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의 추모앨범
김신영
신영의 곡은 수채화 같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언덕에 한가롭게 누워 하늘을 올려다 보는 느낌이랄까. 그의 노래 중 '산과 들'이라는 곡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잠시 쉬어 두발을 눕히고 다시 올지 모를 이곳을 노래해.
바람 불면 춤을 추고 내 걸음도 가벼워지니 지금 이 모든 게 꿈이 아니길"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곡을 만들었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그의 인생이 오버랩 되어 자꾸 울컥울컥 해진다. 꼬물거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아내와 그가 얼마나 가슴 따뜻한 시간을 보냈을지... 이 시간들이 꿈이 아니길 바랐던 그가 꿈처럼 그렇게 가버렸다.
추모 음악회는 문래동에 위치한 '재미공작소'에서 열렸다. 난생 처음 가본 문래동은 분위기가 묘하다. 오래된 철공소들이 따닥따닥 붙어있고 골목골목 힙한 곳들이 숨어있어서 동네를 한 바퀴 돌다 보면 어린 시절 소풍 가서 숨은 보물찾기 하는 마음이 든다. '아니 여기에 이런 곳이 있어?' 이런 생각이 마구마구 드는 곳.
가난한 예술가들이 싼 임대료 덕분에 몰려들어 폐허 직전의 동네를 심폐소생 하고 있다. 화실, 공방, 플라스틱 의자를 따닥따닥 붙여놓은 작은 공연장. 그리고 이런 곳에 세트 메뉴처럼 따라오는 예쁜 카페들. 덕분에 녹슨 철공소들이 묵은 때를 벗고 다시 빛날 준비를 하는 곳.
신영이 세상을 떠나고 1년 만에 그의 첫 앨범이 나왔고, 마지막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나는 친구와 제일 먼저 도착해서 맨 앞자리에 앉았다. 혹시나 너무 슬픈 무대이면 어쩌나 걱정하며 손수건을 준비했다.
웬걸, 한 명씩 무대에 오른 뮤지션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신영과의 인연과 일화를 얘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처럼 따뜻한 추모공연이라니. 다들 마음 속의 슬픔이나 짐을 내려놓고 그에게 이제 걱정 없이 잘 가라고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노랫소리, 기타소리, 또 첼로소리가 먼저 떠난 그를 위로하며 그가 그곳에서 외롭지 않기를 소원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선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