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백악관 남쪽 뜰에서 기자들에게 면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1회로 끝내지 않고 연속 회담으로 연결시킬 명분을 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5월 30일 세종연구소가 발표한 <남북정상회담 평가와 북미정상회담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북미 양자 협상과 6자회담 같은 다자틀을 오래 지속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볼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또 보고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선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차기 회담 약속을 받아내면 큰 성공으로 간주할 것이며, 이것을 대북제재를 완화시키는 데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달 7~10일까지 4일간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이상현 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우정엽 연구소 연구위원 등 3명이 워싱턴 정가를 방문, 민주ㆍ공화 양당 인사들을 두루 만나 청취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보고서엔 '워싱턴 현지조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보고서는 미 정치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성공'을 원하며, 일단 외견상으로 '승리자'의 모습을 과시하려 할 것"이라고 봤다. "성공 여부를 규정할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그에겐 이런 세부 사항은 단지 부차적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미측 인사들의 진단"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계속해서 "트럼프는 배짱형(gut guy)이지 세심형(detail guy)이 아니다"라는 한 정치인의 언급을 인용, "그가 큰 틀에서만 합의하고 세부 사항은 충분히 챙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 사항은 실무진들이 알아서 처리하게끔 위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 트럼프는 공개적으론 '최대치 입장(maximal position)'을 취하되, 실제론 그 이하 수준에서 김정은과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는 트럼프가 자서전 <협상의 기술>(1989)에서도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협상 스타일을 북한에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는 트럼프가 일단 '외견상' 승리로 보이는 타협이면 비록 '완벽한' 승리가 관철되지 않아도 합의를 받아들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트럼프의 성향을 들어 "워싱턴 조야에선 트럼프가 나쁜 거래를 하고 대성공으로 포장하려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면서 "한 민주당 성향 인사는 '북미 정상이 멋진 사진이나 찍고서 불완전한 거래를 할까봐 우려된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대성공으로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만족할 만한 협상이 안 되면 '퇴장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해 왔는데 미측 인사들은 '북미협상이 결렬되더라도 트럼프에게는 여전히 승리가 될 수도 있다(Trump can walk out and still win)'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며 "이는 우리로선 결코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