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탓에 인천공항 비정규직 해고? 사실은...

[오마이팩트] 언론보도 사례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과 직접적 관련 없어... '대체로 거짓'

등록 2017.06.30 12:35수정 2017.07.0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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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지난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 섰다.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공약이 오히려 비정규직 해고의 기폭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일 만인 지난달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발표했다. 연말까지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여 명(올해 연말 개항 예정인 제2여객터미널에서 일할 비정규직 노동자 포함)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이곳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환호했다.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겠습니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김유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정책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내놓았다.

김 대변인은 "인천공항 새 하청업체들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가 항의 받고 취소하는 등 카오스의 연속"이라며 "제한적인 인건비 예산으로 눈치 보며 대통령 지시를 따르려다보니 예견된 일자리 참사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비정규직 없앤다더니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3일 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 6800여 명 가운데 2800여 명이 가입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국민의당에 공문을 보냈다. 논평 탓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으니, 27일까지 논평의 근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국민의당은 30일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 탓에, 인천공항 비정규직이 해고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러한 보도를 근거로 논평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언론보도와 국민의당 논평이 사실에 어긋난다"면서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재영 공공운수노조 '제대로 된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대책회의'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규직 제로 정책 탓에 해고 통보 후 취소 사례가 나왔다는 국민의당과 일부 언론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공문을 보냈는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인천공항공사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취재했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 탓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됐다는 언론보도는 대체로 사실과 달랐다.

[논란①] 폭발물 처리반 정규직 전환에 문제 있다?

JTBC는 지난달 15일 <인천공항 '1만 명 정규직 전환' 시작부터…또 다른 차별?>이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인천공항공사가 폭발물 처리반 협력업체 직원 10여 명을 정규직으로 새로 채용하는데, 임금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후 일부는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탈락했다는 언론보도도 이어졌다.

하지만 폭발물 처리반 협력업체 직원의 정규직 전환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과 큰 관련이 없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9일 대통령 선거 전에 이미 폭발물·생화학물질 처리요원 채용공고 내용을 확정했다. 공사가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한 지난 12일 채용공고를 내면서 오해가 생겼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부터 정부와 협의해 폭발물 처리반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 것"이라면서 "정규직 직원은 기존 협력사 비정규직으로 있을 때보다 연봉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한재영 대책회의 대변인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탈락한 이들이 있다. 이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인천공항공사가 여론에 떠밀려 진행했던 신규채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이 지난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이 지난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②] 해고 위기 엘리베이터 정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물어보니..

인천공항공사는 5월 31일, 15년 간 인천공항 내 엘리베이터를 정비한 업체를 바꿨다. 새 업체는 노동자 절반가량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가 반발이 크자 이를 취소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정규직 제로 정책 탓으로 몰았다. 김유정 대변인의 논평도 이 사례를 다룬 것이다.

실제 새 업체가 노동자 절반을 해고하겠다고 한 것은 문 대통령의 인천공항 방문 일주일 뒤인 5월 19일이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해고의 빌미가 된 것은 아닐까.

엘리베이터 정비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다"라고 밝혔다. 서강혁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승강설비지회장의 말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부채를 감축하겠다며 인력 축소 계획을 세웠다. 대선 전에 이미 인원 축소를 조건으로 새 업체가 확정됐다. 또한 새 업체는 이후 외부에서 일하는 자사 직원을 불러들이기 위해 기존 인원을 모두 승계하지 않으려고 했다. 정규직 전환 정책과 맞물려 새 업체가 직원을 더욱 줄이려고 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대선 전인 지난 4월,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인천공항공사의 하청업체 인원감축과 노동자 해고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서강혁 지회장은 이 자리에서 엘리베이터 정비업체 노동자 인원 감축을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우리들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환영하고 있고,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일부 언론보도나 국민의당 논평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논란③] 정규직 전환 탓에 제2여객터미널 개항 미룬다?

<조선일보>는 지난 22일 정규직 전환 문제 탓에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연말에 개항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언급된 익명의 공항 전문가는 "정부의 '신규 용역 계약 금지' 방침에 따라 용역업체를 선정할 수도 없고, 비정규직 전환안이 마련되지 않아 2터미널에서 근무할 정규직 인력을 채용할 수도 없어 연내 개항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문가 말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정부의 '신규 용역 계약 금지' 방침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공공기관노사관계과는 지난 2일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 8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마련할 때까지 추가적인 외주화 계약을 지양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는 외주화 계약을 금지할 권한이 없고, 단지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이라면서 "제2여객터미널 개항 같은 특수성이 있는 기관이 있다. 그런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외주화를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인천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 오픈에 필요한 인력은 개항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재영 대책회의 대변인은 "일부 언론과 세력은 정규직 전환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제2여객터미널 개항에도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매년 수천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비정상적인 고용관행을 바꾸고 시민들에게 더욱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규직 전환은 인천공항공사에게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겠습니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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