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위에 올라 선 배우들이 청와대를 향해 함성을 외치고 있다.
권우성
시·노래·춤·영화·사진·만화·그림... 세월호를 기억하는 문화 난장이날 오후 2시부터 광화문광장은 열린 전시장이자 공연장이었다. 전국의 문인들은 4시간 16분 동안 시와 산문을 읊었다. 각자 갖고 온 글과 노래는 적나라하게 혹은 날카로운 은유로 세월호 참사와 그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치부와 모순을 드러냈고, 허망하게 사라져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그야말로 난장이어서 다 쓸 수도 없을 정도다. 광장 한편에는 석고상부터 컴퓨터 키보드, 레모나 상자, 전기스탠드 등 온갖 노란색 물건 수백 개가 놓였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희망을 모은 상징이다.
만화가들은 광장 바닥에 노란 캔버스를 깔고 세월호 만화를 그렸고, 사진가들은 추모사진 슬라이드전을 열었다. 대학생들은 '평화나비'를 접었다. 영화인들은 <이 선을 넘어가시오> 영화를 틀었다. 연극인들은 '가만히 있으라', '울지 말아라'는 호통에 비닐막 안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수학여행 중 참변을 당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인 대안학교(간디학교, 간디 마을학교, 성미산학교) 청소년들은 노래 등 각종 공연으로, 쓰러져간 친구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표현했다. 래퍼는 랩을 했고, 기타리스트는 기타를 쳤고, 플루트 소리도 울려퍼졌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있었다. '천 개의 그림타일로 만드는 세월호 기억의 벽'을 위한 타일 그림 그리기는 이날 시작해 올해 말까지 매주 토요일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계속된다.
이 난장을 기획한 양기환 문화다양성포럼 공동대표는 "단순히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의미보다는 더 실천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정치권에서 세월호특별법이 합의되고 진상조사위에 누가 들어가고 하는 문제가 논의되면서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했던 정치인들조차도 '이제는 됐다'는 분위기로, 어떻게 보면 '침몰'하고 있다"며 "그러나 예술인들은 침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길이 없으면 길을 낸다, 각자의 연장을 갖고 이 세월호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다시 한번 각인시키자고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한곳에 모여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라며 "일회성의 볼거리가 아니라, 모두가 세월호 이후의 예술은 무엇인가, 이 사회의 엄청난 모순 앞에서 각 장르가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