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과 손편지, 사라지는 추억이 되다

등록 2014.09.11 16:04수정 2014.09.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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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언제 어디서나 연락을 주고받고 실시간으로 세계의 뉴스를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 우리는 스마트폰과 PC 등과 같이 우리의 삶을 더욱 발달시키고 편리하게 해주는 기기들이 쏟아져나오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그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서 무언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늘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떤 것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대체할 다른 것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가 한 번쯤 되돌아보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빨간 우체통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집 앞 마당의 편지함은 엔틱한 장식품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님들은 '편지'라고 하면 아련한 추억에 잠긴다. 친구나 가족에게 보낼 편지지의 종류를 고를 때의 즐거움,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릴 때의 설렘, 종이상자에 한가득 모아둔 편지를 몇 년이 지난 후에 꺼내 볼 때 떠오르는 추억. 그것에는 아마도 요즘 모든 사람의 소통 수단인 카카오톡은 감히 침범할 수 없는 무언의 경계가 있을 것이다.

보내는 즉각 즉각 답장이 오고 대화 내용이 한눈에 보이게 되어 있어 혹시 말실수를 하더라도 곧바로 정정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된다. 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고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으므로 넓은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카톡. 그러나 이와 달리 광범위한 소통은 불가능하지만 오래 간직할 수 있고 한 글자 한 글자에 정성을 담을 수 있는 편지. 이것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많은 학생들이 편지를 써 본 경험은 꽤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스승의 날이나 어버이날, 학교 행사 등 특정한 날에 '써야 해서' 쓴 경우였다. 카카오톡이 있는데 번거롭게 무슨 편지냐는 생각도 많았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았을 때는 너무 기분 좋지만, 막상 답장을 쓰려고 펜을 들면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부담스러운 짐이라고들 했다.

반면에 편지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자신도 물론 카톡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카톡은 너무 가벼운 것 같다. 그리고 편지 같은 경우는 많이 생각해 보고 쓰는 글이어서 좋지 않은 말이나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은 되도록 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카톡은 아무 생각없이 막 내뱉는 말도 있기 때문에 깊이 있는 대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의 와타나베 히로코는 죽은 옛 연인과 이름이 똑같은 여자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치 사랑했던 연인이 살아 돌아온 듯한 기분에 휩싸이고 그 두 여주인공은 너무나도 멋진 인연을 맺어 간다.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통해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에 잠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편지를 통한 교감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잠시 스마트 폰이나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친구에게, 부모님께, 혹은 연인에게 쓸 예쁜 편지지를 고르는 즐거움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진심이 담긴 편지를 써 보는 것이다. 분명히 조금 더 행복해 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승현(진주여고1)기자]
덧붙이는 글 경남 진주 청소년신문 필통의 기사입니다.
#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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