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의 선관위 광고 중 한 장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화면, 카메라, 메모리, 디자인. 오빠, 스마트폰 하나도 이렇게 퍼펙트하게 고르면서." 설현이 거울 앞에 서서 '스마트폰'을 비춰보는 '스마트폰 편'. 모델인 설현의 등장과 더불어 화면 구성이나 분위기 모두 여타 스마트폰 광고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거기에 "아름다운 선거, 기대할게요"란 마무리 멘트만이 추가됐다.
메시지는 잘 알겠다. 의아한 것은 전략이다. '네거티브 기법'에 가까워 보일 만큼 광고의 대상인 유권자, 특히 '오빠'로 대변하고 있는 (화장품 편에서는 '언니!'인) 청년층을 요즘 말로 '디스'하고 있는지 말이다. 선관위가 왜 "너희는 스마트폰에 빠져 있으면서 투표는 하지 않느냐"는 질책을 통해 '투표 독려'에 나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에 대해 이렇게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CF 시리즈 전반에는 청년 유권자에 대한 편견이 깔려있다. '화장품과 스마트폰은 열심히 고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는 청년(언니, 오빠)'을 꾸짖으며 투표 독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난과 주거난으로 청년세대가 고통받는 상황에서 이는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내용으로 편견을 재생산하는 것뿐이다."앞서 언급한대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설현과 단역 연기자들의 연기를 감내해야 하는 '엄마의 생신' 편 역시 여성과 청년층에 대한 편견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막내딸로 상정된 설현을 '생일 자리에 참석하지 않고 전화나 한다'는 식으로 나무라는 형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아 보이는 그 남성이야말로 선관위의 '꼰대적인' 시선을 대변한다.
투표를 어머니 생신 자리에 비유한 이 광고는 결국 케이크를 들고 집안으로 들어서는 설현의 등장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지만, 초반부 청년층에게 보내는 강력한 혐오의 시선을 쉽게 지울 수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청년층의 투표를 독려한다고 하면서, 실은 '20대 개O끼론'과 같은 편견과 무지를 광고 전반에 충실히 녹여낸 선관위의 광고는 '투표 독려'가 아니라 '투표 심리 저하'를 의도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도대체 청년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선관위로부터 욕을 먹으면서까지 투표를 강요당해야 하는가.
선관위의 이러한 헛발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청년층으로까지 확대한 것뿐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선관위가 내놓은 홍보 웹툰 '美리미리사전투표'의 예를 상기시켰다.
"선관위는 이미 한 차례 이와 비슷한 사례로 인해 본 단체를 비롯한 다수의 유권자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 홍보 웹툰 '美리미리사전투표'에서 미인대회 출전을 위해 선거 전날 쌍꺼풀 수술을 하게 되면서 투표를 망설이고, 사전투표 방식이 간단해졌음에도 투표를 '귀찮아' 하는 모습을 그려 놓았다. 당시 선관위는 논란이 되자 웹툰을 삭제하였으나, "의도하지 않았다"며 여성유권자에게 공식 사과하지 않았다. 2014년에 이어 또다시 이런 시각으로 여성 유권자를 다루는 선관위는 정말로 미인대회 출전, 성형수술, 화장품 고르는 것으로 여성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고민 없이 제작한 홍보물에 녹아든 여성을 바라보는 저급한 시선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차라리 '사전투표' 홍보를 열심히 하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