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오는 날 그가 나에게 보내준 사진. 우리는 순간을 자주 공유한다.
김민정
그와 나는 1년을 만나온 연인 사이다. 우리 둘 다 취업준비생, 내 한 몸 있을 자리 하나를 위해 앞을 보며 달려가고 있는 청춘이다.
그래서 돈은 당연히 없다. 우리가 연애를 하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각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 보충하기도 빠듯했고, 안정적인 수입과 보장된 미래가 없다는 것은 순간의 지출을 가장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무엇을 하든 돈이 얼마가 들지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습관이 됐고, 영화관에 가는 것, 카페 한 번 가는 것도 부담이 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들었던 건 단순히 돈이 없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서로에게 부족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현실과 좋은 것을 해줄 수 없는 미안함이었다.
그에게 꽃 한 송이를 받아도 고맙다는 말보다는 "왜 이런 걸 샀냐"는 말이 나왔고, 추운 날 저렴한 식당을 찾아 헤매느라 지칠 때면 우리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밀려올 때는 지금 우리가 이렇게 연애를 해도 되는 건가 하는 괜한 죄책감이 들 때도 있었고, 서로를 놓아주는 것이 정답인가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한 시인은 말했다.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냐고. 물론 돈이 좀 없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는 건 아닐 거다. 하지만 참 힘들긴 하다.
우리만의 사랑 방식그래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왔다. 조금 돈이 없더라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고, 서로의 마음을 더욱 보듬어줬다. 특히 돈으로 해줄 수 없는 것을 행동으로 선물해주고자 했다.
그는 아무리 지루한 이야기여도 끝까지 집중하며 들어줬고, 내 생각이 날 때마다 손편지를 써주었다. 시험을 보고 면접을 보는 과정을 마음 졸이며 함께했고, 탈락 때문에 속상할 때 곁에서 손잡아줬다.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곁에 있어주기. 그것이 우리가 해온 사랑이다. 물론 절대 완벽하지 않다. 싸우고, 미워하고, 오해하고, 상처주며, 생채기도 많이 만들어왔다. 하지만 돈이 없다고 서로의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고 손을 놓지 않았다. 배려와 존중, 그 식상한 말들을 머리로만 알다가 가슴으로 배웠다. 가난한 연애를 하면서 오히려 더 미래를 꿈꾸게 됐다. 사랑이라는 것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이 고맙다.
대통령님, 사랑이 없어진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