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격려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성역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서로 격려하고 있다.
권우성
1박 2일을 꼬박 걸어온 사람이 있고, 자동차나 지하철을 타고 달려온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왔느냐를 떠나서 모두의 마음은 하나였다.
27일 오후 서울광장에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만 명(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추산·경찰 추산 4천명)이 모였다. 이들은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10명을 포함 희생자 304명을 위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잊지 않을게, 끝까지 밝혀줄게"라고.
이날 무대에 오른 방인성 목사는 "4월 16일 이후 고통 받은 희생자 304명의 울음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고 가슴을 친다"며 "우리는 야만적이고 비극적이며 약자들이 억압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대신해 32일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방 목사의 옆에는 이틀 먼저 단식을 시작한 김홍술 목사가 노란 리본을 동여맨 지팡이를 짚고 섰다.
오랜 단식에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그의 목소리는 거침없었다. 방 목사는 "30일 넘은 단식은 처음이지만 유족들을 보면 힘이 나고, 저희의 굶주림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을 잃은 가족을 165일 동안 거리로 내모는 게 어찌 제대로 된 사회냐"며 "이제 국민들이 일어나야 한다, 진실 규명은 정의를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참사 165일째인 27일, 광장을 찾은 사람들 역시 똑같은 생각이었다. 특히 안산과 수원, 성남, 인천시민 약 300명은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을 담아 전날 각 지역에서 출발해 서울광장까지 1박 2일 동안 걸어왔다. 집회 시간에 맞춰 도착한 이들은 각자 준비해온 '존엄', '안전', '진실', '정의'가 각각 쓰인 노란 깃발을 힘차게 흔들었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벌써 참사가 일어난 지 다섯 달이 넘었는데, 시간이 흐르자 이제 그만 세월호를 잊고 관례대로, 관행대로 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유가족과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치권·대통령에게만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들은 국민들의 지지를 더욱 모으기 위해 현수막 걸기와 배지 달기 등을 확산시키고 10월부터 전국을 돌며 '국민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달라진 특별법 요구... "입장은 그대로지만 유연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