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앞, '통신비 인하' 촉구소비자시민모임,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5일 오후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앞에서 ‘통신비 인하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기본료 폐지 등을 촉구했다.
권우성
이동통신 기본료가 애초 막대한 통신망 설비투자비용 회수 목적으로 도입됐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통신사가 전국적인 통신망 설비를 갖추려면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들어간다. 이를 바로 통신요금에 반영하면 너무 비싸져 아무도 쓰지 않기 때문에 통신사는 기본료를 만들어 초기 투자비를 수년에 걸쳐 회수한다. 통신사가 매달 1만 원이 넘는 비싼 기본료를 받는 이유다.
서울YMCA는 지난 2007년 "지금처럼 높은 기본료를 유지할 명분은 시장 초기 막대한 설비비 재원을 안정적으로 감당하기 위한 측면이 있었으나 이제는 환경이 크게 바뀌어 여전히 높은 기본료 체계를 유지해야 할 명분은 없어진 상태"라며 기본료 반값 인하를 요구했다. 10년 사이 소비자단체 요구가 '반값 기본료'에서 '기본료 폐지'로 바뀐 데는 나름 근거가 있다.
통신사가 초기 설비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 8년 정도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1996년 서비스를 시작한 2G(CDMA)는 20년이 넘었고,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3G(WCDMA)도 14년째다. 지난 2012년 전국망 서비스를 시작한 4G(LTE)도 이미 5년째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 통신사는 투자비 회수가 끝난 2G, 3G 기본료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LTE보다 더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
일부 통신사에서 이용자 숫자가 줄어든 2G나 3G 기본료 폐지를 검토하는 것도, 기본료와 통신망 투자비 회수 연관성을 뒷받침한다. 현재 LTE와 2G 서비스만 제공하는 LG유플러스의 경우 전체 가입자의 5% 수준인 2G 이용자 64만여 명의 기본료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KT는 3G 가입자 238만 명, SK텔레콤은 2G, 3G 가입자 518만 명 정도가 남아 있다.
통신사 주장대로 기본료가 망 투자비 회수 목적이 아니라면, LTE 통신요금은 지금 수준보다 훨씬 비싸야 한다. 속도와 품질이 뛰어난 LTE 데이터 요금이 3G보다 오히려 싸다는 건, LTE 이용자들이 내는 정액요금 안에도 망 투자비 회수를 위한 기본료가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이에 <오마이팩트>는 기본료가 통신망 투자비 회수 목적이 아니라는 통신사 주장을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쟁점3] 정액요금제 덕에 통신비 싸졌다? "비싼 요금제 유도해 낙전수입 늘려""과거 음성 위주 시대와 달리 데이터 중심의 통신소비 변화에 따라 이용자는 자신의 통신소비 패턴에 맞는 다양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통신사업자연합회)통신업계에서 통신비 인하를 반대하는 주된 근거 가운데 하나는 이미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비롯한 다양한 정액요금제 덕에 소비자들이 통신비 인하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무제한 요금제'까지 등장하면서 일부 헤비 유저들의 통신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평균 사용량(월 1.8GB)에 가까운 대다수 소비자들은 자신의 사용 패턴에 비해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 통신사들의 '낙전수입'만 늘려주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 한국소비자원 LTE 이용자 실태조사 결과 LTE 정액요금제 기본 제공량 가운데 미사용량이 절반에 육박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자신의 씀씀이에 비해 비싼 요금제를 쓰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소비자원이 당시 LTE 가입자들 518명 가운데 '무한요금제' 가입자를 제외한 일반 정액요금제 가입자 135명의 기본 제공량 대비 사용량을 조사했더니, 음성은 평균 기본제공량 211분 30초 가운데 평균 133분 22초를 사용해 미사용률이 36.9%였고, 데이터는 평균 3.09GB 가운데 평균 1.68GB를 사용해 45.6%를 사용하지 않았다. 문자는 평균 219건 가운데 평균 62건을 사용해 미사용률이 71.6%에 달했다.
평균 미사용량을 종량 요금으로 환산하면 음성(78분8초, 9282원), 데이터(1.41GB, 3만1020원), 문자(157건, 3454원)를 합해 4만 3756원어치다. 무한요금제 가입자까지 포함한 518명의 월 평균 통신요금이 4만 5306원인 걸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음성, 데이터, 문자 조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SK텔레콤 맞춤형 요금제에서 평균 기본 제공량에 가까운 음성 200분, 데이터 3GB, 문자 200건을 조합한 요금은 5만 7200원이지만 실제 평균 사용량에 가까운 음성 100분, 데이터 1.5GB, 문자 100건 요금은 4만150원으로 1만 7000원 정도 차이가 났다.
결국 소비자가 자신의 소비 패턴보다 비싼 요금제를 쓰면, 통신사는 이른바 '낙전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KT는 지난 2015년 5월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데이터 당겨쓰기와 이월하기 제도를 도입하면서 낙전수입이 연간 1287억 원 정도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SK텔레콤도 데이터 선물하기 등을 도입해 낙전수입을 줄이고 있지만 그 효과가 요금 인하 만큼 직접적이진 않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도
스마트초이스에서 소비자 이용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추천해 주고 있지만, 정액요금제 자체가 소비자 이용 패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역부족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서 당시 LTE 이용자 518명의 데이터 사용량과 요금제별 데이터 제공량을 500MB 단위로 분석했더니, 이용자 수요가 많은 저용량 구간에는 요금제 숫자가 적었고 수요가 적은 고용량 구간에 요금제가 몰렸다. 한 달에 15GB 이상 쓰는 헤비 유저는 1.7%에 불과했지만 이 구간이 전체 223개 요금제 가운데 12.6%에 달했다. 반면 이용자 22.6%를 차지하는 500MB 이하 구간 요금제는 11.7%에 불과했고, 이용자가 19.5%인 3GB~5.5GB 구간 요금제도 6.3%에 그쳤다. 이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구간에서 요금제 선택 폭이 그만큼 좁다는 의미다.
통신사들은 표준요금제 데이터 종량 요금을 25배 비싸게 책정하고, 고액 요금제에 더 많은 스마트폰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액요금제 가입자 비중을 꾸준히 늘렸다. 덕분에 2만 원대 중반에 머물던 통신사의 무선 가입자 1인당 매출(ARPU)도 LTE 도입 이후 3만 원대 중반으로 급증했다.
정액요금제 도입 이후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은 데이터 이용량 증가와 맞물려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진 않았다. 오히려 소비자들은 자신의 이용 패턴보다 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 통신사들의 낙전 수입 증가로 이어졌다. 반면 통신사 주장대로 정액요금제 덕분에 소비자들 통신비 부담이 줄었다고 볼만한 객관적 근거는 없어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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