기 전 "우리를 지켜보는 눈이 많으니 걸으면서, 또는 휴식을 취하면서 행동거지, 몸가짐, 마음가짐 하나하나 조심해 달라"라고 부탁했습니다. 지재호(69) 순례단 추진위원장이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팽목항 사고가 터지고 45일을 그곳에서 지냈습니다. 유가족들이 매일같이 팽목항 방파제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 때, 저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갑판으로 올라오세요.' 이 말 한마디라도 있었다면 그 아이들이 살았을 텐데…."

그러면서 그는 "16박 17일 일정은 내 나이에 무리임을 압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분노가 치밀어 이대로 그냥 잊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순례단을 끝까지 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제는 국민이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키우고, 정부는 돌아오지 못한 11명의 시신을 수습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진상규명을 위해 행동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여러분, 힘을 모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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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종합터미널 앞에서 벌어진 '세월호 천만서명'. 학생 참가자들의 서명이 줄을 잇습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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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세월호 천만서명'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 김종술


오후 4시 14분. 순례단은 목적지인 천안종합터미널 앞에 도착했습니다. 한바탕 소나기가 순례단의 발목을 잡았지만, 다행히도 비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쳤습니다. 이들은 무거운 다리를 이끌면서 "아직도 11명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명 좀 해주세요"라며 '세월호 천만서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시민이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선전물만 받아가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시민들의 참가가 저조하자 이동인 단장이 외쳤습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저희는 걸어서 팽목항까지 가는 도보 순례단입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서명으로 유가족에게 힘을 모아주십시오!"

이날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천안지역 도의원과 시의원과 함께 순례단을 찾았습니다. 양 최고위원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일에 동참해 주셔서 고맙고, 존경스럽습니다"라면서 "불법과 탈법이 만연한 이 사회에 밀알 같은 역할을 해주시는 분들이 여러분입니다, 가시는 곳(팽목항)까지는 동참하지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내는 분들이 많습니다"라고 격려했습니다.

순례단은 30일 오전 6시에 기상해 다시 길을 떠납니다. 30일 순례단은 세종시까지 34km를 걸어갈 예정입니다.
#세월호 #도보 순례단 #천만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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