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 정관루의 정원
설현정
메타세콰이어길 끝에 맞닿아 있는 섬의 가장자리는 청평호가 잔잔하다. 강 건너 야트막한 산에는 안개가 내려 앉아 있었고, 그래선지 멀리 있는 산은 안개 속에 가려 더 아득했다. 호수는 신비로웠고 마음은 차분해졌다. 신랑과 팔짱을 끼고 걸었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눈사람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호숫가를 걷다보니 정관루(남이섬 안의 호텔)가 나타났다. 이곳 가운데 있는 정원은 여전히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가운데 연못이 있고 호수의 물이 연못으로 흘러 들어와 다시 호수로 흘러나가는 자연을 그대호 활용한 연못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눈이 소복히 쌓인 길도 나타났다. '또독, 또독' 눈 밟는 소리는 참 좋다. 심은 지 얼마 안 된 걸로 보이는 자작나무 숲도 만났다. 검은 빛과 은빛 나무 표피의 조화가 멋지다. '얼마 후면 이 나무들이 자라 눈부신 자작나무숲을 보여주겠구나' 싶어 벌써 기대가 되었다. 남이섬은 걷고 걸어도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평상시에는 육지였다가 홍수가 나면 섬으로 변하던 불모의 땅, 여기에 한 사람이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남이섬이 되었다고한다. 사람의 꾸준한 노력에 세월이 더해지면 무엇이 만들어지는지 남이섬이 그대로 증거하고 있다.
올 봄, 나는 이곳 남이섬에 왔다. 그때 나는 마흔이라는 나이에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그런 나에게 남이섬은 '인생도 여행처럼, 그걸 대하는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빛깔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
이제 다시 한 살 먹어야 하는 마흔 살의 연말. 나는 아직도 내 나이가 낯설다. 하지만 이곳 남이섬에서 마흔 살로 살았던 2015년을 다시 돌이켜 볼 수 있어서, 그리고 뿌듯함을 느낌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