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수락 후회? 천만의 말씀,
거국내각·수사 수용 내가 받아냈다"

[인터뷰②] '국무총리 인준 물거품'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

등록 2016.11.08 23:45수정 2016.11.0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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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여야 합의라는 꽃마차를 타고 총리로 들어가지 않고, 험한 마차를 타고 들어가서 내가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가지를 받아내지 않았나"라며 "거국중립내각, 내가 받아냈다. 오죽했으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병준에게 주려고 했던 권한을 여야 선출 총리에게 주면 된다'고 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수사를 자청한 것도 내가 받아낸 거다"라고 덧붙였다.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여야 합의라는 꽃마차를 타고 총리로 들어가지 않고, 험한 마차를 타고 들어가서 내가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가지를 받아내지 않았나"라며 "거국중립내각, 내가 받아냈다. 오죽했으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병준에게 주려고 했던 권한을 여야 선출 총리에게 주면 된다'고 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수사를 자청한 것도 내가 받아낸 거다"라고 덧붙였다.유성호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총리직 제의가 들어왔던) 그 당시에는 여야 합의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총리직을) 안 받아들였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8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 도중 두 차례 자세를 고쳐 잡았다. "총리직 수락으로 정국이 꼬였다는 시각이 있다"라고 질문하자, 김 지명자는 의자에 기댔던 몸을 테이블 쪽으로 끌어와 위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김 지명자는 "내가 대통령을 만나 말한 첫마디가 이거다. '이렇게는 안 됩니다, 거국내각 하셔야 합니다.' (총리 수락 며칠 전에도) 나는 거국내각과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해왔다"라며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이원집정부의 실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해왔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다시 한 번 자세를 고쳐 잡았을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했을 때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일할 때를 떠올리며, 박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내가 대통령에게 거국내각을 이야기하면서 '권한을 내려놓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책임을 내려놓는 거라고 생각하십시오'라고 말했다. 탈당과 관련해서는 '탈당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정책협의는 계속 그 선으로 가면 된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오케이(ok)는 아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내 논리에 일리가 있지 않나.


그리고 또 '어차피 여소야대 정국에 민심은 사납고, 말년에는 지지도도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 동력을 시민사회와 국회로부터 얻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책임이 궁극적으로 대통령에게 갑니다'라고 말했다. 경험 없는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잖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탈당 사례와, 대연정 당시의 이야기를 (박 대통령에게) 해드렸다."

그러면서 김 지명자는 "여야 합의라는 꽃마차를 타고 총리로 들어가지 않고, 험한 마차를 타고 들어가서 내가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가지를 받아내지 않았나"라며 "거국중립내각, 내가 받아냈다. 오죽했으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병준에게 주려고 했던 권한을 여야 선출 총리에게 주면 된다'고 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수사를 자청한 것도 내가 받아낸 거다"라고 덧붙였다.


"'합의의 꽃마차' 탄 총리가 베스트(best)지만..."

김 지명자는 총리 지명 과정과 사과문, 대국민담화 등을 거론하며 청와대의 시스템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금 청와대) 시스템이 이해가 안 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당연히 (총리를 지명하기 전에) 야당 대표에게 전화해 미리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11월 4일) 2차 담화 나왔을 때도 당연히 '총리한테 국정을 맡기고 나는 물러나 있겠다'라는 소리가 들어가야 한다. 이게 안 되니까 '이게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김 지명자는 "모든 정권이 그렇다"라는 단서를 달면서, "함부로 의심하고 청와대를 두들길 이유도 없지만, 대통령이 권력을 놓으려고 하면 주변에 놓지 말라는 사람들이 있더라"라고 지적했다. 곧바로 "박근혜 정권이 이 지경인데도 그런 사람이 있단 말인가"라고 질문하자, 김 지명자는 "꼭 최순실이나 문고리 3인방이 아니라 누구라도, 자기 아버지가 돈을 다 남에게 줘버린다는데 좋다는 자식이 어디 있겠나"라고 답했다.

이날 김 지명자와의 인터뷰는 그의 사무실이 마련돼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 박 대통령이 여야 합의는 물론 사전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총리를 지명하면서, 그리고 그걸 김 지명자가 수락하면서 오히려 정국이 꼬였다는 시각도 있다.
"(그런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여야 합의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총리직을) 안 받아들였다. 내가 대통령을 만나 말한 첫 마디가 이거다. '이렇게는 안 됩니다, 거국내각 하셔야 합니다.' (총리 수락 며칠 전에도) 나는 거국내각과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해왔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이원집정부의 실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해왔다."

- 박 대통령이 총리직을 제안할 때, 책임총리나 거국내각 총리 개념으로 제안한 것인가.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국민적 압박이 심했던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내가 총리하면 불편하실 겁니다'부터 시작해서, '(중립내각하면) 이런, 이런 부서들을 중심으로 야권인사들이 대거 들어오고 국정은 여야 협의 없이 절대 안 돌아간다' 등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박 대통령은 '예스(Yes)'를 표했다. 근데 이것이 내가 그 자리에서 (거국중립내각을) 이야기했다고, 바로 그렇게 (예스를) 했겠나. 본인이 나를 불렀을 때 나름 생각이 있었을 것 아닌가. 그리고 내가 수사를 자청하는 문제와 관련해 답을 얻어낼 때, (나도)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하고, 대통령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내가 이건 꼭 이야기하고 싶다. 나도 여야 합의로 총리가 되는 게 제일 좋다고 이야기했다. 근데 그게 안 될 거 같았다. 한편으로 이 생각이 들더라.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는 등을 전부 다 정리한 다음에 소위 '합의의 꽃마차'를 타고 들어가는 것. 제일 베스트(best)일 것이다. 그런데 꼭 그래야 하나. 실제로 합의한다는 게 어렵다. 그렇다면 내가 들어가서 우리가 원하는 것 받아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거국내각, 수사, 탈당 등을 내가 받아내면 될 것 아닌가, 그냥 받아내는 게 아니라 거국내각 다음에 여야 협의채널을 만드는 걸 내가 받아내면 될 것 아닌가, 생각했다."

"하야·탄핵 안 한 상태에서 전권 위임? 그건 위헌"

- 지명 후 첫 기자간담회 때 "박 대통령에게 '경제·사회 정책에 지휘권을 달라'고 했고, 대통령이 이에 동의했다면서도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부분과 관련해 참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경제·사회 분야에서 내가 전권을 행사한다면, 그 전권이 뭐냐는 거다. 우리 헌법상에는 대통령이 현직으로 있는 한은 서명권이 살아 있다. 근데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라는 건 구체적으로 그걸 행사하지 말라는 건데 그건 위헌이다. 그걸 요구하는 것도 위헌이다.

공당으로서 어떻게 초헌법적인 것을 요구하나. 내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대통령이 권한 행사를) 못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항복문서를 꼭 받아야겠나. 얼마든지 들어가서 설득할 수 있다. 야권의 힘과 협의채널, 명분과 가치, 논리로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만약 (총리가) 조각권을 받은 상황에서 '누구를 각료로 임명하세요'라고 말했는데, 대통령이 '야당 인사 중에서도 왜 하필 이 사람이에요' 이럴 수 있다. 이런 부분이 남아 있는 것이다. 말로는 대통령이 권한을 (총리에게) 주면 되는 것 아니냐 이야기 할 수 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 박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 추천 총리가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한다"고 했는데, 그 정확한 의미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 의미가 뭔지 따질 이유가 없다. 개념 정리하고 따져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들어가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래서 대통령 2선 후퇴를 전제할 이유가 없다. 통할할 권한 주겠다, 조각권 주겠다, 제청 권한 주겠다, 하면 그 다음에는 들어가서 건건마다 부딪히는 거다. 개념도 불분명한 2선 후퇴라는 개념으로는 합의도 안 되고, 국민을 볼모로 시간만 보내는 거다.

여야 합의라는 꽃마차를 타고 총리로 들어가지 않고, 험한 마차를 타고 들어가서 내가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가지를 받아내지 않았나. 거국중립내각, 내가 받아냈다. 오죽했으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병준에게 주려고 했던 권한을 여야 선출 총리에게 주면 된다'고 했겠나. 대통령이 수사를 자청한 것도 내가 받아낸 거다. 탈당 문제는 대통령과 의견을 나누다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리인 내가 권한을 다 받고, 행사하면 야당(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협의 채널이 하나 더 생긴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대통령에게 거국내각을 이야기하면서 '권한을 내려놓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책임을 내려놓는 거라고 생각하십시오'라고 말했다. 탈당과 관련해서는 '탈당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정책협의는 계속 그 선으로 가면 된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오케이(ok)는 아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내 논리에 일리가 있지않나...

그리고 또 '어차피 여소야대 정국에 민심은 사납고, 말년에는 지지도도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 동력을 시민사회와 국회로부터 얻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책임이 궁극적으로 대통령에게 갑니다'라고 말했다. 경험 없는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 아니잖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탈당 사례와, 대연정 당시의 이야기를 (박 대통령에게) 해드렸다."

- 외치·내치 분리는 가능한 건가.
"안 된다. (내치와 외치가) 자른다고 해서 잘라지는 게 아니다."

- 하야나 탄핵 주장은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건가.
"나는 우리 역사에서 대통령이 비극을 맞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 헌정중단을 원치 않는다."

"김기춘? 평생 만나본 적 없어, 뒤에 누가 있든 알 바 아냐"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유성호

-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탄핵된다고 해서 헌정이 중단되는 건 아니잖나.
"헌정중단은 아니지만, 대통령이라는 헌법적 주체의 기능이 정지되는 것이다. 그건 안 된다. 국정공백이 너무 길다. 대통령에게 '1년 4개월 동안 제가 할 일은 그 다음 정부가 해야할 일을 정리해주는 일입니다. 그건 내가 잘 할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 10월 29일 이후 대통령을 만난 적 있나.
"말씀 못 드린다."

- 국민들은 대통령이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지 의심을 하고 있다.
"그 답은 내가 할 순 없지만 나로서는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만큼 나눴다. 다만, 걱정하는 부분이 있는데, (청와대) 시스템이 이해가 안 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당연히 (총리를 지명하기 전에) 야당 대표에게 전화해 미리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사과문이 나왔을 때도 당연히 '총리한테 국정을 맡기고 나는 물러나 있겠다'라는 소리가 들어가야 한다. 이게 안 되니까 '이게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뭘 의심하느냐. 함부로 의심하고 청와대를 두들길 이유도 없지만, 항상 보면 (박 대통령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권력을 놓으려고 하면 주변에 놓지 말라는 사람들이 있더라. 모든 정권이 그렇다."

- 박근혜 정권이 이 지경인데도 그런 사람이 있단 말인가.
"꼭 최순실이나 문고리 3인방이 아니라 누구라도, 자기 아버지가 돈을 다 남에게 줘버린다는데 좋다는 자식이 어디 있겠나."

- 대국민담화에도 문제점이 많았다.
"기본 메뉴얼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이전에 내가 쓴 글들을 봐봐라. 사드 결정의 경우 반대와 찬성의 문제가 아니다. 군사논리와 산업논리가 어우러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하는 문제가 한쪽 논리로만 흐른다. 조선해운업 문제는 금융논리가 지배하고, 사드 문제는 국방논리가 지배하는 등 정책적 균형이 깨져 있다. 청와대 보좌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 대통령이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나.
"그렇지 않으면 국회 안 갔을 것이다."

- 누가 김 지명자를 총리로 추천한 건가.
"그건 모른다. 다만 당에서 추천한 걸로 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당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다. (어쨌든) 대통령은 나한테 당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우병우가 김병준을 추천)가 있다고 해서 웃었다가 기자들에게 혼났다. 우병우 장인이 굉장히 웃기고 특이한 양반이거든."

- 우병우 이야기도 있지만, 현재 박 대통령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밖에서 그린 큰 그림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는 시각미 많다.
"나는 그건 모른다. 김 전 실장이 그렇게 하는지 아닌지는 내 알 바 아니고, 알고 싶지도 않다. 대통령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나는 관심이 없다. 내가 가진 가치, 논리, 규범으로 상대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포커스를 둔다. 그 뒤에 누가 있든 통하면 통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다."

- 총리 욕심때문에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런 소리 못 들었다. 왜냐면 내가 총리직 자체에 미련이 없다는 걸 사람들이 알기 때문이다. 내가 오로지 걱정하는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다. 내 표정에, 내가 총리직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보이나. (그런 모습)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자청한 자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 자리 하나다."

- 총리 지명 후 6일이 지났다. 후회하지 않나.
"안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김병준 #국무총리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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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이 기사는 연재 대통령 위에 대통령 '최순실 국정농단'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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