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소음·미군범죄... 사드배치 1년 반이 남긴 것

일본 교가미사키 인근 주민들 "속이 울렁거리고, 잠을 못 자"

등록 2016.07.12 21:22수정 2016.07.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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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한미군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배치 후보지역으로 거론된 지역의 반발이 거셉니다. 일부 언론에선 이를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기도 합니다. 사드 레이더가 일본의 교가미사키기지에 배치될 때도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밀어붙였습니다. 오혜란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달 4, 5일 일본의 사드 기지 인근 주민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오 연구위원의 허락을 받아 <평화누리 통일누리> 6월호에 실린 글을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일본 교토부 교탄고시에 있는 교가미사키 사드 레이더 기지. 붉은 색 원 안에 있는 시설이 사드 레이더다.
일본 교토부 교탄고시에 있는 교가미사키 사드 레이더 기지. 붉은 색 원 안에 있는 시설이 사드 레이더다. 평통사

6월 4~5일, 현지 단체의 초청으로 '6.4 오키나와, 일본, 한국의 연대·교류 집회'와 '6.5 엑스밴드 레이더 기지 반대 교탄고 현지 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 행사 중에 미국의 조기경보레이더인 사드 레이더(AN/TPY-2, 엑스밴드 레이더) 기지를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이 글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기꺼이 기지 안내와 설명을 맡아준 나가이 '미군기지 건설을 우려 하는 우카와 유지 모임'(아래 우카와 유지모임) 사무국장, 오완·이케다 '미군 엑스밴드 레이더기지 반대 긴키 연락회' 대표·사무차장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긴 시간 동안 통역을 맡아주신 나가야 선생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기자 말

교가미사키(経ケ岬) 미군 통신소(사드 레이더 기지)는 일본 교토에서 북쪽으로 160km 떨어진 교탄고(京丹後)시 우카와(宇川) 지구에 있다. 레이더 기지는 우리나라의 동해와 접해있는데 이곳은 원래 2차대전 후 미군이 점령했다가 반환한 후 1958년부터는 항공자위대 레이더 기지로 사용됐다고 한다.

기지 인원은 군인 9명, 경비원 66명, 레이시온 기술자 31명, 보잉사 미사일방어내셔널팀(MDNT) 17명, 기본노무 계약종업원(MLCs) 7명 등 130여 명이다. 만약 사드 한국 배치가 현실화된다면, 사드 레이더만 배치된 일본과 달리 요격 미사일도 같이 배치될 것이기 때문에 기지 인원은 일본의 2배가 넘을 것이다.

기지 규모는 약 3.6헥타르(1만 평)이다. 생각보다 기지 규모가 작다고 했더니 나가이 사무국장은 "교가미사키 미군 통신소 바로 옆에 자리 잡은 교가미사키 항공 자위대 기지(고마쓰 항공자위대 교가마사키 파견 기지)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주일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일체화되고 있기 때문에 항공자위대 기지도 미군 기지나 마찬가지라서 규모가 작다고 볼 수 없다"라면서 "레이더 전자파 피해로 인한 통제구역을 해상에 설정했기 때문에 (육상)부지가 상대적으로 작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교가미사키의 엑스밴드 레이더는 해안가 절벽에 설치돼 있고, 동해 바다 쪽으로 반경 5.5km, 고도 5.5km의 원추형 모양으로 비행제한 공역이 설정돼 있다. 한국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레이더는 북쪽을 향할 것이므로 일본보다 훨씬 큰 규모의 부지를 제공해야 한다. 반경 5.5km 이내에 민간인 거주지가 있을 경우, 주민을 모두 이주시켜야 하므로 문제는 훨씬 심각해진다.

"레이더 방향이 민간인 거주지역이라면... 무서운 일"


전자파 피해와 관련하여 한국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로부터 100m 이내만 조심해야 할 구간이고 그 밖은 안전구간"(한민구 국방장관, 2016년 2월 16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방부의 주장은 미 육군 교범(2012년)이 출입을 통제하는 위험 반경의 기준으로 5.5km를 제시한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레이더 기지 주변에서 주민들이 직접 느끼는 전자파와 소음 피해는 어떤지 궁금했다.

"그래도 이곳의 레이더 방향은 주민 거주지가 아닌 바다를 향하고 있다.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레이더 방향은 민간인 거주 지역 아닌가? 무서운 일이다. 주민 중에는 전자파 때문에 속이 울렁거리고 기분이 나빠진다는 사람들도 있다. 주민 2명은 소음 때문에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잔다고 호소한다. 발전기 소음은 미군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레이더를 가동하려면 발전기 6대, 발전기 1대에 엔진 2개씩, 총 12의 엔진이 돌아가야 한다. 방음벽과 방음 덮개(머플러, 발전기 소음 저감시설)를 설치했지만 열 때문에 다 덮을 수가 없다. 미군과 방위청은 간사이전력에서 전기를 대주면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고압선 공사에만 2년이 걸린다. 설령 전기를 대준다고 해도 레이더가 이동식이어서 발전기가 또 필요할 것이므로 소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일본 교토부 교탄고시에 있는 교가미사키 사드 레이더 기지 내 사드 레이더 모습.
일본 교토부 교탄고시에 있는 교가미사키 사드 레이더 기지 내 사드 레이더 모습.평통사

전자파·소음 피해 말고도 주민 피해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레이더 기지가 본격 운영되기 시작한 2014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주거침입·주민폭행·교통사고 등 미군 관련 사건이 26건이나 발행했다.

"교탄고시와 교토부에서 주민 안전과 안심에 관해 각각 10개항, 5개항을 작성하고 중앙정부의 방위대신 이를 보증한다고 문서로 약속했지만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기지의 경비는 블랙워터에서 맡고 있다.

이들은 마을에서 떨어진 아파트에서 출퇴근하고 있지만 나머지 미 군속들은 민간인들과 섞여 살고 있고 교탄고시에서는 이들의 정확한 거주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여성 살인사건도 오키나와에서 미 해병으로 근무하다 제대한 군속이 저지른 일이다. 그 사람도 민간인과 섞여 살았다. 우카와 지구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나가이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주민들 거주지와 떨어진 외딴 지역에 세워진 미 군속 아파트 바로 옆에는 "미군 때문에 사고 나면 연락하라"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미군기지에 반대하는 땅 주인이 미군의 부지 매입 요구를 거부하고 입간판을 세우도록 허락했다고 한다.

일본 방위청은 지역 교부금을 1년간 6억 엔 씩, 5년 간 30억 엔을 투자해서 학교, 도로 시설을 지원하면서 주민들을 회유하고 있다고 한다. 자위대 출신 주민들이 많은 우카와와 아웃 마을인 소데시, 오와 지역이 집중적인 회유 대상 지역이다.

오완 대표와 이케다 사무처장으로부터 교가미사키 레이더기지 위상과 성격에 대해 들어보았다.

"교가미사키 엑스밴드 레이더 기지는 미국 MD의 중요한 일부다. 아베 정권의 전쟁법 통과와 함께 이곳 미군기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최전선이 돼가고 있다. 지난 3월 키리졸브 한미연합연습 때 미군 엑스밴드 레이더 기지는 풀가동됐다. 

만약 나카타니 겐 방위상 말대로 일본이 사드 요격 미사일을 도입한다면, 아모오리 쓰가루 항공자위대 기지, 고마쓰 항공 자위대 기지, 이와쿠니 항공 자위대 기지 세 군데 중 한 곳에 배치될 것 같다. SM-3 요격미사일은 마이주루 해상자위대 기지에 배치된 이지스 구축함에 장착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교가미사키-마이주루-고마쓰로 이어지는 한국의 동해와 접한 일본 중서부 해안은 미일 MD의 중심 기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적은 중국... 그렇게 못 말하니까 북한 내세운 것"

교가미사키 엑스밴드 레이더 기지는 괌, 하와이, 미국 서해안으로 향하는 북한과 중국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다.

'교가미사키 통신소의 AN/TPY-2 레이더는 미 서해안, 괌, 하와이로 향하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며 미 본토 방위에 대한 추가적 센서를 제공한다.'

2016년 2월, 교가미사키 엑스밴드 레이더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미 육군 제14미사일 방위중대가 일본 참의원 외무방위위원회에 제출한 브리핑 자료에 명시된 사드 레이더의 용도에 관한 설명이다. 나가이 사무국장은 "미국이 진정으로 적으로 보는 것은 중국이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을 내세우고 있다"라고 말한다.

미국의 동북아 MD 구축에서 한국 배치 사드, 특히 사드 레이더가 갖는 위상과 성격은 무엇일까?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는 중국 탄도미사일의 탐지·추적을 위한 동북아 MD 센서 체계의 핵심을 이룬다. 사드 레이더는 최대 탐지거리가 2000km~5000km에 달하며,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식별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

미 제14미사일방위중대 브리핑 자료도 "이 레이더는 다른 레이더와 달리 고도의 식별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그 식별 능력은 실탄두(진짜 탄두)를 간파하고 교전에 중요 목표로 보고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에 사드 레이더가 배치되면, 미일은 북중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부스트 단계부터 탐지·추적함으로써 교가미사키와 샤리키에 배치된 레이더를 통해 얻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한 조기경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를 통해 획득된 북중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는 교가미사키와 샤리키의 엑스밴드 레이더로 연결돼 계속 갱신되면서 미일의 대북·대중 MD 요격작전을 위해 하와이의 히캄공군기지의 C2BMC(지휘통제체제)와 일본 요코다 공군기지의 항공자위대로 제공된다.

사드 한국 배치가 초읽기에 돌입한 지금, 사드 한국 배치 저지와 일본 교가미사키 엑스밴드 레이더 철거 투쟁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은 한층 중요해졌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저지를 위한 한일 평화운동 및 진보정당 사이의 협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일본군이 미국 함정 보호와 미군과 미국을 겨냥한 북중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해 주는 소위 집단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를 통해 획득한 대중 탄도미사일 정보와 한국군의 대북 탄도미사일 정보를 한일군사정보 보호협정에 의해 법적으로 뒷받침되는 한국의 대일 정보 제공이 필수로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일본 교토부 교탄고시에서 일본 시민들이 사드 레이더 철거를 요구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5일 일본 교토부 교탄고시에서 일본 시민들이 사드 레이더 철거를 요구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평통사

#사드 레이더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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