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이 박준호씨, 오른쪽이 홍기탁씨
홍기탁씨 제공
15일 오전에 찾아간 굴뚝 아래엔 천막이 하나 세워져 있다. 안에는 방금 두 노동자가 먹을 밥을 올려보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 차광호씨가 앉아있다. 그는 '굴뚝 농성' 선배다. 2014년 6월부터 408일 동안 굴뚝 위에서 살다가 내려왔다.
차씨를 비롯한 파인텍 노동자들의 삶은 투쟁의 역사다. 2006년까지 한국합섬에서 일하던 그들은 공장 중단과 파산 등을 거치면서도 5년 동안 빈 공장을 지켰다. 2011년 4월부터 스타플렉스가 한국합섬을 인수해 '스타케미칼'로 이름을 바꾸고 공장을 재가동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1년 7개월 만에 스타케미칼은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적자'를 이유를 들며 폐업 후 청산 절차를 밟았다.
168명의 노동자 중 139명이 권고사직을 요구받았고, 29명이 해고당했다. 차씨는 스타케미칼이 노동자를 버리고 '먹튀'했다고 주장한다.
"공시지가 870억 원에 달하는 공장을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사장이 399억 원에 인수했어요. 1년 7개월만 공장을 돌리고 스타플렉스는 설비와 공장부지를 더 비싼 값에 팔아넘겼죠."
차광호씨는 스타케미칼의 노동자 해고에 맞서 2014년 6월부터 408일 동안 굴뚝 농성을 하며 복직을 이끌어냈다. '3승계'(고용·노조·단협)를 보장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스타케미칼로 돌아갈 순 없었다. 그 대신 해고자 11명은 모회사인 스타플렉스가 만든 새 회사인 충남 아산 소재 파인텍으로 복직해 2016년 1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제작하는 스타케미칼과 다르게, 파인텍은 천막 등에 쓰이는 방수 원단을 만든다. 일의 종류도 달랐지만, 더 큰 문제는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8차례 교섭을 했지만 사 측은 단체협약에 노동조합 활동과 상여금·수당 등의 내용이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 100만 원이 조금 넘는 월급, 사실상 노조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복직자들은 2016년 10월 파업을 선언했다.
1년 동안 11명 중 6명이 떠나갔다. 5명만 남았다. 사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차광호씨 대신 전 파인텍지회장 홍기탁씨와 사무장 박준호씨가 굴뚝으로 올라갔다. 목동 CBS 건물 15층에 있는 스타플렉스 영업부에서 가장 가까운 굴뚝이다. 땅에서는 자본에 맞설 힘이 없던 이들은 결국 두 번이나 하늘로 올라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