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에 '관권선거' 의혹까지... 홍준표의 맹활약

[대선 게릴라칼럼] '촛불대선' 의미 퇴색시키는 보수층

등록 2017.05.01 21:46수정 2017.05.0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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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정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임명장. ⓒ 페이스북 갈무리


"우리 특별유세단은 내일 오후 2시 대구 반월당 동아쇼핑 앞에서 유세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오시길 바랍니다.

사회 : 김경은 근혜동산 수석부회장
연사: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
김주복 근혜동산 중앙회장
박찬성 반핵반김국민협위회 위원장"

'근혜동산'이란 단체명이 눈길을 확 잡아 끈다. 게다가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가 누구인가. 탄핵정국 당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자택 앞에서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과격 시위' 혐의로 지난 3월 불구속 입건 됐던 인사다. 앞서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의 집주소를 공개하며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마디로, '박근혜 탄핵 반대'에 사활을 걸었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인물이 이제 '홍준표 당선'을 위해 뛰고 있다. 1일 장기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 동아백화점 앞에서 열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선거 유세 사진을 올렸다. 이 차량 유세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참석했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 기념관'을 방문하는 홍준표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한 바 있다. 1일 하루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장 대표가 홍 후보의 캠프에서 받은 '제19대 대통령선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유세지원본부 특별유세단 부단장' 임명장 사진이 입길에 올랐다. 이 사진은 지난달 15일 장 대표 본인이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장 대표의 이러한 활약(?)은 꽤나 상징적이다. 선거전이 막바지에 치달으면서 '박근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홍 후보의 선거 전략과 궤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TK 지역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홍 후보의 '박근혜 마케팅'은 정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박근혜 사면' 운운할 때인가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열린 서울 거점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 후보는 최근 유세에서 구속 중인 박근혜씨의 사면을 직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는 "지금 교도소에서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다고 들었다"며 "구속집행을 정지해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후보는 "검찰이 문재인 후보 눈치만 보고 있다"며 "대통령이 되면 제일 손 볼 게 검찰"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부산 구포시장 유세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내보내주세요"라는 시민에게 "내가 대통령 되면 내보내겠다"라고 답해 논란을 불렀다. 이러한 '박근혜 사면'에 대한 언급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 후보의 마음 속에는 파면되고 구속 재판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 뿐인가 봅니다"라며 "홍준표 찍으면 박근혜가 석방되어 상왕 되고 문재인이 대통령됩니다"라고 비판했다.


30일 대구를 찾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사 출신이 대선을 앞두고 표만 의식해서 이렇게 얘기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며 홍준표 후보의 구속집행정지 주장을 일축했다.

마치 이에 화답하듯, 1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박 전 이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업 혁명을 성공시켜 조국 근대화를 완성한 혁명가 박정희의 후계자인 홍 후보가 이제부터는 보수 혁명, 서민 혁명을 이룩할 것"이라며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순교한 박근혜 대통령을 살려줄 유일한 후보는 홍 후보"라고 주장했다.

TK에서 안 꺾은 홍 후보, 보수 기독교계도 지지

28일과 29일 양일간 전국 지방대표 7개 언론사(영남일보·강원도민일보·경기일보·국제신문·전남일보·중도일보·한라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TK(대구·경북)에서는 홍준표 후보(29.8%)가 문재인 후보(29.3%)의 지지율을 오차 범위 내에서 뛰어 넘었다. 안철수 후보는 20.4%,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각각 9.0%와 4.2%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앞서 지난 4월25과 26일 영남일보와 리얼미터가 공동으로 실시한 대구·경북 지역 1016명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33.7%의 지지율을 기록한 홍 후보는 23.4%를 기록한 문 후보의 지지율을 훌쩍 뛰어 넘었다. 뒤를 이어 안 후보는 19.2%, 유 후보는 6.5%, 심 후보는 4.1%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러한 결과는 최근 들어 뚜렷해진 전통적인 보수 민심의 '홍준표 지지'를 반영하는 결과로 풀이된다. 그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 역시 뚜렷하다. 박근령 전 이사장의 '홍준표 지지 선언'이나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의 홍준표 캠프 합류가 홍 후보를 매개로 한 '보수층 결집'의 증거라 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1일 <일요신문>에 따르면, 범 기독교계에 해당하는 원로 목사와 교단 대표들이 홍준표 후보 지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훈, 장경동, 김원철 목사 등은 2일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독자유당 지지후보로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할 예정이다. 부산지역 기독교 인사 30여 명은 1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독교 정체성과 가장 부합한다"며 자유한국당과 홍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심지어 '동성애 반대'를 주요 선거 슬로건으로 내건 홍 후보는 이미 보수 기독교계를 파고 들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 한국교회연합회관을 방문한 홍 후보는 "친북좌파 정권에 대한 저항감"과 함께 "한미동맹"과 "안보" 등을 강조했다. 이날 일부 목사들은 홍 후보가 '동성애 반대'를 분명히 한 것에 "감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촛불대선' 의미 퇴색시키는 홍준표 후보의 '활약'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문재인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1일 오전 경남도청 중앙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관권선거 의혹 조사"를 촉구했다. ⓒ 윤성효


TK를 기반으로 한 지역 투표와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보수층 결집, 여기에 '친박 단체'와 박근혜 지지층의 지지 선언까지. 이렇게 선거를 8일 앞둔 지금,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51.6%의 유권자 중 일부가 급속도로 홍준표 후보로 결집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결집의 바탕에 최순실 게이트 등 지난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보수층은 '홍준표 결집'에 홍 후보 본인에 대한 의혹이나 논란도 문제 삼지 않는다.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의혹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둔 홍 후보. '돼지흥분제' 논란 등으로 세 명의 후보들이 TV토론에서 연거푸 "홍준표 사퇴"를 언급했지만 홍 후보는 이를 일축했다. 경남도지사직 사퇴 당시의 꼼수도 "홍준표니까 그럴 수 있다"는 어이없는 반응이 팽배했다.

심지어 경남도 공무원들의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까지 등장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1일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경남 양산지역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톡 문자를 제출하며 조사를 의뢰했다. 정의당 경남도당이 제출한 증거는 "경남도청에서 협조요청이 왔습니다", "양산에서 100명 참석 요청이 왔습니다"는 후보 유세 참석 유도 문자 사진이다.

정의당은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역시 1일 경남도청을 항의 방문했다. 두 야당은 "명백한 관건선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근혜 사면'부터 '관건선거 의혹'까지. 선거 유세에서 드러난 홍 후보의 과격하고 품위 없는 언행은 많은 유권자들에게 절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이게 나라냐"에 이어 "이게 보수냐"는 조기대선의 전체 품격에 대한 회의감마저 안겨주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 후보의 전략은 '보수층 결집'과 15% 돌파, 대선 완주 등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월 9일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각 캠프의 선거전이 도드라지고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과 달리 네 후보의 지지율이 요동치면서 잊히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이번 조기대선이 '촛불대선'이라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맞이한 이 조기대선이야말로 '박정희 체제'의 종식과 부패한 기득권 세력의 평화적인 교체라는 시대정신을 이행하는 '촛불대선'인 것이다.

홍 후보를 향한 '묻지마 결집'이 우려스러운 것은 그래서다. 갈 곳 잃은 보수 표심의 선택은 막을 수 없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재판이 시작되는 와중에 '박근혜 사면'을 거론하면서 표를 모으고, 꾸준하게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홍 후보야말로 대한민국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정치인이라 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홍 후보의 활약(?)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가는 이유다.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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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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