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국정농단, 이렇게까지 화나는 이유는

[주장] 갑질에 전담 호스트팀 논란... 이런 자에게 국정을 맡겼단 말인가

등록 2016.11.01 17:52수정 2016.11.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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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검찰 출석 기자단과 항의하는 시민들에 둘러싸인 최순실 ⓒ 오마이뉴스


최순실씨가 무소불위의 특권을 누려온 모양이다. 그의 말이 떨어지면 청와대뿐만 아니라 정부부처도 함께 움직였다. 최씨가 몇 자 끄적여 던져주면 이것이 청와대 문건이 됐고,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사업이 됐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이 움직였다

청와대 수석들을 부릴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최 회장(최순실)이 오전에 지시를 내리면 오후 또는 다음 날 안종범 수석이 거의 같은 내용의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최순실씨가 먼저 결정한 다음, 그 내용을 청와대 수석에게 얘기하면 이것이 정책이 돼서 내려왔다는 얘기다.

한 언론은 '최순실의 메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외교정책으로 둔갑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2014년 7월 아랍에미레이트(UAE) 한국문화원 설립과 관련해 '제안'이라는 제목의 메모를 작성한다. 이 메모는 그 당시 민간인에 불과했던 차은택씨(얼마 후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에 오른다)에 의해 '제안서'로 바뀐다. 8월 8일 작성된 제안서에 등장한 차씨의 직함은 '문화융성위원'. 하지만 차씨가 공식적으로 위원이 된 건 11일 후인 8월 19일이었다.

민간인 신분으로 정부정책을 입안한 차씨는 8월 18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UAE에 출장을 간다. 거기서 UAE 정부 고위층과 만나 한국문화원 설립과 대통령 순방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임명장도 받기 전에 문화융성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얘기다. 최순실씨가 먼저 구두로 임명하면, 해당 장관이 임명장을 수여하는 식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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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하야 시위 청계광장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시민들 ⓒ 오마이뉴스


청와대 출입도 자유로웠던 모양이다. 게다가 국가원수에 준하는 예우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최순실씨가 이영선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청와대를 수시로 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최씨의 권세 앞에 청와대 출입규정은 한갓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경찰이 신분을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최씨를 잡아 세웠다가 봉변을 당한 경우도 있었던 모양이다. <한겨레>는 출입 절차를 두고 최씨와 마찰을 빚은 경호 책임자들(원경환 경호실 경찰관리관과 김석열 서울청 101경비단장)이 "2014년 초 갑작스레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런 자가 국정농단... 부끄러워 못 살겠다

이런 권세를 허락한 이가 누굴까? 바로 박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지시와 묵인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청와대 비서진들이나 정부부처 장차관들이 왜 최순실씨 앞에서 벌벌 떨었겠나. 최씨가 두려워서일까? 아니다. 최씨 뒤에 서있는 대통령의 권력이 두려워서 그랬던 것이다.


왜 대통령은 최씨에게 엄청난 권세를 준 걸까? 설령 최씨가 출중한 능력과 고매한 인성을 갖춘 사람일지라도 그래서는 안 된다. 하물며 최순실씨 같은 사람이라니. '최순실의 민낯'은 정말 가관이다. 국정이 이런 자에게 농락당했다. 국민들은 이 땅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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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욕설 목욕탕, 상가 등에서 행패를 부렸다 ⓒ 방송화면 캡처


최순실씨를 전담하는 호스트 팀이 있었다는 폭로도 나왔다. 언제 어디서든 부르기만 하면 출장 나오는 남성 접대부와 술판을 벌이면서 한번에 400만~500만 원을 지불했단다. 대포폰을 4대 이상 사용했다는 증언도 있다. 언행 또한 거칠기로 소문났다. 목욕탕에서 행패를 부리고, 마트 점원에게는 욕설을 퍼붓고, 집 근처 약국과 과일가게 등에서도 안하무인으로 굴었다는 상인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대통령의 권세를 등에 업고 딸의 부정입학도 서슴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결석이 잦다며 제적을 경고했던 딸의 지도교수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이후 지도교수가 교체됐다. 딸이 고등학교 재학 중일 때도 안하무인 식의 행패를 부렸던 모양이다. 놀라운 것은 최씨의 초법적·무소불위적 행태가 어떤 저항이나 고발도 없이 그대로 관철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최순실의 호가호위'라는 기사가 쏟아진다. '대통령보다 최순실이 더 문제'라는 식의 주장도 나온다. 심지어는 '최순실이 한 짓인데 대통령은 모를 수 있다'는 투의 궤변도 등장한다. '최순실의 호가호위'? 그럼 박 대통령은? 일단 '호가호위'의 말뜻부터 살펴보자.

최순실 호가호위면 대통령은 바보 호랑이

중국 초나라에 소해휼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주변 나라들은 막강한 힘을 가진 초나라의 왕이 아닌 소해휼을 두려워했다. 왕이 이상하게 생각했다. 왜 소해휼을 두려워할까? 그래서 어떤 신하에게 물었다. 그 신하의 대답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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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최순실 둘은 40년 지기 ⓒ 방송화면 캡처


'호랑이가 여우 한 마리를 잡았다. 먹으려 하자 여우가 말했다. 잠깐! 나는 이번에 천제로부터 백수의 왕에 임명됐다네. 그러니 나를 잡아먹으면 하늘의 명령을 어긴 것이 되어 천벌을 받을 거야. 뒤에서 나를 따라와 봐. 내 말이 맞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모두 내가 두려워서 도망치는 걸 보게 될 거야.'

호랑이는 여우의 말대로 했다. 정말 모든 짐승들이 여우를 보더니 달아나는 것이었다. 호랑이는 '여우의 말이 맞구나'라고 믿게 됐다. 모든 짐승들이 여우 뒤에 있는 호랑이가 무서워 도망친다는 사실을 호랑이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최순실씨가 여우라면 박 대통령은 호랑이에 해당한다. 여우는 자신을 '하늘의 명령'을 받은 자라며 호랑이를 속였다. 그리고는 호랑이를 자신의 뒤에 거느림으로써 모든 짐승 위에 군림할 수 있었다.

이 그림과 지금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닮아 있다. 최순씨가 호가호위했다면, 박 대통령은 여우에게 농락당한 바보 호랑이인 셈이다. 
#최순실_호가호위 #박근혜_게이트 #박근혜_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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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미래를 향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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