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쳐도 지지율 9% 안 되는 이들이"
폭언 쏟아낸 이정현, 새누리당 '대혼란'

3선 의원 간담회 사실상 보이콧 당하자 폭발, 비주류측 지도부도 사실상 구성돼

등록 2016.11.15 13:41수정 2016.11.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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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 질끈 감은 이정현 대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대표회의실에서 대표직 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는 원외당협위원장들과 면담 도중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이 대표의 뒤편에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 남소연


"대선주자라는 사람들 다 합쳐서 지지율 9%도 안 된다. 그 네 사람 지지율 다 합해도 다른 당의 셋째, 넷째 가는 사람 축에도 못 끼고 명단에도 올라가지도 못하는 사람이 대선주자라고.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폭언이 터졌다. 자신을 향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당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즉각 대표직에서 물러나라는 비주류(비박근혜)를 향한 비난이었다. 그는 1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남경필, 오세훈, 원희룡, 김문수 등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당의 자산인 분들이다. 지금 도정에 매달려도 바쁜 분들이 이정현 사퇴를 페이스북에 올린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즉각 사퇴'는 불가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28만 당원이 우습게 보이나. 4개월 전 경선을 치른 당대표가 왜 물러나나. 비전 있고 꿈 있는데 왜 물러나"라면서 "지금 위중한 상황이니까, 당원이 뽑아줬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고 당 대표의 결단으로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로운 인물로 새 부대에 담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현 지도부 퇴진'을 두고 불거진 주류(친박근혜)와 비주류 간 갈등이 극에 달한 것이다. 이미 비주류 중심으로 '당내당(黨內黨)' 형태로 비상시국회의라는 임시 지도부까지 구성된 상황에서 이러한 이 대표의 폭언은 당의 혼란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오세훈·김문수·원희룡, 어디 가서 대선주자라 마라"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대권주자라는 그러한 타이틀을 가지고 향유하고 즐기고 존재부각을 위해서 쓰고, 언론에 한 줄 (기사) 나려고 쓰는 그런 게 대권주자가 아니다"라며 비주류를 향한 불만을 여과 없이 토해냈다.

그는 "대선주자 다 합쳐도 (지지율이) 10%가(이 대표는 앞서 9%라 했다가 10%라고 말했다) 안 되는데도 새누리당 대권주자라는 타이틀로 많은 사람 앞에서 기자회견 하고 그런 식으로 그 분들을 묘사하며 (기사를) 쓰고 있다"면서 "이것은 정말 큰 위기다. 이정현의 사퇴보다 더 큰 위기다. 이정현은 사퇴하면 교체하면 되는데 당장 내년 선거에서, 대선주자라는 걸(타이틀) 팔기 전에, 어느 정도 위치를 확보해놓고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남경필, 오세훈, 김문수, 원희룡. (지지율) 10% 넘기 전에 어디 가서 대권주자라는 말도 꺼내지 마라고 하십시오. 새누리당 이름 앞세워서 그런 식으로 새누리당 얼굴에 먹칠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십시오"라며 "그렇게 할 일 없고 경험과 경륜이 그것 밖에 안 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겨냥해서는 "서울시장 자리를 아무 상의 없이 쉽게 던지고 나서 새누리와 보수가 어떤 처지가 됐나. 그렇게 무책임하게 쉽게 (자리를) 던진 그게 바로 본인이다"면서 "젖먹이도 할 수 있는 얘기가 '잘못하면 물러나라, 사퇴하라'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제시해야 할 것 아니냐"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시장과 도지사로 만들어준 게 당원인데 그 당원 깡그리 무시하고 (당원들이) 투표권 행사해 뽑은 당대표를 무슨 자격으로 사퇴하라고 공동으로 발표하고 하나"라며 "분명히 얘기한다. 어디 가서 새누리당 대선주자라는 말 팔고 다니지 마라"고 소리 쳤다.

다만, 이 대표는 이들과 함께 자신의 사퇴를 주장하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했다.

먼저 그는 "(김무성 전 대표는) 여러 사정으로 지지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그 분은 충분히 우리 당의 대권주자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진 분이고 큰 일을 하실 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분이 이런 저런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절대로 시비하지 않을 것이다. 따른다는 것은 아니고 존중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에 필요한 것이 역발상이다. 새누리당의 기득권, 오랫동안 깨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유 전 원내대표가) 역발상과 발상의 전환을 가지고 하는 부분에 대해 매우 존중한다"라며 "그러한 분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새누리당에 인재가 많구나', '새누리당에 저런 정책이 다듬어진다면 괜찮겠다' 하는 성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자신을 향해 사퇴하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다른 대권주자들을 비난한 것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저보고 사퇴하라는 주장 그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대선주자로서, 시도지사 지낸 분들이 자기들 할 일이 있고, 우선 할 일이 있는데 그걸 안 하는데 대한 지적과 질책"이라며 "실질적으로 대선주자로서 대접을 받으려고 한다면 (당원 등의) 성원을 받아내고 하는 것은 자기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대권주자들 지지율이 합쳐서 10%도 안 된다고 했지만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5%다"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발끈했다. 이 대표는 "질문해 놓고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하겠죠?"라고 반문한 뒤, "대선주자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은 다르다. 대통령은 노력에 따라 회복할 수 있는 지지율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에 터진 폭언, 악영향만 끼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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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 질끈 감은 이정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대표회의실에서 원외당협위원장들과 면담한 뒤 대표직 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는 심정우 광주광산을 당협위원장(왼쪽)의 항의를 받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러한 항변은 오히려 사실상 분당(分黨)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당 상황에 더욱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도부 사퇴 문제가 장기화 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 자체가 무너진 상태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3선 의원들을 만나 내년 1월 21일 조기 전당대회 계획안 등을 설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상수 의원만 참석했을 뿐 나머지 3선 의원 22명은 전원 불참했다. 전날(14일) 같은 이유로 만난 초·재선 의원과의 간담회도 그 결과가 신통찮았다. 재선 의원들의 경우, 2시간 넘게 이 대표와 대화를 나눴지만 "(조기 전대와 관련) 전원이 수긍하고 전원이 반대하는 성질의 사안이 아니라 공감만 했다.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은 없다"는 결과만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김상민·이상민 등 원외 당협위원장들로부터 항의 피케팅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이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젊은 여러분들의 열정과 충정이야말로 새누리당의 희망이다. 그래서 제가 결심했고, (사퇴) 날짜까지 박았잖나"라면서 "진심으로 당을 생각한다면 이정현을 끌어내리는 것이 최고의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의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황은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드러났다. 이 대표는 이날 박명재 사무총장을 통해 자신의 조기 전대 계획을 설명하고 정진석 원내대표의 최고위 참석을 종용했다. 정 원내대표는 최근 원내 운영 관련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최고위원회의는 참석하지 않아 이 대표의 '결단'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 박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최고위원(기자 주 : 원내대표는 당연직 최고위원임)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대표가 사퇴 시점을 박았고 비상시국위원회도 무시할 수 없으니 정 원내대표가 중간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나 좀 그만두게 해달라. 붙잡지 마라"면서 이를 거절했다. 또 이 과정에서 서로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비주류 주도로 출범한 임시 지도부 성격의 '비상시국회의'도 점차 구체화 되는 양상이다. 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전 관련 실무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김무성·유승민·남경필·원희룡·김문수·정병국·나경원·주호영·오세훈·심재철·김재경·강석호 등 대선주자급과 시·도지사, 4선 이상 중진 의원 등으로 (비상시국회의의) 대표자 회의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새누리당 내 또 다른 '최고위급 회의'가 구성된 것이다. 결국, 이 대표의 노력과는 관계없이 지도부 사퇴 및 당 해체 후 재창당 등에 대한 당내 주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황 의원은 "오는 16일 오후 대표자 및 실무자 연석회의 형태로 회의를 열어 이정현 대표의 조기 전대 계획과 국정 수습 방안, 보수 혁신 정당 재창당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순실 #비박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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